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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30화 (130/157)
  • 130화. 코브라 작전 (3)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군이 생 말로에 상륙했다니요?”

    “후··· 이쪽도 아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소만, 일단 생 말로 항구와 그 근방이 연합군의 손에 떨어진 것은 확실하오.”

    “···그렇습니까.”

    이곳의 병력배치 현황판에 표시된 대로라면 생 말로 일대의 해안선은 266사단 소속 898척탄병 연대가 방어하고 있었을 터.

    비록 저곳의 해안 방어선이 노르망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1개 연대를 밀어내고 항구를 점령할 정도라면 최소 1개 사단 이상이 상륙한 것이리라.

    ‘젠장, 이런 시기에 또 다른 곳에 교두보가 생겨버리다니··· 정말 곤란하게 되었군.’

    현재 코탕탱 반도의 교착상태는 아군이 가진 지형적 이점과 전술적 우월함이 연합군의 증원 능력, 공군력과 균형을 이루었기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르타뉴 반도에 연합군의 또 다른 상륙 거점이 생겨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세르부르 항구의 제한된 하역량 덕분에 20만에서 25만명 수준으로 유지되던 연합군 상륙부대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

    그리고 더 나아가 브르타뉴 반도와 다른 항구도시들까지 모두 빼앗긴다면, 원래의 역사에서처럼 100만이 넘는 병력이 상륙해서 서부전선이 구축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생 말로가 두 번째 교두보가 되는 사태만큼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막아내야 했다.

    “각하, 이런 시기에 연합군에게 또 다른 교두보를 내주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더 많은 병력이 저곳으로 상륙하기 전에 생 말로의 연합군을 완전히 몰아내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문제는, 지금 브르타뉴 반도의 74군단에는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예비대가 전무하단 말이지.”

    한숨 섞인 롬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서부전선군의 작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현재 브르타뉴 반도에 배치된 74군단은 266사단을 비롯해 도합 6개 사단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생 브리외, 브레스트, 콩카르노, 로리앙, 반과 같은 중요한 항구도시의 방어를 맡은 고정 사단들을 제외하면 움직일 수 있는 부대는 반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137사단뿐.

    하지만 지금 당장 137사단을 증원 보낸다고 해도, 저들이 생 말로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훨씬 더 많은 병력이 상륙해 있을 터였다.

    “그럼 급한 대로 266사단만으로 연합군을 밀어낼 수는 없겠습니까? 다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연합군의 추가 상륙만 저지할 수 있다면···.”

    “아니, 전멸을 각오하고 266사단을 전부 투입하더라도 항구를 탈환하는 것은 어려울 거요. 지금 266사단이 보유한 전력은 898척탄병 연대와 266포병연대가 전부라서 말이오.”

    “후··· 어렵군요.”

    사실 지금 서부전선군에 병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바로 위에 있는 코탕탱 반도와 노르망디 해안 일대에만 하더라도 15개 사단이 있는 데다가, 좀 더 북쪽의 파 드 칼레에도 약 10개 사단이 대기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들 중 지금 당장 생 말로에 투입할 수 있는 부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코탕탱 반도의 15개 사단은 모두 마지막 발악을 하는 미 1군을 저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고, 파 드 칼레의 15군을 투입하려면 대충 계산하더라도 약 450km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

    ‘최악의 경우, 저들이 두 번째 교두보를 형성하더라도 15군의 전력을 보내서 어떻게든 틀어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간 아군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결국, 연합군의 상륙을 막으려면 지금 몰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작전 지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각하, 차라리 코탕탱 반도의 54군단에서 기갑사단을 차출해 생 말로의 266사단을 지원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코탕탱 반도에서? 하지만 장군도 아시다시피 지금 54군단 예하의 15개 사단은 모두 연합군과 격전을 치르느라 지친 상태요. 그런 이들을 차출해서 보냈다간 생 말로도, 코탕탱 반도도 모두 위험해지지 않겠소?”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늦기 전에 생 말로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그랑빌 남부에 배치된 21기갑사단뿐입니다.

    그리고 코탕탱 반도의 전선이 조금 밀리더라도 파 드 칼레에서 부대를 차출해 투입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흠, 코탕탱 반도에서 생 말로로 병력을 보내고, 파 드 칼레에서 코탕탱 반도로 병력을 보내서 막는다라···. 이것이 정말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시오?”

    내 주장에, 롬멜 원수가 황당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싸늘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교전 중인 부대를 전선에서 빼내고 그 빈자리에 다른 부대를 집어넣는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하, 지금 생 말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

    그러나 그런 롬멜도 생 말로를 빼앗길 수는 없다는 내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코탕탱 반도의 미군은 지금 무리를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다소 밀리더라도 전선을 돌파당하지만 않는다면 저들은 금세 무너질 겁니다.”

    “후우··· 제기랄. 좋소, 그럼 파 드 칼레의 병력을 차출하면 언제쯤 노르망디에 투입할 수 있겠소?”

