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07화 (107/157)
  • 107화. 반격 (1)

    잠시 시간을 되돌려, 1943년 9월 1일.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영미 연합군의 진격이 돈좌되고, 이에 루즈벨트와 스탈린이 서유럽 상륙에 대해서 협의하고 있을 바로 그 무렵.

    다른 한편, 빈니차의 동부전선 총사령부에서는 카잔스카야 돌출부에 대한 반격 작전이 한창 논의되고 있었다.

    “좋네. 그럼 우선 현재 상황부터 들어보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이쪽 지도를 봐주십시오.”

    만슈타인의 지시에 모델은 작전 지도를 가리키며 보고를 시작했다.

    “지난달 초, 남동쪽 방향으로 거세게 밀고 내려오던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은 현재 카사리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지점에서 진격을 멈춘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약 한 달간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흠··· 교착상태라. 그럼 소련군과 아군의 전력비는 어느 정도인가?”

    “저희 남부집단군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저 돌출부 안에 배치된 소련군의 수는 대략 보병 55만에 전차 700여 대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는 대치 중인 아군의 2.5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사실 이번 카잔스카야 돌출부는 지금까지 아군이 소련군을 역포위했던 모스크바 전투나 천왕성 작전 때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우선, 돌출부가 시작되는 목 부분의 간격이 무려 100km나 되는 데다가, 복잡하게 굽이치는 돈강을 끼고 있어 아군 기갑부대의 기동이 어려웠고 양측의 전력비도 무려 2.5배에 달하는 상황.

    즉, 양익 포위를 시도하기도 어렵고, 만약 포위에 성공하더라도 아군이 오히려 돌파당할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형국이었다.

    “···어렵군.”

    “예, 아마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세 사람 중 그 누구도 이번 작전을 포기하자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소련의 공세가 중단된 것은 연료의 부족 문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지체되어서 소련의 연료 상황이 개선된다면 다시 공세가 시작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반드시 그 전에 저들의 기세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좋네. 자네들도 물론 알고 있겠지만, 비록 상황이 어렵더라도 지금은 밀어붙일 수밖에 없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니 자네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 저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런 만슈타인의 물음에, 나와 모델은 순간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잠시 시선을 교환한 끝에, 모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제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재 소련군의 의도는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 같습니다.”

    “···소련군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예, 최근 일선 부대의 보고에 따르면 돌출부의 소련군이 참호를 파고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저놈들이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공세를 포기하고 수세에 들어간 것은 분명합니다.”

    소련군이 공세를 포기한 것 같다는 모델의 주장에, 만슈타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았다.

    만약 카잔스카야 돌출부에서의 추가적인 공세를 포기했다면, 다른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는 의미일 터.

    그렇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스탈린그라드를 노리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영미 연합군의 공세를 기다리는 건가?

    “그래서,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가?”

    그러나 모델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하하, 간단합니다. 놈들이 바라는 것이 카잔스카야 돌출부에서의 현상유지라면, 그것을 방해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소련이 무엇을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잔스카야 돌출부를 흔들면 그것을 방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단순하지만 분명한 모델의 주장에 만슈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예, 그러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방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걸어 소련군을 계속 소모시키는 겁니다.”

    직접적인 육박전이라면 몰라도, 멀리서 치고빠지는 국지전이라면 제공권을 확보한 데다가 기갑전력도 우세한 독일군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터.

    게다가 소련군이 공세를 중단한 이유도 연료의 부족 탓이었던 만큼, 아군이 멀리 후퇴한다면 제대로 된 추격전도 벌이지 못할 것이었다.

    “재미있군. 확실히 그런 전술이라면 소련놈들의 노림수를 방해할 수도 있겠어. 파울루스 장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죄송하지만 각하, 제 생각에는 그런 것보다는 이번 기회에 좀 더 확실하게 돌출부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모델의 아이디어에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1944년에 영미 연합군이 오버로드 작전, 즉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감행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북아프리카에서 롬멜 장군이 잘 버텨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합군은 빠르든 늦든 서유럽에 상륙할 터.

    만약 그 전에 소련놈들과의 강화를 맺지 못하고 양면전쟁에 돌입한다면, 아군은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소련놈들이 강화협상을 질질 끄는 것을 보면, 아마도 양면전쟁은 피하기 어려울 터.

    그렇기에 그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잔스카야 돌출부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충분한 예비대를 확보해 둬야 했다.

