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11화 (111/157)

111화. 반격 (5)

투-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전차의 내부까지 울려 퍼지는 이 폭압과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대전차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화력은 아니리라.

그렇게 판단한 171호 판터의 포수, 울리히 발츠 하사는 큰소리로 외쳤다.

“저, 적 포탄 낙하!”

그러나 그들의 전차장인 카를 프란츠 중위는 페리스코프로 흙먼지 너머를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 이번 포탄은 곡사가 아닌 직사로 날아왔다. 아무래도 지난달에 우리 중대 3호차를 박살냈던 그 녀석인 모양이군.”

“···설마, 152mm를 쏴대던 그 중구축전차 말씀이십니까?”

“그래. 중요한 작전이니만큼 이번에도 투입되었겠지.”

프란츠는 지난달에 처음으로 맞닥뜨렸던 SU-152를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설마 판터의 전면 장갑을 그렇게 박살 내버릴 줄이야.’

그날 적과의 교전 거리는 약 1.5km.

이 정도면 IS-2의 122mm 포탄에 맞더라도 도탄을 기대해봄직한 거리였다.

그러나, 그렇게 안심하고 있던 프란츠를 비웃듯이 저 뒤에서 거대한 포탄이 하나 날아왔다.

마치 야포처럼 직사보단 곡사에 가까운 탄도를 그리며 날아온 그 포탄은 프란츠가 지휘하던 소대의 3호 판터에 착탄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그날 전투가 끝난 뒤 프란츠가 3호 판터에 다가가 보자···.

‘비록 관통은 당하지 않았지만, 운동에너지와 충격량만으로 정면 장갑이 통째로 뜯겨져 나가 있었지.’

직격당하면 어느 부분을 맞든 간에 격파 당하고, 지근탄만 떨어져도 전차가 뒤집어지거나 궤도가 벗겨져 나간다.

그런 괴물 같은 놈이 지금 자신의 소대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프란츠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어마어마한 화력만큼 명중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 눈먼 탄에 맞을지 모른단 말이지···.’

“소, 소대장님?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아아··· 그래. 각 차량 모두, 일단은 계속 진격한다. 우선 작전대로 적군 기갑부대부터 먼저 잡고 보자고.”

하지만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모를 SU-152만 신경 쓰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분명 저놈도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지는 않을 테니, 적 기갑부대를 찾으면 SU-152도 찾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저놈이 먼저 사격했다는 건··· 아군의 위치가 적에게 이미 발각되었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정말 이대로 계속 진격해도 되는 건가.

아군 부대의 무전에 따르면 이 근방 3km 지점에서 적 기갑부대가 서쪽으로 기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상황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가령 예를 들면, 아군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되돌아와서 매복했다던가··· 말이지.’

그러나 어떠한 추가 정보도 없는 이상, 일단은 중대의 지시를 믿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프란츠는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어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타다다다당!!

“크윽, 젠장!”

“저, 적습이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프란츠는 어깨에서 타는듯한 고통을 느끼며 다시 전차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전차장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다. 스친 것뿐이야.”

그러나 프란츠의 검은색 자켓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단 지혈부터 하셔야 합니다!”

“됐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기동을 중단하고 사주를 경계하도록. 분명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프란츠는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압박하면서도 큐폴라 너머로 연신 주위를 살폈다.

‘전차포가 아닌 총을 쐈다는 건, 지금은 보병들만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 적 기갑부대는 어딘가에 매복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군.’

분명 소수의 정찰병들이 우리를 계속 감시하며 기동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것일 터.

그런 와중에 내가 전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니 미숙한 신병이 참지 못하고 기관단총을 갈겨버린 거겠지.

‘젠장···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들의 작전은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제···.’

프란츠는 허리춤의 지도 주머니에서 작전 지도를 꺼내 잠시 살펴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좋아, 놈들의 위치를 대충 알 것 같군. 마크 1에서 마크 3에게. 이제부터 우리 차량을 따라오도록. 나머지 차량은 마크 2가 지휘를 맡는다.”

*****

“뭐? 중전차 부대가 둘로 나눠서 기동 중이라고?”

“예, 저희들도 추적해보려고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바람에 놓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중대장 동지.”

정찰병의 보고에 312호 SU-152의 전차장, 메딘스키 상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놈들··· 가만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해서 꼬리를 밟힌 건가.’

분명 지금까지 판터 소대는 메딘스키 상사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 1.5Km만 더 진격했으면 딱 메딘스키가 매복하고 있던 조준점 앞으로 지나갔을 텐데, 그 기회를 저 멍청한 정찰병이 날려버린 것이었다.

“후··· 그래서 놈들을 마지막으로 본 위치는 어디였소?”

