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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28화 (128/157)
  • 128화. 코브라 작전 (1)

    “각하! 현재 르세 방면의 제1 기갑사단이 독일군의 방어선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패튼이 본네트에서 뛰어내리며 묻자, 뒷자리에서 무전기를 잡고 있던 부관이 휘갈겨 쓴 메모를 건네며 답했다.

    “예. 일선 부대의 보고에 따르면, 페리에 서쪽에 배치된 독일군 부대들이 일제히 퇴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역시! 이렇게 많은 병력과 포탄을 꼬라박았으니, 제 아무리 독일군이 강하다고 해도 계속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본디 철벽같은 방어선도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법.

    비록 지금까지 투입된 전력의 피해가 크긴 하지만, 여기서 기세를 몰아붙이기만 하면 이제까지의 손실을 만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좋다! 제1기갑사단 사령부에 전파하게. 이대로 퇴각하는 독일군을 추격해 섬멸하고 꾸떵쓰··· 아니, 생 로까지 진격하라고 말이야!”

    “예!”

    *****

    그러나 1944년 6월 12일.

    제1기갑사단이 르세의 방어선을 돌파한 뒤로 약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노르망디의 전황은 패튼이 기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각하, 30사단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며칠 전 시작된 독일군의 반격으로 인해 시급히 증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입니다!”

    “젠장, 지금 예비대가 어디 있나! 공군 지원으로 어떻게든 버티라고 해!”

    “그, 그것이··· 56 전투비행단에서도 보급 부족과 지원요청의 증가 때문에 이 이상은 출격횟수를 늘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제기랄.”

    참모장의 암담한 보고에, 패튼은 작전 지도를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현재 미 1군은 남쪽으로 20여 킬로미터를 더 진격해 서쪽으로는 꾸떵쓰부터 생 로의 교외 지역 인근까지 전선을 넓히는 데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진격한 만큼 미군이 접한 전선의 길이는 30km에서 50km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그만큼 일선 부대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패튼은 세르부르 항구와 해안선 경계를 맡던 4사단을 차출해 전선에 투입하고, 차후 전선돌파의 선봉에 서야 할 기갑부대마저도 고정형 토치카처럼 일선에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위치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는 것뿐이었다.

    “참모장, 여기서 병력을 더 배치할 수는 없겠나? 지금도 영국에는 상륙을 기다리는 부대가 남아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세르부르 항구의 최대 하역량을 생각하면 이 이상 병력을 배치해봤자 보급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

    “제기랄··· 그렇다고 이렇게 8개 사단만으로 계속 소모전을 펼쳐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나!”

    “사령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잠시 물러나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패튼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미 1군 사령관 브래들리 중장이 앉아 있었다.

    “브래들리 중장,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여기서 병력을 물리자니?”

    “말 그대로입니다. 장군께서도 방금 말씀하셨다시피 지금 이대로 소모전을 계속 펼쳐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전선을 돌파해 나가자니 힘이 부족하고 말입니다. 그럼 차라리 전선을 물려서 태세를 정비하고 재기를 노려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런 브래들리 중장의 말에, 패튼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확실히 지금 이대로 소모전을 지속하다간 독일군보다 보급도, 전력도 부족한 아군이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질 터.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이전의 방어선으로 돌아가자니 간신히 고착상태를 뚫어내고 얻어낸 점령지를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럴 순 없소.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데, 그렇게 겨우 얻은 점령지를 손바닥 뒤집듯이 포기할 수는 없지 않소.”

    “그럼 설마, 마냥 이대로 병력을 투입하며 버티자는 말입니까.”

    “물론 그건 아니지. 그 대신, 다른 항구를 점령하면 되지 않겠소?”

    “···다른 항구를?”

    의아해하는 브래들리 중장에게 패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브래들리 중장도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물자나 병력이 없어서 이런 꼴이 된 것은 아니지 않소.”

    “···예, 물자와 병력을 하역할 항구가 없어서 이 이상의 전력을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든 항구를 손에 넣어 보급 사정을 개선하면 전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보다 병력을 더 투입해서 8대10의 전력비를 10대10 혹은 15:10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독일군을 밀어내고 프랑스를 해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도 버티는 게 고작인 상황에서 어떻게 독일군의 방어선을 돌파해서 다른 항구를 점령한단 말인가.

    이에 패튼은 마치 도박꾼과도 같은 눈빛으로 브래들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세르부르 항구의 하역량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병력의 수가 최대 8개 사단이라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보급까지 고려했을 때의 얘기요. 약 1~2주의 단기간의 작전이라면 최대 12개 사단까지도 운용이 가능할 거요.”

