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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17화 (117/157)
  • 117화. 대서양 방벽 (2)

    “그럼 다음으로··· 대서양 연안 방어에 관한 문제입니다만. 사령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물음에, 롬멜은 작전 지도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방어 계획이라. 뭐, 결국 중요한 것은 연합군 놈들이 어디로 상륙하느냐겠지. 그렇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시 도버 해협과 맞닿은 파 드 칼레 쪽이 아니겠소?”

    연합군이 만약 서유럽에 상륙한다면, 가장 1차적인 목표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파리를 탈환하는 것일 터.

    게다가 보급과 증원도 생각하면 영국과 거리가 가까운 곳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테니, 놈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륙 지점은 서쪽의 노르망디 해안과 디에프 항구, 그리고 도버 해협의 파 드 칼레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디에프는 아니겠지.’

    그러나 이 중, 디에프 항구는 1942년에 이미 영국군이 단독으로 상륙을 시도했다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비록 대대적인 공세라기보다는 기습에 가까운 소규모 작전이긴 했지만, 그때의 참패로 디에프 항구는 상륙 작전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테니 이곳을 다시 노리지는 않을 터.

    그럼 남은 것은 노르망디 해안과 파 드 칼레뿐인데,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파 드 칼레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으리라.

    “흠··· 파 드 칼레라.”

    “확실히, 상륙 작전을 시도하려면 거리가 가장 가까운 도버 해협을 건너는 수밖에 없겠지.”

    “그럼 대서양 방벽 계획은 파 드 칼레 연안에 해안포와 벙커를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회의실의 분위기가 점점 더 파 드 칼레 쪽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르망디를?”

    그런 내 주장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그러나 이들의 눈빛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흥미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하하, 역시 이번에도 자네는 정론과는 다른 의견을 내는군.”

    “좋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디 한번 들어 보세.”

    사실, 내가 파 드 칼레보다 노르망디 해안을 선택한 이유는 전적으로 원래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내가 역사를 바꾸는 바람에 전쟁의 양상과 각국의 사정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동부전선과 지중해 쪽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들과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유럽 상륙 작전의 경우, 크게 달라질 만한 요소가 없을 터.

    딱 하나 걱정되는 것은 회귀 전의 역사에서 독일군은 파 드 칼레에 엄청난 방어 요새를 건설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 또한 이전과 엇비슷한 수준으로만 방어 시설을 갖추어 놓으면 연합군의 판단은 바뀌지 않으리라.

    ‘그럼 아군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전략은 파 드 칼레에 해안 요새를 건설한 뒤, 전략 예비대를 노르망디 쪽으로 집중시키는 거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야 저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

    파 드 칼레에 방어 요새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이곳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전략 예비대는 노르망디 쪽으로 배치하자니··· 이는 완전히 모순되는 주장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조금 억설을 쓰더라도 밀어붙이는 수밖에.’

    나는 내심 각오를 다지며 입을 열었다.

    “물론,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파 드 칼레가 최고의 요충지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도버 해협은 고작 34km밖에 안 되는 만큼 방비를 튼튼히 갖추어야겠지요.”

    “그렇소. 고작 시속 30노트짜리 항공모함이나 전함으로도 30분이면 횡단할 수 있는 거리이니 말이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파 드 칼레는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아군도 적군도 모두 그곳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곳에서 상륙 작전을 감행하겠습니까?”

    “호오, 역으로 생각하자는 것인가.”

    “일리가 있구려.”

    내 말에 롬멜과 룬트슈테트 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힘입어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예. 그러나 아군이 파 드 칼레를 방비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들은 오히려 그곳으로 올 것입니다.

    그러니 파 드 칼레에 해안 요새를 건설하는 반면에, 전략 예비대는 노르망디 해안 쪽에 배치하면 어떻겠습니까.”

    사실 내 주장은 반쯤 억측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군이 도버 해협을 건너버리면 전략 예비대의 투입이 늦어져 최고의 요충지를 빼앗길 수도 있는 데다가, 계획대로 노르망디로 오더라도 예비대의 반격만으로 몰아낼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룬트슈테트 원수는 그런 허술한 부분을 지적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불안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네가 그렇게 자신있게 말한다면 분명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 때문이겠지. 롬멜 원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파울루스 원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두 사람이 보여준 뜻밖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보름 뒤, 파 드 칼레의 해안 요새가 건설됨과 동시에 다수의 전략 예비대가 노르망디 해안의 후방 지대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

    한편, 그 무렵 영국에 위치한 연합군 원정군 최고사령부에서도 독일군과 마찬가지로 서유럽 상륙 작전에 대한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패튼과 몽고메리부터 브래들리, 콜린스, 뎀프시까지 영국과 미국 양군의 사령관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이제 대장으로 진급한 연합군 최고 사령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후··· 지난번 회의에서는 몽고메리 중장께서 상륙 후의 지상군 지휘를 맡는 것까지 결정되었으니, 이번에는 상륙 작전을 어디에서 수행할 지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쯧···.”