“그게··· 저수지 쪽이었습니다.”

“저수지? 흠···.”

저수지라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그 근방은 초목이 우거져서 몰래 기동하기에도 어렵지 않을 터.

‘그렇다면 설마, 내 작전을 눈치채고 아군의 매복지를 크게 우회해서 올 생각인 건가?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렇게 판단한 메딘스키는 곧바로 무전기를 돌려서 중대에 명령을 내렸다.

“52, 53, 54번 동무. 지금 바로 저수지 쪽으로 가서 판터 두 놈을 색출하시오! 발견하면 내가 곧바로 지원 사격을 날려주겠소.”

“알겠습니다, 동지!”

메딘스키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3대의 T-34/85가 수풀에서 나와 기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메딘스키의 SU-152와 구형 T-34/76 4대뿐.

이에 불안감을 느꼈는지 메딘스키의 조종수, 알렉세이가 입을 열었다.

“동지, T-34/85들을 다 보내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뭘. 아직 위치가 추적되는 세 놈은 별것도 아니야. 이대로 기다리고 있다가 T-34/76가 발을 묶고 우리가 마무리하면 충분하지. 아니면 알렉세이 동무는 아직도 우리의 152mm가 못 미더운 건가?”

“···그건 아닙니다만.”

그래, T-34/85들이 저 두 놈만 찾아내 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럼 남은 것은 놈들을 각개격파하는 것뿐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중전차들을 격파하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우리의 152mm 앞에서 판터 전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메딘스키 상사는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군공 메달을 바라보며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뒤쪽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뭐지?”

“뒤, 뒤쪽입니다, 동지!”

“그건 나도 알아!”

메딘스키는 신경질을 내며 천장의 해치를 열어 재쳤다. 그리고 고개를 내밀어 뒤쪽을 바라보자···.

“···젠장.”

그곳에는 수풀을 뚫고 나온 판터 한 대가 비스듬히 서서 메딘스키를 향해 75mm 주포를 들이밀고 있었다.

*****

1943년 10월 10일.

랴보브스키에 위치한 남서 전선군 사령부.

“사령관 동지, 보구차르 서쪽으로 진격하던 제1근위군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현재 보구차르로 이어지는 가도 앞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렇소? 그럼 몇 킬로미터 지점까지 진격한 건가?”

“그게··· 대략 10여km 정도일 겁니다.”

“후··· 일주일 만에 10km라.”

부관의 보고를 듣던 남서전선군 사령관, 이반 코네프 상장은 지도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구차르 돌출부를 한 번에 잘라먹을 생각으로 병력을 집중시켰던 제1근위군의 공세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목적지점까지 아직 30km나 더 진격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것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쨌든 공세주도권은 아직 아군이 잡고 있었고, 피사레브카 방면과 가도만 장악해도 독일군을 제법 압박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대규모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적의 저항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분명 독일군 측에 별다른 증원은 없었을 텐데. 고작 5개 사단을 밀어내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가?”

“그게··· 분명 보구차르를 방어 중인 병력은 5개 사단뿐이지만, 아군도 그리 많은 병력을 투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1근위군과 6군이 전부 보구차르를 돌파하는 데에 투입되었지 않나?”

코네프 상장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부관의 대답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죄송합니다만, 동지. 현재 6군은 독일군이 보구차르로 진격할 때 큰 피해를 입는 바람에 전력이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게다가 제1근위군은 서쪽의 30군단과도 맞서야 하는 상황인지라 그리 많은 병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코네프는 보고서를 뒤적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놈들··· 설마 아직도 보고서를 개판으로 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현재 소련군은 줄어든 인적 자원과 당에 과잉 충성하는 정치 장교들로 인해서 제대로 된 병력을 갖추지 못하고도 편제를 완료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독일군은 완편된 1개 보병사단의 전투원 정원이 최소 만 명에서 만오천 명에 달하는 반면, 소련군은 7천에서 만 명 정도만 간신히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현재 보구차르를 공격하고 있는 2개 야전군의 전력은 실제로는 고작 2~3개 군단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21군과 5기갑군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만, 현재 남쪽과 동쪽에 위치한 독일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설마 저들도 모두 공세에 나서려고 한단 말인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예상보다 독일군의 압박이 심한 모양입니다.”

그 말에 코네프 상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보구차르 방면의 돌파는 아직도 요원하고, 카잔스카야 돌출부에 대한 독일군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데다가 비축된 자원은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정말 독일군을 격파하고 보급로를 수복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기에 지금은 이러한 답보 상태를 반전시킬만한 무언가 한방이 필요했다.

‘뭔가··· 뭔가 강력한 일격으로 독일군을 밀어낼 수만 있다면···.’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코네프 상장은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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