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노르망디 상륙 작전 (2)
1944년 4월 17일, D-day.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연합군 최고 사령부.
초조하게 상륙군의 전과 보고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젠하워는 옆에서 들려오는 부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총사령관 각하,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벌써 점심시간인가.”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시곗바늘은 어느새 11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부관에게 답했다.
“···됐네. 오늘은 입맛이 없군.”
“하지만, 조금이라도 드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네. 정 배고파지면 그때 말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샌드위치라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부관이 물러난 뒤, 아이젠하워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다.
‘11시 45분이라···.’
작전 계획에 따르면 미군은 6시 30분에, 영국군은 7시 25분에 상륙을 개시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쯤에는 해안가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각자 세르부르와 캉을 향해 진격하고 있을 터.
하지만 지금의 아이젠하워로서는 이렇게 예상하기만 할 뿐, 실제로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상륙군을 지휘하는 몽고메리와 브래들리는 지금 영국해협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었으니까.
“후···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정말 못 할 짓이군.”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일선 부대의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잘 해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그렇게 아이젠하워가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다.
“각하, 상륙군 사령부로부터의 전과 보고입니다.”
“오, 드디어 보고가 도착한 건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오래 걸렸군. 그래, 어떻다고 하던가?”
“그, 그게··· 그럼 우선 미군의 상황부터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말해보게.”
아이젠하워는 부관이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오마하 해변으로 간 5군단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채 해안가에서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막대한 피해라면, 어느 정도인가.”
“현재까지 약 1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사실 상륙 작전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고작 5시간 만에 일개 연대 규모가 사라지다니.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피해 규모에, 아이젠하워는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럼 다른 지역들은 어떤가. 설마 유타와 골드, 주노, 소드 해안에서도 그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도 아닙니다. 일단 유타 해안에서는 아군의 지원 포격이 제대로 역할을 해준 덕분에 비교적 큰 피해 없이 상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골드, 주노, 소드 해안으로 간 영국군과 캐나다군도 비록 다소간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어쨌든 해안선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어지는 부관의 보고에 아이젠하워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타 해안으로 간 미군 4보병사단의 사상자는 약 500명 수준.
거기에 골드 해안에서는 약 600여 명의 사상자가, 주노에서는 1000명, 소드에서는 8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대규모 상륙 작전치고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봐야겠지.
‘오마하 해변의 피해가 큰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오마하 해안을 포기하고 유타 해안으로 미군을 집중시키는 방책도 한번 고려해봐야겠어.’
그래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세르부르 항구를 탈취해서 점거하는 것이다.
그것만 성공한다면, 오마하 해안에서 예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젠하워는 계속해서 부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쨌든 5곳 중 4곳은 예정대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 아닌가.”
“···예,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캉과 세르부르로의 진격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아니, 그전에 소드 해안의 영국군과과 주노 해안의 캐나다군이 합류하는데는 성공했나?”
“그게, 현재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만.”
부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이젠하워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상륙에 성공한 연합군 부대들은 모두 해안선 인근에서 독일군에 의해 포위되어 집중 포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륙지에서 2km 이상 진격하는 데 성공한 부대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
무사히 상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륙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라.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건 바로, 독일군은 애당초에 상륙을 저지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외부 정찰, 함포 사격과 공습에 노출되는 해안선을 강화하느니 차라리 빠르게 반격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건가···.’
게다가 이렇게 빨리 해안가 인근에서 포위망을 형성했다는 것은, 독일군은 이미 다수의 부대를 후방에 대기시켜두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겠지.
하지만 MI-6의 첩보에 따르면 노르망디에 배치된 독일군 부대는 고작 8개 사단에 불과했을 터.
그렇다면 저들은 도대체 어떻게 아군의 상륙 작전 개시일을 미리 알고 대비하고 있었단 말인가?
‘설마···. 아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아이젠하워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의심과 걱정을 지워버렸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좋네. 그럼 좀 더 자세히 보고를 해보게. 독일군의 배치와 전황은 어떠한가?”
“현재 오마하 해안 쪽은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유타 쪽은 최소 3개 사단이, 골드, 주노, 소드 쪽도 각각 1~2개 사단이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부관의 보고에 아이젠하워는 작전 지도를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다.