    “최근 프랑스의 철도망이 많이 마비되긴 했습니다만, 1~2개 사단 정도라면 3일 내로 이송할 수 있을 겁니다.”

    “3일이라···. 알겠소.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버텨보지.”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증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한숨을 내쉬며 작전 지도를 다시 바라보았다.

    “후··· 생 말로라···.”

    브르타뉴 반도에 배치된 6개 사단, 노르망디의 15개 사단, 그리고 파 드 칼레의 10개 사단까지.

    코탕탱 반도와 생 말로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연합군과는 다르게, 아군은 기나긴 대서양 해안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비록 역사가 많이 바뀐 탓에 어쩔 수 없는 안배였다고는 하지만, 병력을 이렇게 배치하는 것이 과연 정답이었을까.

    하지만 이제 와서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는 그저, 저들이 도착할 때까지 266사단과 54군단이 버텨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

    한편, 그 무렵 세르부르에 위치한 연합군 상륙군 사령부에서도 연신 암울한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각하, 꾸떵쓰의 2사단으로부터 보고입니다. 지난 며칠간 병력 손실이 너무 심각해, 더 이상 증원 없이는 현재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기 저 79사단 놈들은 뭘 하고 있나! 후방에서 놀고 있는 놈들을 밀어 넣어!”

    “그게, 79사단도 이미 각 전선에 쪼개져 투입되어서 1개 연대전투단밖에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빌어먹을··· 어디 밥값 하는 놈들이 하나도 없구만. 우리 사단들이 저 독일놈들 반만큼만 싸워줬어도 벌써 파리를 수복했을 텐데 말이야.”

    패튼은 투덜투덜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전선에 투입할 예비대를 찾아 계속 작전 지도를 살폈다.

    그런 패튼의 모습에, 브래들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패튼 대장, 어제 연합군 총사령부로부터 연락이 왔소. 지금처럼 게속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간 더 이상 예비대가 남아나질 않을 거라고 말이요.”

    “···하지만 사령관, 코브라 작전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거나 마찬가지요.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그런 패튼의 말에 브래들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패튼은 계속해서 불도저처럼 공세를 밀어붙였다.

    “···좋아, 그럼 83사단은 뭘 하고 있나.”

    “83사단은 아직 중화기가 배치되지 않아 부대 편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 부대 편성? 지금 한 사람이 부족한 마당에 장비를 기다리느라 뒹굴거리며 놀고 있단 말인가? 개소리 집어치우고 알보병이라도 당장 투입해!”

    “예!”

    그렇게 계속해서 변해가는 작전 지도를 바라보면서 패튼은 타고난 본능으로 직감했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밀어붙여야 할 때라고.

    그리고 1944년 7월 4일.

    코브라 작전이 시작된 지 약 2주가 지났을 무렵, 그런 패튼의 지휘가 빛을 발한 덕분인지 전세는 점점 더 연합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랑빌 남쪽 방면에서 전선을 틀어막던 독일군 기갑사단이 결국 퇴각하면서 연합군이 다시 진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각하, 제4기갑사단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현재 37전차대대가 아브랑슈 시가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역시, 저 빌어먹을 독일 놈들도 결국 지쳐서 한계에 도달했나 보군. 좋다! 이대로 계속 밀어붙여서 생 말로까지 진격한다!”

    비록 생 말로의 90사단은 독일군의 포위망을 뚫지 못한 채 갇혀서 집중 포화에 얻어 터지고 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아직까지도 계속 항구를 사수하고 있었다.

    이대로 4기갑사단이 계속 진격해 나가서 생 말로의 90사단을 구원하고 코탕탱 반도의 미 1군과 생 말로를 연결하기만 한다면.

    그렇다면 현재 미 1군이 겪고 있는 보급 부족과 이 빌어먹을 전선의 교착 상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저 멍청한 몽고메리 자식과 허구한 날 징징거리는 소련놈들한테도 한마디 할 수 있고 말이지.’

    지금까지 소련놈들이 우리 연합군을 향해서 얼마나 떵떵거리며 큰소리를 쳐댔던가.

    랜드리스로 물자와 자원은 배가 터지도록 받아먹는 주제에, 자기들이 혼자서 독일을 상대하고 있다며 참전을 요구했었지.

    하지만 우리가 생 말로를 확보하고 브르타뉴 반도를 점령해서 서부전선에 제대로 병력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소련놈들도 더 이상 그딴 소리는 꺼내지 못할 터였다.

    ‘흥! 그런 상황이 되면 저 잘나신 서기장 동무께서는 과연 우리 미국에게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되는군.’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44년 7월 10일.

    미 1군은 무수히 많은 피와 희생을 치른 끝에 독일군 전선을 돌파해, 드디어 생 말로 항구와 코탕탱 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토록 놀라운 승리를 거두고 유럽 대륙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미국의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는 믿기 어려운 첩보가 루즈벨트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사실이오?”

    “예, 각하. 아직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 모스크바의 분위기로 봐서는 아마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첩보의 내용은 바로, 독일과 소련 간의 강화 협정이 재개되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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