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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01화 (101/157)

101화. 마레트 방어선 (2)

1943년 8월 18일.

패튼의 미 2군단과 몽고메리의 영국 8군이 협공을 하기로 결정된 바로 다음 날 아침.

2군단 사령부로 돌아온 패튼은 곧바로 사단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자네들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어제 회의에서 우리 2군단과 영국 8군이 마레트 방어선을 협공하기로 결정되었네.”

“예!”

“하지만 이건 말이 좋아 협동 작전이지, 사실상 경쟁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먼저 마레트 방어선에 도달해야 하네!”

패튼은 그렇게 열변을 토하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힘차게 내리찍었다.

그러나 사단장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어안이벙벙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는 와중에 최선임이던 제1기갑사단장, 어네스트 N. 하몬 소장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저··· 군단장 각하,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말해보게.”

“그래서, 저희와 영국 8군 중에 누가 주공이고 누가 조공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사실 하몬 소장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대개 양동 작전이라 하면, 작전 목표를 취하는 주공과 적의 병력을 붙잡아 두는 조공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하지만 되돌아오는 패튼의 대답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네들, 이제까지 도대체 뭘 들은 겐가? 우리가 저 거들먹거리는 영국놈들보다 먼저 가야 한단 말일세! 그런데 주공, 조공이 어디 있나!”

그 말에 사단장들은 겨우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상관은 진심으로 영국군과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병력이 분산된 채로 공세에 나서면서도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니··· 심지어 그러면서도 상대방보다 먼저 전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그러니 영국놈들의 사정 따위는 신경쓰지 말고, 최대한 빨리 파이드 고개를 넘어서 가베스로 진격할 방책만 생각하게!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 말에 하몬 소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패튼의 뜻은 강경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작전 지도를 들여다보며 고민하던 하몬은 이내 입을 열었다.

“각하. 아군 부대만으로 파이드 고개를 넘는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전차를 앞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기관총과 철조망이 둘러진 언덕을 보병만으로 넘을 수는 없으니 말일세.”

“그렇다면 결국 전차가 기동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할 텐데··· 그럼 생각할 수 있는 진격로는 셋뿐입니다.”

현재 미 2군단이 맡은 남쪽 전선에서 파이드 고개를 넘을 수 있는 길은 단 세 군데.

그러나 그 중, 가장 멀리 돌아가는 데다가 방어선도 튼튼하게 구축된 시디부지드 방면을 제외하면 남은 길은 세네드 루트와 엘 게타르 루트뿐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까.”

“흠···.”

하몬 소장의 물음에, 패튼은 지도를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분명 더 가까운 길은 엘 게타르 쪽이었다.

하지만 저쪽은 방어선을 돌파한 뒤에도 좁은 협곡이 10km가량 이어져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거나 후발대에 막힐 위험이 있다.

그에 반해, 세네드 방면은 그런 위험이 없는 대신 50km를 더 돌아가야 하는 상황.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아니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인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패튼은 이내 결단을 내렸다.

“우리는··· 엘 게타르를 돌파한다. 하몬 소장, 그리고 에디 소장. 자네들의 1기갑사단과 9사단이 공세의 주축을 맡아줘야겠네. 지금 당장 병력을 가프사 일대에 집결시키게.”

“알겠습니다!”

사실 전술적으로 올바른 판단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산이 높은 세네드 방면을 택하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몽고메리와의 경쟁에 눈이 돌아간 패튼은 결국 위험한 도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다른 한편, 그 무렵 영국 8군 사령부에서는 몽고메리가 패튼의 동향에 대해서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패튼 그놈은 벌써 공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아무래도 엘 게타르 방면을 돌파해서 곧바로 가베스로 향할 작정인 모양입니다.”

그런 부관의 보고에, 몽고메리는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흥! 누가 멍청한 싸움닭 아니랄까 봐, 정말 앞만 보고 달려가는군. 저러니 허구한 날 독일놈들에게 쥐어 터지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미군이 엘 게타르를 통과하는데 성공한다면, 저희보다 먼저 가베스에 도착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희도 슬슬 공세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몽고메리는 여전히 느긋한 태도로 홍차를 마시며 미소지었다.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말게. 우리도 진즉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이보게, 뎀프시 소장. 공세 준비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예, 각하. 현재 1기갑여단 예하의 3개 탱크 연대는 모두 마트마타 언덕을 너머에 집결했으며, 현재 50보병사단이 차례대로 언덕을 넘고 있습니다.”

“그럼 언제쯤이면 공세를 시작할 수 있겠는가?”

“아마 늦어도 일주일 내로 모든 준비가 끝나리라 생각됩니다.”

“일주일이라···. 좋군.”

