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71화 (71/157)
  • < 71화. 트리폴리 전투 (1) >

    “후···. 그렇다면 롬멜 장군을 한번 더 믿어보도록 하지. 그럼 아프리카 군단이 후퇴하는 것을 허락하겠소. 단, 트리폴리만큼은 끝까지 사수해야 하오!”

    “트리폴리를··· 말입니까.”

    “그렇소. 설마, 트리폴리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사실, 현재 북아프리카 일대의 전황은 아프리카 군단을 곧바로 튀니지로 퇴각시켜도 늦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트리폴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버렸고, 이제 우리는 양쪽에서 밀려오는 연합군을 상대로 튀니지와 트리폴리를 동시에 지켜내야 했다.

    ‘튀니지와 트리폴리라···. 젠장, 상황이 애매하게 되어버렸군.’

    나는 복잡하게 얽혀버린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작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1943년 4월 25일 현재, 북아프리카 일대의 전선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고 있었다.

    우선, 롬멜 원수가 이끄는 독일 아프리카 군단은 트리폴리까지 퇴각해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고, 이를 추격해온 몽고메리의 영국 8군이 동쪽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령 북아프리카에서는 점령지 장악을 끝낸 영미 연합군이 튀니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얼마 전 5기갑군에 의해 격퇴되었던 연합군 부대가 튀니스 남부로 이동해 있는 상황.

    여기서 문제는, 튀니지 남부에 배치되어 있는 저 병력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역시, 트리폴리를 공격하기 위함인가? 그게 아니면 튀니스를 남쪽과 서쪽에서 협공하려는 속셈인가?’

    잠시 지도를 살피며 고민한 끝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총통 각하, 사실 트리폴리를 지켜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내가 보고받기로는 몽고메리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의 규모가 적지 않다고 하던데.”

    “예, 몽고메리의 영국군은 사실, 지금쯤 곤란에 처해 있을 겁니다.”

    나는 반색하는 히틀러에게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북아프리카 일대는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항구가 한정되어 있고 도로의 사정도 좋지 않아서 보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롬멜 원수께서도 엘 알라메인에서 더 이상 진격을 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 얘기는 알고 있소만.”

    “하지만 아프리카 군단이 트리폴리까지 퇴각한 지금, 상황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즉, 아군의 보급선을 짧아지고 영국 8군의 보급선은 늘어지게 된 것입니다.”

    몰타와 크레타가 추축국의 손에 떨어지고 카프카스의 석유마저 보급받을 수 있게 된 지금, 지중해의 재해권은 이탈리아 해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몽고메리 장군의 영국 8군은 모든 보급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 아덴만, 홍해를 지나는 루트를 통해서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아프리카 군단을 쫓아서 트리폴리까지 도착한 지금, 원래도 길었던 그 보급선에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육로가 추가된 것이다.

    “그러니 아마 지금쯤 영국 8군은 보급 문제 때문에 제법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 그럼 차라리 우리가 반격에 나서서 영국군을 쳐도 되지 않겠소?”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그러기에는 튀니스 남부로 이동한 영미 연합군이 문제입니다.”

    사실, 튀니지와 트리폴리를 모두 지키려면 히틀러의 말대로 몽고메리의 영국군을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만약 지금 영국 8군을 섬멸할 수만 있다면 아프리카 군단을 튀니지로 보내서 튀니스를 방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튀니스 남부에 배치된 라이더 소장의 동부 상륙군이 문제였다.

    이들의 현재 위치에서 트리폴리까지의 거리는 350km나 되는 만큼 지금 당장 공격받을 위험은 없었지만,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며칠 안에 도달할 수 있을 터.

    그렇기에 이들을 무시하고 몽고메리의 영국 8군을 공격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트리폴리만을 사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저놈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니, 아프리카 군단이 영국군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저놈들도 당연히 움직이겠지.

    젠장, 역시 트리폴리를 포기하도록 총통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게 내가 트리폴리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자, 내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총통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병력이 이것밖에 없는 거요? 내가 분명히 북아프리카에 병력을 증원하라고 명령했을 텐데?”

    “···그게, 현재로서는 당장 배치할 수 있는 병력이 없습니다.”

    “예비대가 부족하다고? 그럼 지난번에 내가 지시한 징병 확대는 어떻게 된 거요?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거요?”

    “물론입니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현장 배치와 징집자 선발, 신병 훈련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병력 자원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히틀러는 지도 위의 전황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그러다 잠시 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이번에 새롭게 창설된 504 중전차 대대를 북아프리카로 보내면 어떻겠소?”

    “···중전차 대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지금 당장 병력이 부족해서 문제라면, 대신 강력한 중전차 대대를 보내면 되지 않겠소?”

    사실, 소수의 중전차를 보내더라도 부족한 병력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길이 좁고 한정된 북아프리카의 지리를 생각하면 지연전 정도는 충분히 펼칠 수 있을 터.

    게다가 보급이 어렵고 물자가 부족한 북아프리카의 특성상 다수의 병력보다도 소수의 티거가 나을지도 몰랐다.