    “···하지만 그건 정말 최소한의 보급만을 유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재 세르부르 항구가 일주일동안 하역할 수 있는 물자의 양은 대략 3만5천에서 4만 톤 가량.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봤을 때, 매일 소비되는 탄약과 식량 그리고 연료 정도만을 보급한다면 최대 12개 사단까지도 어떻게든 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모든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계산한 것일 뿐, 전차나 차량의 파손이나 병력의 증원 등 추가적인 소요가 발생하면 결코 유지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패튼은 아연실색하는 브래들리 중장에게 강하게 반문했다.

    “하지만 우리 연합군이 최종적으로 승리를 취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소! 물러날 수도, 버틸 수도 없다면 도박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소?”

    “그건 그렇습니다만. 후··· 그럼 공세 목표는 어디입니까?”

    브래들리의 물음에 패튼은 잠시 고민하다 지도 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바로 여기요.”

    “생 말로라··· 확실히, 굳이 따지자면 거기밖에 없겠군요.”

    브래들리는 작전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미 1군의 입장에서 노려볼만한 항구는 동서쪽에 위치한 생 말로 항구와 동쪽의 르아브르 항구뿐.

    그리고 단순 거리로만 따지자면 양쪽 모두 80km와 90km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르아브르로 가기 위해서는 지난번에 영국군이 공략하다 실패했던 캉을 돌파해야 하는 데다가, 북동쪽의 파 드 칼레에 배치된 독일 15군이 지원을 올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제한된 병력으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미군의 입장에서는 파리와 멀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손쉬운 생 말로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독일 놈들은 우리의 전력을 8개 사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데다가 현재의 방어선에 대부분의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니, 한 번에 4개 사단을 투입해서 단숨에 전선을 돌파하면 생 말로까지 아무런 방해없이 내려갈 수 있을 거요. 어떻소?”

    그렇게 호언장담하는 패튼의 말에, 브래들리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아이젠하워 총사령관께서 이번 작전을 허가하신다면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내 곧바로 사령관의 재가를 받아오리다.”

    그리하여 1944년 6월 18일.

    연합군 상륙군의 운명을 건 방어선 돌파 계획, ‘코브라 작전’이 시작되었다.

    *****

    “중대 집합! 전원 연병장으로 뛰어가!”

    “yes, sir!”

    소대장의 호령에, 리세 외곽의 임시 막사에 누워서 뒹굴거리던 토마스 일병은 번개처럼 일어나서 군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철모를 뒤집어쓰고 소총까지 챙긴 뒤 바깥으로 나가자, 연병장은 마치 전 대대원들이 다 나온 것처럼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에 토마스는 부대를 찾아 대충 오와 열에 맞춰서 끼어 들어간 뒤, 옆에 서 있던 친한 선임병에게 물었다.

    “상병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대대장님이 훈시 말씀이라도 하신답니까?”

    “후··· 글쎄다. 나도 전선에 배치되면 이런 짓은 거의 안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그들이 수군거리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잠시 뒤 저 멀리서 지프차 한 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긴, 그럼 그렇지.

    오늘 전선에 투입된다고 했으니, 대대장님이나 연대장님이나 뭐라도 한마디 하시려는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토마스가 하품을 하고 있는데, 수군거리던 소리로 시끄럽던 주위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이에 깜짝 놀란 토마스가 주위를 둘러보자 단상 위에 처음 보는 남자가 서서 부리부리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불독처럼 화난 인상에, 가슴팍에 무수히 많은 약장이 박힌 깔끔한 정복.

    그리고 그런 복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이 네 개 박힌 검은색 철모까지.

    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연대장보다는 훨씬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 없었다.

    “반갑다 제군들! 난 연합군 상륙군 총사령관, 조지 S 패튼 대장이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축하한다! 귀관들은 저 빌어먹을 나치 놈들의 궁둥짝을 걷어차고, 파리를 해방시키기 위한 대단히 명예로운 임무를 받게 되었다!”

    마치 사자의 포효처럼 연병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패튼의 목소리에, 토마스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대단한 사령관님이 굳이 찾아와서 이런 연설을 하다니,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 투입되는 것인가.

    다가올 전투에 대한 긴장과 기대감이 삽시간에 병사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그런 긴장감을 직접 느낀 것처럼, 패튼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힘차게 외쳤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이제 제군은 전쟁이 끝나 고향에 돌아가면 이것 한 가지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을 테니까!

    30년 뒤, 손자가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뭐 했어요?’라고 물어보면 헛기침이나 하면서 ‘응, 할애비는 루이지애나에서 삽으로 똥이나 펐단다.’라고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제군은 손자를 당당하게 바라보며 말해주어라! ‘아가, 네 할애비는 위대한 1군, 그리고 조지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개자식과 함께 용맹하게 진군했단다!’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토마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라고? 개자식? 방금 사령관님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은 주위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소리에 묻혀버렸다.

    “와아아아!!”

    “패튼! 패튼!”

    그리고 그렇게 코브라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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