몽고메리는 8군단장, 마일스 C. 뎀프시 소장의 보고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현재, 영국 8군은 철통같은 마레트 방어선을 우회하기 위해서 8군단을 마트마타 언덕 너머로 몰래 집결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공세 준비가 끝난 뒤, 30군단으로 정면을 공격함과 동시에 8군단으로 약한 측면을 단숨에 돌파해서 마레트 방어선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몽고메리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을 정말로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멍청한 미군 놈들이 후방에서 날뛰어 주는 거지.’

만약 패튼의 미국 2군단이 엘 게타르 방면에서 공세를 개시하면 독일놈들도 그쪽으로 예비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을 터.

그리고 바로 그 순간, 8군단이 측면을 공격한다면 저 빌어먹을 마레트 방어선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저 망할 패튼 녀석도, 여우같은 롬멜 놈도 인상이 잔뜩 찌그러지겠지. 하하, 저 싸움닭 놈이 어서 빨리 돌격해줬으면 좋겠군.’

몽고메리는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여 주는 미군의 모습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뎀프시 소장, 만약 공세 준비가 모두 끝나더라도 절대로 독일군과 교전에 나서서는 안 되네. 아니, 8군단이 마트마타 언덕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를 결코 들키지 말아야 하네.”

“예, 그거야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그럼 언제 공세에 나서면 좋겠습니까?”

“흠··· 내 생각에는, 미국놈들이 전투를 시작한 지 이틀 뒤에 우리도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미군과 영국군은 동상이몽을 꾸며 각자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8월 25일.

메데니느에 위치한 영국 8군 사령부에, 몽고메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전보가 한 통 도착했다.

- 1943/8/25 미국 제2군단 보고서

금일 오전 5시, 엘 게타르 방면에서 1기갑사단과 9보병사단이 독일군 방어선을 공격하기 시작하였음.

현재 독일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교전이 지속되고 있음.

그 보고서의 내용은 바로, 패튼이 드디어 공세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

그렇게 미국 2군단의 공세가 개시되었을 무렵, 한편 튀니스에 위치한 아프리카 기갑군 사령부.

이곳에서는 아프리카 기갑군 사령관, 에르빈 롬멜 원수와 한스 위르겐 폰 아르님 상급대장이 이에 대해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세가 시작된 것은 엘 게타르 방면뿐이란 말이오?”

“현재까지의 보고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시디부지드 방면, 세네드 방면에서도 미군 부대와 대치를 하긴 했으나, 대대적인 공세는 없었습니다.”

“그건 뭐, 그럴 수도 있소만··· 내가 묻고 싶은 건, 마레트 방어선의 영국 8군도 움직이지 않았단 말이오?”

“예, 적어도 아직까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아르님의 보고에, 롬멜은 작전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어먹을··· 도대체 이번 공세의 의도가 뭐지? 왜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움직인단 말인가.’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미군 부대가 엘 게타르를 공격했다는 것은 아마도 남쪽의 가베스나 마레트 방어선이 목표라는 것일 터.

하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니, 이곳에서 대치 중인 영국 8군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만약 정말로 마레트 방어선이 목적이라면, 영국 8군도 뭔가 공세를 취해서 아군의 병력을 분산시키고 미군의 돌파 시도를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뭐, 엘 게타르에서 마레트까지는 100km나 떨어져 있으니, 양쪽을 별도의 전선이라 생각하고 미군이 단독 돌파에 성공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영국 8군의 덩치가 너무 컸다.

현재까지 독일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영국 8군에 소속된 병력은 1개 기갑 여단과 인도 사단까지 포함해서 무려 총 5개 사단.

그런데 저런 대규모 병력을 가지고도 약간의 피해가 무서워서 양동 공세조차 취해주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뿐만 아니라 최근 몇 주 전부터 영국 8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단 말이지.’

그렇다는 것은, 저 음흉한 몽고메리놈이 필시 무언가 비열한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일 텐데··· 하지만 그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롬멜은 옆에서 들려오는 아르님 상급대장의 목소리에 이내 상념에서 깨어났다.

“각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예비대로 배치되어 있는 15기갑사단을 엘 게타르로 투입해서 미군을 틀어막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음, 역시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르님 장군의 주장은 정론이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위협이 보이지 않는 데다가, 엘 게타르처럼 방어에 유리한 지형에서 적을 격퇴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롬멜은 왠지 모를 불길한 기분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각하, 혹시 15기갑사단을 투입하지 못할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니네만.”

‘후··· 나답지 않군. 이런 별 것 아닌 기분 때문에 판단이 흐트러지다니.’

그러나 아르님 상급대장의 계속되는 재촉에 롬멜은 결단을 내렸다.

“좋네, 그럼 15기갑사단을···.”

그런데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롬멜의 부관이 집무실로 들어와 절도있게 경례하며 말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회의 중에 정말 죄송합니다, 각하. 현재 파울루스 참모총장님께서 전화로 각하를 찾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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