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87화 (87/157)

87화. 토성 작전 (2)

“슐츠! 빨리 움직여라! 전차 전진!”

“···저, 전차 전진!!”

카리우스의 재촉에, 217호 티거가 덜컹거리며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바로 옆으로 거대한 흙기둥이 스치듯이 솟아올랐다.

투콰아앙!!

“으아악!”

“···옆에 떨어진 것뿐이다! 진정해라!”

“죄, 죄송합니다!”

스친 것뿐인데도 마치 직격타를 맞은 것만 같은 충격과 굉음이 전차 안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머리 위에서는 쏟아져 내리는 흙먼지 더미가 해치와 포탑 천장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젠장··· 저 녀석의 주포 구경이 122mm라고 했던가? 화력 하나는 무식하게 강하군.’

카리우스는 페리스코프 너머로 적의 신형 중전차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현재 카리우스와 저 녀석 간의 교전 거리는 약 800m.

과연 이 거리에서 티거의 정면 장갑이 저놈의 122mm 포탄을 받아낼 수 있을까?

‘···아마 차체를 옆으로 틀어서 경사각을 만든다고 해도 버티기 어렵겠지.’

하지만 카리우스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저 신형 중전차는 122mm 주포를 탑재하기에는 조금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충 봐도 크기나 높이 모두 우리의 티거 전차와 비슷해 보이는군. 저런 전차에 122mm 주포를 달아놓았다면, 아마 내부 공간은 우리보다 훨씬 복잡하겠지.’

그럼 저 녀석의 포탄 장전 시간은 티거 전차보다 훨씬 오래 걸릴 터.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카리우스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좋아! 슐츠, 11시 방향으로 이동해라. 놈의 측면을 노리는 거다.”

“예!”

“휠젠자크, 차탄은··· 지난번에 받아뒀던 경심 철갑탄을 장전하도록! 홀츠, 이번만큼은 제대로 맞춰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217호 티거가 적 전차의 옆구리를 노려보며 충분히 파고들었을 때.

때마침 포미의 폐쇄기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경심 철갑탄, 장전 완료!”

“좋아! 전차 정지! 쏴라!”

“예!”

슐츠가 전차를 멈추고, 계속해서 포탑을 돌리던 홀츠가 적 전차를 조준한다.

그 찰나의 순간 동안, 페리스코프 너머에서는 저 빌어먹을 중전차의 포신이 서서히 티거를 향해 따라오고 있었다.

“젠장, 홀츠! 서둘러!”

“···발사!!”

콰앙!!

엄청난 반동과 함께, 포신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연기가 카리우스의 시야를 자욱하게 가렸다.

그리고 잠시 뒤, 바람이 불어와 연기를 흩날려버리자 그 자리에는 중전차가 이쪽을 조준하던 그 자세 그대로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카리우스는 그제서야 참고 있던 한마디를 내뱉었다.

“···후, 해치웠군.”

1943년 5월 25일.

브카노브스카야 일대의 돈강 방어선을 돌파하려던 소련군의 1차 공세가 좌절하는 순간이었다.

*****

그 무렵, 브카노브스카야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소도시 랴보브스키.

이곳에 위치한 남서전선군 사령부에서는 소련군의 1차 돌파 시도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해서 5기갑군이 돈강을 도하하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만, 현재 적의 반격에 막혀 좌절된 상태입니다.”

“흠···. 분명 전차 설계국 동무들이 신형 중전차가 티거와 비슷한 수준은 될 거라고 말했었는데, 역시 그건 어려웠던 모양이군.”

“하지만, 사령관 동지. 사실 설계국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교전 결과를 보자면 JS-2가 티거를 격파한 사례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교전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네만.”

“그건··· 아무래도 전차병들의 숙련도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긴, 그것도 그런가.”

올해 초, 로코솝스키 중장이 해임된 뒤에 새롭게 남서전선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이반 코네프 상장은 참모장이 건네준 JS-2 보고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교전비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티거와 제법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모양이군.’

어차피 1대1로 싸워서 압도하리라곤 기대조차 안 했었으니, 사실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합격점이라고 봐도 되리라.

중요한 것은, 이제 티거 한 대만 나타나도 수십 대의 전차가 증발해버리는 참사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니까.

코네프 상장은 이 신형 중전차를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에 대해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보고서를 덮어버렸다.

“좋네, 그럼 JS-2에 관한 것은 그렇다 치고. 브카노브스카야 일대의 방어선은 어디까지 돌파한 상황인가?”

“···현재로서는 약 1km입니다.”

“1km라···.”

“하, 하지만 독일군의 방어선이 워낙에 견고한지라···.”

“됐네, 사정이 어려운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으니. 아무튼, 1차 방어선에서 막혔다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동지.”

아직 1파 공세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투입된 5기갑군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떨어지는 부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이들조차도 1차 방어선조차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라.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곳에 2차, 3차 공세를 모두 투입해서 승부를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것인가.

고민하던 코네프 상장은 잠시 눈길을 돌려 파블롭스크 방면을 바라보았다.

