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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13화 (113/157)
  • 113화. 반격 (7)

    “그래서 말이네만··· 이제 슬슬 돌출부의 소련군을 완전히 섬멸하려고 하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섬멸이라니, 총공세에 나서겠단 말인가?”

    “그래. 우익의 1기갑군은 11군과 루마니아 3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동쪽에서 돈강을 따라 파고들어서 돌출부의 목을 압박하는 걸세.”

    그런 모델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돌려 작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지금까지 격전에서 벗어나 있던 1기갑군이라면 최소 2개 기갑사단 정도는 동원할 수 있을 터.

    게다가 이번 반격작전을 개시한 이유도 영미 연합군이 서유럽에 상륙하기 전에 소련군의 전력을 꺾어놓기 위함이었으니, 슬슬 공세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보구차르 방면의 50사단과 24사단이 영 불안하단 말이지.’

    그러나 모델의 작전은 결국 50사단과 24사단이 소련군에게 돌파당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준다는 전제로 작성된 것.

    저 두 사단이 버티지 못하고 돌파당해 버린다면, 1기갑군이 설령 21군을 밀어내고 진격해주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될 터였다.

    그런데 지금도 격전을 치르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50사단과 24사단이 과연 1기갑군이 진격할 동안 모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델. 자네의 작전은 분명 매력적이네만, 너무 위험해 보이는군. 지금까지 저 두 사단이 보구차르 방면을 사수해낸 것만 해도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저들이 앞으로도 계속 버틸 수 있겠는가?”

    “그래. 자네의 말이 맞네. 아마 저들이 버텨줄 가능성보다는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겠지.”

    “···그럼 어째서?”

    나는 의외로 깔끔하게 사실을 인정하는 모델의 대답에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모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지난번 회의에서 자네는 내년에 영미 연합군이 상륙하기 전에 반드시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랬었지.”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네. 비록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는 50사단과 24사단의 장병들이 끝까지 버텨주리라 믿고서 공세를 감행하는 수밖에 없네.”

    그렇게 딱 잘라 단언하는 모델의 대답에, 나는 순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나는 야전 사령관이 될만한 그릇은 아닌 모양이군.’

    언제나 수동적으로 합리적인 방책만을 찾는 나와는 다르게, 모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승리에 도달하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 모델의 말이 맞다. 여기서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을 섬멸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년에 양면전쟁을 피할 수 없을 터.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여기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50사단과 24사단이 끝까지 버텨줘야 할 터.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좋네, 그럼 현재 저 두 사단의 상황은 어떠한가?”

    “자네도 예상했겠지만, 그리 좋지는 않네. 하지만, 보구차르 남쪽으로 흐르는 작은 강과 저수지를 이용해서 방어선을 제법 튼튼하게 구축해놓은 데다가 전선 자체도 그리 길지는 않으니, 보급과 증원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몇 주는 더 버틸 수 있을걸세.”

    “결국, 문제는 보급인가···.”

    현재 보구차르 돌출부는 폭이 10km도 되지 않는 좁은 회랑을 통해서 11군 사령부와 연결되어있는 상태.

    그러나 이 길은 소련군의 공습과 포격에 집중적으로 노출되어있는 데다가 언제 차단당할지 몰라 보급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젠장, 앞으로 몇 주만 더 버텨주면 되는데··· 어떻게든 물자를 보낼 수만 있다면···.’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한가지 방책이 떠올랐다.

    지난번의 패배 이후로 오랫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것.

    그건 바로, 공중 보급이었다.

    “모델, 그러면 차라리 루프트바페를 동원해서 공중 보급을 하는 것은 어떤가?”

    “···공중 보급을? 하지만 보구차르에는 활주로도 없는데 무려 2개 사단의 보급을 공중 보급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활주로가 없어도 낙하산을 이용해 공수하면 되지 않나. 단기간이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할걸세.”

    비록 회귀 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는 루프트 바페가 6군의 보급량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로 끝나버렸지만, 그건 그 당시 6군이 무려 20개 사단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부대였던 탓이었다.

    게다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데미얀스크 전투에서도 1개 군단의 보급을 공수작전만으로 유지했던 적도 있으니, 2개 사단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터.

    그런 내 설명에, 모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네, 그렇다면 자네만 믿고 50사단과 24사단을 보구차르에 잔류시키도록 하겠네. 공중 보급 문제는 잘 부탁하네.”

    “그래, 그건 이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렇게 모델과의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고개를 돌려 부관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공군 참모본부로 연락하게. 내가 공군 참모총장, 밀히 원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말이야.”

    *****

    그렇게 독일군 사령부에서는 카잔스카야 돌출부를 섬멸할 공세를 준비하고 있을 바로 그 무렵.