    “하지만 파울루스 장군, 자네도 알다시피 현재 카잔스카야 돌출부는 그리 간단하게 잘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닐세. 그럼 혹시 뭔가 생각이 있는 것인가?”

    “예, 각하. 이곳을 한번 봐주십시오.”

    나는 그런 만슈타인의 물음에 지도의 한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소련 6군이 방어 중인 보구차르 방면과 벨키니 다리였다.

    “맞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카잔스카야 돌출부를 한꺼번에 역포위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하지만, 저 보구차르 방면을 점령해서 벨키니 다리를 점령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벨키니 다리를?”

    현재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은 벨키니 다리를 통해서 대부분의 전투 물자를 보급받고 있는 상황.

    저곳을 제외하더라도 몇 군데 임시로 설치된 가교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 교량을 차단당한다면 보급이 상당히 줄어들 터였다.

    “예. 벨키니 다리와 보구차르를 점령한다면, 카잔스카야 돌출부의 소련군은 몇 개의 제한된 가교만으로 연결된 상태가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군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면, 제대로 맞서 싸울 수도 퇴각할 수도 없을 겁니다.”

    “호오··· 하긴 6군이 빠진다고 해도 거의 40만 이상이 돌출부에 갇힐 테니, 몇 개의 가교만으로 보급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테지.”

    “거기에 더해 현재 소련군은 만성적인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트럭 수송을 늘리는 것도 돌출부의 병력을 퇴각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이어지는 내 설명에, 만슈타인 원수는 남부집단군 사령관, 발터 모델 상급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델 장군, 어떻소?”

    그러자 모델은 나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역시 자네의 지략은 못 당하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보구차르 방면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겠습니다.”

    “좋네. 그럼 이번 달에 생산된 전차들은 전부 11군 예하로 편성해주겠네.”

    그리하여 1943년 9월 1일부터 남부집단군 사령부는 카잔스카야 돌출부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주 뒤, 대부분의 작전 준비가 끝나고 총참모본부가 최종 점검을 하고 있을 바로 그 순간, 그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 해외 방첩국을 통해서 첩보가 들어왔네만, 아무래도 연합군 놈들이 서유럽 상륙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네.

    그러니 동부전선의 병력을 차출해서 대서양 방어를 강화하도록 하게.”

    *****

    1943년 9월 20일.

    갑작스럽게 도착한 서유럽 상륙 작전에 대한 첩보로 인해서 베를린의 육군 총사령부에서는 시급히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 참석한 나는···

    “젠장··· 영미 연합군이 벌써 유럽 대륙에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역시, 소련놈들이 갑자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데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구려.”

    “만슈타인 원수, 카잔스카야 돌출부에 대한 반격 작전은 일단 중단하고 그 병력을 대서양 방벽으로 돌리는 것이 어떻겠소?”

    암울하게 흘러가는 회의의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 제기랄, 연합군 놈들이 제법 머리를 썼군.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현재 연합군이 서유럽 상륙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베테랑 사단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신규 사단들로 대체했다는 것.

    둘째는 강화협상을 중단한 데다가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소련군의 대응.

    그리고 마지막은, 영불해협의 기뢰를 소해하고 나선 로얄 네이비의 움직임과 이들이 상륙 작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해외 방첩국의 첩보였다.

    ‘젠장··· 누가 보더라도 연합군이 상륙 작전에 나서리라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로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이 저들의 기만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연합군은 북아프리카를 1943년 5월에 정리하고 이탈리아 반도에 상륙까지 했던 회귀 전의 역사에서도 1944년 여름이 되어서야 겨우 서유럽에 상륙했지 않은가.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불리하게 전황이 돌아가고 있는 지금, 벌써 서유럽 상륙 작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건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란 말이지.’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곧 연합군이 서유럽 상륙 작전을 감행하리라 믿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설득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내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회의실의 분위기는 점점 더 대서양 방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좋소, 그럼 카잔스카야 돌출부 반격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던 24기갑사단과 14기갑사단, 29 척탄병 사단은 일단 서부전선 사령부로 배속시키도록 하지.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오?”

    그런 룬트슈테트의 물음에 동부전선 사령관 만슈타인 원수와 발터 모델까지,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암묵적인 동의를 보였다.

    “좋소.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모두들 동의하는 모양이군. 그럼···”

    그렇게 모든 것이 결정되려는 찰나, 나는 각오를 다지고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총사령관 각하, 저는 카잔스카야 돌출부에 대한 반격작전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