    “각하의 말씀대로, 지금 중전차 대대를 보낸다면 당장의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소, 그럼 지금 당장 부대를 파견하도록 하시오. 그러면, 어디로 먼저 보내는 것이 좋겠소?”

    히틀러의 물음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물론, 중전차 대대는 당연히 튀니지와 트리폴리에 분산 배치해야 하겠지만, 어디에 먼저 배치할 것인가.

    당장 연합군의 공세에 놓인 튀니스를 먼저 막을 것인가? 아니면 몽고메리의 영국 8군을 격퇴하는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

    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역시, 영국 8군을 격퇴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

    그 무렵, 프랑스령 알제리, 알제에 위치한 연합군 사령부.

    이곳에서는 연합군 사령관들이 모여 다음 공세 지점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막의 여우는 아직도 트리폴리에 있는 건가?”

    “예. 몽고메리 장군의 보고에 따르면, 트리폴리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하, 역시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목적은 튀니스로 오는 게 아니라, 트리폴리를 방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젠장···.”

    사실 오늘 회의가 시작된 이유는 간단했다.

    왜냐하면, 연합군의 예상과는 다르게 롬멜이 튀니스로 오지 않고 트리폴리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좋소,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각자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당연히 튀니스를 먼저 공략해야 합니다!”

    프레덴탈 소장의 물음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지금까지 후방 정리 작업에만 묶여있던 패튼 장군이었다.

    “장군, 현재 독일군의 병력은 튀니스와 트리폴리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라이더 소장의 보고에 따르면 튀니스 방어 병력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으니 서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튀니스를 순식간에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패튼의 주장은 정론이었다.

    분명, 지금 튀니스를 공격한다면 압도적인 병력 우세를 점할 수 있으니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동부 상륙군 사령관, 찰스 W. 라이더 소장이 패튼의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각하, 제 생각은 다릅니다. 현재 몽고메리 장군이 이끄는 영국 8군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을 놔두고 튀니스에만 집중하다간 영국 8군이 오히려 각개 격파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희가 트리폴리를 공격한다면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과 튀니스를 각개 격파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라이더 소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튀니스를 먼저 공격하면 영국 8군이 격퇴당할 위험이 있지만, 트리폴리를 먼저 공격할 경우에는 연합군이 격퇴당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튀니스는 항구도시의 특성상 방어하기에 유리합니다. 이곳을 공략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릅니다.”

    프레덴탈 소장은 라이더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영국 8군을 내버려 두고 튀니스를 먼저 공격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커 보였으니까.

    하지만 패튼 소장은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힐 생각이 없었다.

    “흥, 라이더 소장은 독일놈들에게 한번 패하더니 자신이 없어지신 모양이구만.”

    도발적인 패튼의 말에, 라이더 소장은 발끈하며 나섰다.

    “뭐요? 내 말이 틀렸소?”

    “글쎄. 당신 말이 틀렸다고는 안 하겠소만, 그래도 나라면 튀니스를 공략하는데 그리 오래 안 걸릴 자신이 있소.”

    “쯧,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군. 뭐, 좋소. 튀니스는 어떻게든 점령한다고 칩시다. 그럼 영국 8군은 어떻게 할 거요?”

    “후··· 두 사람 모두, 그만들 하시오.”

    그렇게 패튼과 라이더의 대화가 점점 더 격해지자, 프레덴탈 소장은 상황을 정리하고 나섰다.

    그러자 두 사람은 모두 입을 다물고 결정권자인 프레덴탈 소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패튼과 라이더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고민에 잠겼다.

    ‘젠장··· 골치 아프게 되었군.’

    프레덴탈 소장이 보기에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었다.

    튀니스를 먼저 공략하자는 패튼의 주장은 빠르고 확실하지만 8군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고, 트리폴리를 공격하자는 라이더의 주장은 안전하지만 느린 방법이었다.

    이 두 개의 길을 놓고 고민한 끝에, 프레덴탈은 결론을 내렸다.

    “역시, 영국 8군과 협력해서 트리폴리를 먼저 점령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하하, 역시 장군께서도 그렇게 판단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프레덴탈 소장은 패튼의 불편한 시선을 슬쩍 피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번 전역은 우리에게 있어서 급한 일이 아니오. 그리고 대통령 각하께서도 이곳에서 많은 피를 흘리길 원하지 않으시니, 좀 느리더라도 확실한 길을 가는 것이 좋지 않겠소.”

    “···소장께서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따르겠습니다.”

    “좋소. 그럼 라이더 소장께서는 몽고메리 장군과 협력해서 아프리카 군단을 섬멸하도록 하시오.”

    “예!”

    그리하여 영미 연합군의 다음 공세 목표는 롬멜 장군이 있는 트리폴리로 결정되었다.

    *****

    “저게 그 티거 전차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무렵, 트리폴리의 항구에서는 504 중전차 대대 소속 티거 전차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었다.

    < 71화. 트리폴리 전투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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