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70화 (70/157)

< 70화. 튀니지 전투 (5) >

잠시 시간을 되돌려, 1943년 4월 7일.

동부 상륙군 사령관, 찰스 W. 라이더 소장은 사령부에 앉아서 튀니지 점령 보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게, 참모장. 우리 병사들은 지금 어디까지 진격한 상태인가?”

“오늘 아침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34사단이 타바르카 항구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참모장의 보고에, 라이더 소장은 지도 위에서 타바르카를 찾아보았다.

“타바르카라.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군.”

타바르카에서 튀니스까지의 거리는 도로를 따라 돌아가더라도 고작 150km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재 프랑스령 튀니지에서 그들의 앞을 막을 이는 약해빠진 비시 프랑스군과 급하게 파견된 약간의 이탈리아군뿐.

그러니, 설령 교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오늘이나 내일이면 튀니지에 도달했다는 보고가 올라오리라.

“좋군. 그럼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장 튀니스를 점령하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별 걱정 없이 진격 명령을 내린 라이더 소장은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잠시 뒤, 참모장교 하나가 사령실로 뛰어 올라와 다급하게 말했다.

“가, 각하! 현재 튀니지로 진격 중인 34사단이 적의 반격에 당해서 교전 중입니다!”

“뭐?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군이 반격에 당했다고? 프랑스랑 이탈리아 놈들한테?”

예상치 못했던 반격 소식에 라이더 소장은 그렇게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지휘를 어떻게 했길래 셔먼 전차를 가지고도 그런 놈들에게 반격을 당한단 말인가.

“그, 그게··· 독일군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독일군이?”

그러나 이어지는 참모의 보고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라이더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작전 지도로 다가갔다.

“젠장, 교전 장소는 어디인가?”

“튀니지 서부, 제프나 일대입니다.”

“빌어먹을··· 완전히 당했군.”

제프나 일대라면 타바르카에서 고작 5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독일군은 이미 진즉에 튀니지에 상륙해 있었고 심지어 아군의 정찰조차도 피해서 매복하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즉, 독일군이 상륙하기 전에 튀니지를 장악한다는 그들의 작전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영국놈들, 독일군이 아프리카에 상륙하려면 일주일은 더 걸릴 거라더니···.’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마음속으로 영국정보국을 욕하던 라이더 소장은 곧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후··· 어쩔 수 없군. 놈들이 먼저 도착한 이상 우리의 작전은 실패한 거나 다름없네. 일단 교전은 중단하고 퇴각하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라이더 소장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곳 튀니지에 파견된 독일군은 비록 서부 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2선급 부대들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비교하면 압도적인 베테랑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한번 기습에 걸려든 미군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고, 실전경험이 전무한 미군 병사들은 독일군의 화망에 갇혀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눈앞의 이 보고서였다.

- 1943/4/10 전투 결과 보고서

튀니지 국경 인근, 제프나 일대에서 독일군의 기습으로 교전이 시작되었음.

전투 결과, 약 5000명가량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하였으며 전차 100여 대가 파괴됨.

이에 더 이상 진격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타바르카 항구 일대에서 대치 중.

라이더 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단 한 번의 교전으로 여단 두 개가 날아가 버렸군.”

애당초에 이번 튀니지 공격은 그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병력 5천 명, 전차 100여 대 손실이라는 압도적인 참패.

게다가 이번 패배로 인해서 튀니지는 완전히 독일군의 수중에 놓이게 되었으며, 프랑스령 북아프리카의 장악도 늦어지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 다시 튀니지를 공격하기에는 병력도, 물자도 모두 부족했다.

‘젠장··· 정말 곤란하군.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렇게 라이더 소장이 어떻게든 자신의 실책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갑자기 영국 8군으로부터 한 통의 보고서가 날아왔다.

- 1943/4/11 영국 제8군 보고서

금일 오전 8시경, 엘 알라메인 일대에서 아군과 대치 상태를 유지하던 독일 아프리카 군단이 서쪽으로 퇴각한 것을 확인.

현재 적의 뒤를 쫓아 서쪽으로 진격 중이며, 토브룩도 버리고 퇴각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적의 목적지는 트리폴리 혹은 튀니지일 것으로 추정됨.

그 순간, 그것을 본 라이더의 머리속에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튀니지를 공격하기에 병력이 부족하다면, 대신 퇴각하는 롬멜의 후미를 치면 되지 않는가!’

라이더 소장은 곧바로 작전 지도를 보며 자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결론을 내렸다.

이 작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

“현재 아프리카 군단이 튀니지로 퇴각하고 있다는 연락을 들었습니다만, 저희 동부 상륙군과 영국 8군이 협공을 해서 롬멜을 잡으면 어떻겠습니까?”

“아니, 라이더 소장. 갑자기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롬멜을 잡겠다니?”