현재 연합군은 유타 해안에 1개 사단, 오마하에는 2개 사단, 골드, 주노, 소드 해안에는 각각 1개 사단을 투입한 상황.
즉, 현재 독일군보다 연합군이 수적 우위를 점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유타 해안 쪽에 3개 사단이 배치되어 있을 줄이야···.”
애당초에 연합군의 작전 계획은 상륙 직후 세르부르 항구를 빠르게 탈취해서 그곳을 통해 상륙군의 보급품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독일군은 연합군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고, 그로 인해 세르부르 항구를 탈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륙정을 이용해서 보급과 증원을 실어나르면서 현재의 저 교두보들을 끝까지 사수할 것인가?
‘아니, 그건 악수다. 그렇게 느린 속도로 병력을 실어 날아봤자 결국 축차 투입에 불과한 데다가 독일군이 증원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터.
게다가 지금처럼 폭이 고작 2km도 안 되는 좁은 지역에 갇힌 채 전투를 지속해봤자 아군의 피해만 커지겠지.’
이제 아이젠하워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큰 피해와 많은 자원을 소요해가며 어렵게 마련한 교두보를 포기하고 병력을 물리던가, 아니면 여기서 끝까지 싸우던가.
하지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당초에 이번 상륙 작전은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빌어먹을···.’
그렇기에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몽고메리 중장과 브래들리 장군에게 연락하게. 상륙정으로 보급을 유지하면서 현재 위치를 끝까지 사수하라고 말이야.”
*****
그 무렵, 베를린의 총참모본부.
이곳에서도 연합군과 마찬가지로 상륙 작전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각하, 서부전선군 사령부로부터의 보고입니다. 금일 오전 6시 30분과 7시 30분경에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안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예상보다 빠르군.”
사실 나는 저들의 포티튜트 작전으로 미루어보아 4월 중에 상륙을 감행하리라 예상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날씨와 계절 때문에 다음 달로 미뤄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4월 중순밖에 되지 않은 지금 작전을 감행해버릴 줄이야.
“그래서 저들의 상륙지는 어디인가?”
“예, 작전 지도 위에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부관은 작전 지도로 다가가 보고서에 적힌 내용대로 연합군의 표식을 해안가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유타에 1개 사단, 오마하에 2개 사단, 그 외에는 골드, 주노, 소드에 각각 1~2개 사단씩인가. 회귀 전과 똑같은 장소, 똑같은 규모로 왔군.’
하긴 날짜가 당겨진 것을 제외하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관해 바뀔만한 사정은 전혀 없었으니 변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 놈들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나?”
“예. 비록 연합군이 상륙하는 것까지는 허용했지만, 후방에 대기 중이던 부대를 빠르게 투입해 적의 교두보를 포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적의 상륙 자체를 막는 것보다도 상륙 직후에 빠르게 반격에 나서서 격퇴하자는 것은 서부전선군 총사령관, 에리히 롬멜 원수의 제안이었다.
이런 그의 방어 계획은 사실 연합군에게 제공권을 빼앗긴 상황을 상정한 것이기에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리 맞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작전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나 또한 저들이 어디로 상륙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내가 아는 역사 그대로 왔지만 말이지.’
하지만 이렇게 저들의 작전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남은 것은 저들의 공세를 분쇄하고 대서양 바다로 몰아내는 것뿐.
“좋네. 그럼 롬멜 장군에게 전달해주게. 이제 다른 곳에서의 상륙 작전은 없을 테니, 파 드 칼레에 배치된 병력을 차출해서 노르망디 해안에 투입하라고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다른 곳보다 세르부르 방면으로 병력을 더 증원하도록 하게. 아마 놈들은 그곳을 노릴 걸세.”
“예!”
부관이 자리를 떠난 뒤, 나는 작전 지도의 노르망디 해안 위에 놓여진 연합군 표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전의 역사에 비해서 아군의 반격은 훨씬 거세지고 연합군의 사정은 악화된 상황.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저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뭐, 어느 쪽이든 간에 결과는 아군의 승리겠지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