“참모장 동지, 그러고 보니 아직 파블롭스크 방면에 대해서는 보고를 듣지 않았군. 한번 말해보게.”

“현재 파블롭스크 방면에서는 아군의 예봉 부대가 적의 1차 방어선을 돌파해 약 3km 지점까지 파고든 상태입니다.”

“뭐? 저쪽에서는 방어선을 돌파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당연히 파블롭스크 방면의 공세도 1차 방어선에서 막혔으리라 가정하고 생각하고 있던 코네프는, 예상치 못했던 보고에 다시 지도를 바라보았다.

‘뭐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파블롭스크 쪽은 방어선이 약했던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애당초에 그가 파블롭스크와 브카노브스카야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오랫동안 정보를 수집한 결과, 저 두 곳이 가장 돌파하기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렇게 비슷한 수준의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두 곳 중 한 군데는 돌파에 성공했는데 다른 한 곳에서는 실패했다라.

‘그러고 보니··· JS-2와 티거의 교전 보고도 대부분이 브카노브스카야 방면에서였지.’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반 코네프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기동 방어다.”

“기동 방어··· 말씀이십니까?”

“하하하, 동지. 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 않나? 애당초에 저렇게 넓은 돈강 방어선을 전부 철통같이 방어할 리가 없지.”

그래, 분명 독일 놈들은 돈강 방어선을 상대적으로 얇게 구축하되, 아군이 공세를 가하는 지점으로 예비대를 투입해서 집중 방어하도록 계획을 짰을 터.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브카노브스카야 방면에는 예비대를 투입했지만 파블롭스크 방면에는 예비대가 투입되지 않은 것이다.

‘저쪽에 예비대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놈들이 오판하는 바람에 예비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던지 간에, 파블롭스크 방면을 한 번 더 찔러보면 확실해질 터.

그렇게 판단한 코네프는 명령을 내렸다.

“···좋네. 그럼 다음번의 2차 공세는 파블롭스크 방면에 집중하도록 하지.”

“그러면, 브카노브스카야 방면으로는 증원을 투입하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참모장의 물음에, 지도를 보던 코네프는 고개를 들어 싱긋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동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당연히 양쪽 모두 원래의 계획대로 2차 공세를 진행하되, 파블롭스크 방면에 병력을 추가 투입하란 말일세.”

*****

그리고 1943년 6월 1일.

이제는 동부전선 총사령부로 사용되고 있는 베어 볼프 총통 본부에서, 나는 남부집단군으로부터 한 통의 보고서를 받았다.

- 1943년 5월 30일, 남부집단군 상황보고

1. 파블롭스크, 브카노브스카야 방면에서 소련군의 2차 공세가 개시되었음.

2. 파블롭스크 방면에 투입된 병력은 최소 30만 이상으로 추정. 현재 7km 지점의 2차 방어선까지 돌파되었음.

3. 브카노브스카야 일대에서도 다수의 병력이 확인됨. 2차 방어선에서 돌파를 저지하는 데 성공함.

4. 이후에도 양쪽에서 지금과 같은 규모의 공세가 계속될 경우, 이를 막아내기 위해선 다수의 증원이 필요하리라 판단됨.

남부집단군 사령관,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

사실 이 보고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하나뿐이었다.

그건 바로, 파블롭스크 방면의 공세가 양동 작전에 불과하리라 생각했던 나와 모델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다.

‘후···. 최소 30만이라니, 설마 아직도 저 정도 물량을 동원할 수 있을 줄이야.’

혹시 1선 부대에서 적의 규모를 오판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었다면 애초에 2차 방어선까지 돌파당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래, 일단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겠군.’

결국, 고민 끝에 나는 보고서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총통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집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각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자네인가? 좋네, 들어오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허락의 목소리에 나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는 이는 아돌프 히틀러가 아니었다.

현재 이 방의 주인은 3개 집단군을 총괄 지휘하는 동부전선 총사령관, 에리히 폰 만슈타인 원수였다.

“파울루스 원수. 이런 시간에 자네가 찾아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급한 일인가 보군.”

“예, 각하. 방금 전에 남부집단군으로부터 급보가 올라와서 말입니다.”

남부집단군이라는 말에 느긋하게 웃고있던 만슈타인 원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좋네. 어디 한번 보여주게나.”

“알겠습니다.”

만슈타인은 내가 건넨 보고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았다.

그러다 잠시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부전선 전역이 그려진 작전 지도 앞으로 향했다.

“파블롭스크··· 그리고 브카노브스카야 방면이라···. 지난번에 자네와 모델은 파블롭스크 쪽 공세는 허장성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었지. 그래서 모든 예비대를 브카노브스카야 일대에 우선 투입하자고 말했고.”

“···죄송합니다. 제 오판이었습니다.”

“아니, 자네의 책임은 아니네. 적어도 최종 결정권자는 결국 나였으니.”

그렇게 한참 동안 말없이 지도를 들여다보던 만슈타인 원수는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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