예기치 못한 라이더 소장의 주장에, 프레덴탈 소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불과 얼마 전에 한심한 패배로 병력을 잃고 교착 상황에 빠진 주제에, 또 다른 곳에서 다시 공세에 나서겠다는 말인가?

그러나 프레덴탈 소장의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라이더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프레덴탈 소장님, 잠시만 제 얘기를 들어봐 주십시오. 현재 롬멜이 이끄는 아프리카 군단은 서쪽으로 후퇴하고 있고, 그들의 목적지는 튀니지이거나 혹은 트리폴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소만.”

“그러니, 저희가 여기서 조금만 더 진격하면 롬멜이 트리폴리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프레덴탈은 라이더 소장의 말에 작전 지도를 살펴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롬멜이 트리폴리로 올 것은 분명한 데다가, 현재 독일 아프리카 군단은 트리폴리 항구를 통해 보급받고 있으니 먼저 가서 차단할 수만 있다면 좋은 수가 될 터였다.

하지만 프레덴탈 소장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라이더 소장. 지금 당신네들 위치에서 트리폴리까지 가려면 최소 650km는 가야 하오만, 이게 정말로 가능하리라 생각하시오?”

“보급만 지속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습니다!”

“아니, 문제는 거리만이 아니오. 당신들이 내려가면 우리와 당신들 사이에는 튀니지의 독일군이 남게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정말 작전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시오?”

이어지는 프레덴탈 소장의 지적에 라이더 소장은 대답이 없었다.

아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쉽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겠지.

하지만 프레덴탈은 그런 라이더에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뭐, 아프리카 군단의 후미를 치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소. 당신의 계획대로 트리폴리까지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만약 롬멜의 목적지가 튀니스라면 정말 영국 8군과 협공을 할 수도 있지 않겠소.”

“···그렇습니까.”

프레덴탈이 보기에, 현재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목적지는 튀니지였다.

물론 트리폴리까지 후퇴한 다음 거기서 철수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이탈리아령 리비아를 깔끔하게 버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지금까지 엘 알라메인을 사수하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독일놈들이 이제야 후퇴하는 이유는 우리의 상륙 때문에 튀니지와 이탈리아 남부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리라.

‘그래, 놈들의 목적은 튀니지를 사수하는 거다. 롬멜은 반드시 튀니스로 온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프레덴탈 소장은 라이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소. 아마 내 생각에 독일 아프리카 군단은 반드시 튀니지로 올 것이오.

그러니 동부 상륙군은 튀니지 남부로 이동하시오. 그리고 나중에 롬멜이 올라오면 그때 후미를 차단하는 거요. 아시겠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가 지났을 때, 프레덴탈 소장은 영국 8군으로부터 한 통의 보고서를 받았다.

그것의 내용은 바로,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이 트리폴리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

그 무렵, 빈니차의 베어 볼프 총통본부.

“파울루스 장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롬멜 원수가 후퇴하고 있다니?”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롬멜 원수의 독단인 것 같습니다.”

뒤늦게 롬멜의 후퇴 소식을 전해 들은 히틀러는 보고서를 찢어질 듯이 움켜쥐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롬멜 장군이··· 롬멜 장군이 내 명령을 무시했단 말인가? 이럴 수는 없네! 이건 명백한 배신이란 말일세!”

히틀러는 즉시 롬멜에게 보내는 전문을 작성했다.

그것은 독일의 전 국민이 그를 지켜보고 있으며, 현재 위치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북아프리카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총통 각하, 비시 프랑스로부터의 전언입니다. 현재 영미 연합군의 프랑스령 북아프리카 점령이 거의 끝났으며, 곧 튀니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5기갑군 사령관, 아르님 상급대장의 보고입니다. 지금까지 제프나 일대에서 대치 중이던 연합군이 튀니지 남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암울한 보고에, 더 이상 후퇴하면 롬멜 장군을 해임하겠다고 길길이 날뛰던 총통은 말없이 지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젠장, 빌어먹을 연합군 놈들···.”

이제 상황은 히틀러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은 엘 아게일라까지 후퇴해 있었고, 연합군의 이동으로 인해 튀니지와 트리폴리마저도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총통은 이런 상황에서도 끝끝내 후퇴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슬며시 말을 꺼냈다.

“각하, 만약 연합군이 트리폴리를 점령한다면 지금까지의 영토는커녕, 아프리카 군단과 이탈리아 남부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아프리카 군단을 퇴각시켜서 트리폴리를 방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결국, 히틀러는 이탈리아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좋소. 정 그렇다면 롬멜 장군을 다시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아프리카 군단을 트리폴리까지 후퇴시키도록 허락하겠소. 단, 트리폴리만큼은 끝까지 사수해야 하오!”

< 70화. 튀니지 전투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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