    그런 아이젠하워의 말에 패튼은 혀를 찼고, 몽고메리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으나 두 사람 모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실컷 싸운 덕분인가. 이번 회의는 좀 조용히 넘어갈 모양이군.’

    그렇게 아이젠하워가 내심 안도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의 말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역시 상륙 작전이라면 도버 해협을 건너는 수밖에 없지 않소?”

    “하하, 도버 해협을 건너겠다고? 이래서 돌격밖에 모르는 미군 놈들은 안된다니까.”

    “뭐요? 또 해보자는 거요?”

    “패튼 장군, 생각을 좀 해보시오.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려면 도버 해협을 건너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건 애들도 다 아는 사실이오.

    그럼 독일놈들도 당연히 파 드 칼레에 강력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지 않겠소? 그런데 그리로 들어가자고?”

    영국군은 디에프 상륙 작전에서 한번 크게 데여본 적이 있는 만큼, 몽고메리도 상륙 작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제법 성공적으로 상륙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패튼 장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흥, 방어진지가 있어서 상륙을 못 한다는 것은 겁쟁이같은 소리요. 도버 해협은 빠른 배로는 20분, 느린 배로도 30분이면 충분히 건너는 거리인데, 적군이 해안포를 쏘며 저항한다 한들 항공 지원을 받으며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소?”

    “쯧쯧, 정말이지 막무가내구만. 어떻게든 상륙만 한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게 아니오. 결국,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인데 그렇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상륙 작전을 치르면 독일군의 반격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오?”

    “그건 어떻게든지 해내야지. 당신네들처럼 소풍 계획 짜듯이 세세한 것 하나하나 챙기다간 시간에 맞추지 못한단 말이오!”

    그런 패튼의 반박에, 몽고메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젠하워도 내심 고민에 잠겼다.

    사실 이번 서유럽 상륙 작전은 패배 직전까지 몰린 소련의 요청에 의해서 시행되는 것이니만큼, 저들의 요구대로 내년 초에는 실행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급하게 계획을 서두르다가 상륙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또한 무용한 일.

    그렇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반드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전과를 이루어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서유럽에 교두보 하나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연합군 내부의 사기도 회복하고, 저 빨갱이 놈들에게도 할 말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쪽.

    그것은 노르망디 해안인가? 아니면 도버 해협의 파 드 칼레인가.

    그렇게 패튼과 몽고메리의 표정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던 아이젠하워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역시, 노르망디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역시 총사령관은 내 뜻을 알아주시는구려. 그래, 상륙 작전이라면 당연히 적의 허를 찔러야 하지 않겠소?”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일단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현재 서유럽에 투입하기로 결정된 병력은 총합 200만 이상.

    즉, 일단 교두보를 마련하고 후속 병력이 투입되기만 하면, 서유럽에 제2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상륙 작전을 성공시키고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란 말이지.’

    하지만 상륙 작전 당일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아무리 많아도 고작 15만에서 20만 남짓에 불과한 상황.

    그렇기에 이 한정된 병력으로 교두보를 마련하려면 독일군이 해안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파 드 칼레보다는 노르망디가 낫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노르망디 해안이라고 해서 그리 간단히 상륙할 수 있는 것은 아닐세. 그쪽은 거리가 멀어서 항공 지원도 받기 어려운 데다가 제대로 된 항구도 많지 않아서 보급과 증원을 유지하기 어렵네.”

    “몽고메리 장군, 영국군이 준비 중인 사전조립식 항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멀베리 항구 말인가? 준비만 끝난다면야 충분히 써먹을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네. 특히 내년 초까지는 충분한 양을 준비하기 어려울 걸세.”

    “그럼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아이젠하워는 작전 지도 위의 두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처음 투입된 전려으로 노르망디 동쪽에 있는 르아브르 항구와 서쪽에 있는 세르부르 항구, 저 두 곳을 먼저 확보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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