    다른 한편, 랴보브스키에 위치한 남서 전선군 사령부에서는 소련군 사령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퇴각 작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다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군.”

    코네프 상장은 회의실에 둘러앉은 야전군 사령관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분명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아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공을 치하하는 자리였을 터인데, 그것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인가.

    그렇게 코네프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분위기를 살피던 5기갑군 사령관, 로마넨코 중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돌출부를 포기하고 완전히 퇴각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사실일세. 아무래도 스타브카에서는 돌출부를 사수하는 것보다 남서 전선군의 전력을 온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신 모양일세.”

    그런 코네프의 말에, 회의실은 다시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사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돌출부를 포기하고 퇴각한다는 판단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비록 어렵게 점령한 땅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전황이 시시각각 불리해지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결사 항전을 하는 것보다 발을 빼는 것이 합리적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돈강을 도하해서 퇴각하려면 필연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로마넨코 중장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작전 지도를 살펴보았다.

    ‘현재 카잔스카야 돌출부와 북부를 이어주는 가교는 총 다섯. 이걸 24시간 내내 통과한다고 해도 40만의 병력이 다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2~3주는 걸리겠군.’

    2주라고 해도 14일.

    3주일 경우에는 무려 21일.

    그때까지 과연 일선의 소련군 병사들이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로마넨코 중장의 5기갑군이 배치된 위치가 가장 최악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제1근위군을 도와서 보구차르 방면을 압박하고 있는 녀석들은 전투에 묶여서 발을 빼내기 힘들 테고, 남쪽에 있는 부대는 아마 가장 마지막에 돈강을 건너게 되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가장 늦게 퇴각하는 부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터.

    게다가 5기갑군의 병력은 대부분이 연료로 움직이는 기갑부대들로 이루어져 있다.

    안 그래도 남쪽에서 보구차르 방면으로 증원을 보내느라 적지 않은 연료를 소모했는데, 이제는 돈강을 건너서 퇴각해야 한다니.

    만약 지금의 퇴각 작전대로 아군의 병력이 차례대로 돈강을 도하하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데다가 연료도 부족한 5기갑군의 전력이 가장 크게 소모될 터였다.

    ‘젠장, 상황이 곤란하게 됐군.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작전을 바꾸지 않으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지금의 이 상황에서 5기갑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로마넨코 중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다른 제안은 없소?”

    “사령관 동지,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오, 로마넨코 동무. 한번 말해보시오.”

    “예. 좁은 가교를 이용해서 병력을 빼내느니, 차라리 보구차르의 2개 사단을 섬멸하고 벨키니 다리로 퇴각하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로마넨코의 제안에, 코네프 상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후우··· 동무, 애당초에 보구차르를 돌파하지 못해서 이 꼴이 난 것이지 않소. 그런데 어떻게 저들을 섬멸하자는 거요?”

    “아닙니다, 동지. 현재 보구차르 방면의 독일군은 사실상 포위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곧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이에 코네프는 표정을 풀고서 다시 작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단지 부족한 것은 시간이었을 뿐.

    코네프가 보기에도 보구차르 방면의 독일군은 돌파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긴··· 어차피 가교를 통해서 퇴각한다고 해도 최소 2주 이상은 걸릴 테니, 그럴 거면 차라리 보구차르의 2개 사단을 섬멸하는 것이 이득인가.’

    게다가 만약 가교를 통해서 퇴각한다면, 병력이 점점 빠져나갈수록 아직 돌출부에 남은 병력의 피해가 더 커질 터.

    병력을 온존한다는 목표를 위해서라도, 보구차르의 독일군을 마무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코네프가 내심 설득되려 하고 있을 때, 보구차르와 인접한 제1근위군과 6군 사령관도 로마넨코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로마넨코 동무의 말이 맞습니다. 퇴각할 땐 하더라도 저 2개 사단을 풀어줘서는 안 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게다가 벨키니 다리와의 연결을 회복한다면 카잔스타야 돌출부도 일부 사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다들 무슨 소리요! 다들 스타브카의 지령을 무시할 셈이오? 지금은 병력을 빼내는 것이 우선이지 않소!”

    점점 더 분위기가 보구차르를 돌파하는 것으로 흘러가자 21군 사령관인 이반 치차코프 소장이 반발했지만, 이미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로마넨코 중장, 레류센코 중장.”

    “예! 사령관 동지.”

    “···정말로 보구차르의 독일군을 섬멸하고 벨키니 다리와의 연결을 수복할 수 있겠소?”

    이미 대답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코네프 상장의 물음에, 로마넨코 중장과 레류센코 중장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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