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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67화 (67/157)

< 67화. 검은 오케스트라 (2) >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당신들이 계획한 발키리 작전은··· 아마 실패할 겁니다.”

루드비히 베크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충격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감추며 말을 이었다.

“···발키리 작전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

그러나, 파울루스는 그런 베크의 반응에 비웃듯이 싸늘한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저한테는 그렇게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마 전에 통과된 발키리 계획을 이용해서 히틀러를 암살한 후 정권을 장악할 생각이시지 않습니까?”

‘젠장, 혹시나 했는데 역시 전부 다 알고 있었나.’

발키리 계획은 얼마 전부터 시행된 외국인 노동자 강제 동원 문제 때문에 새롭게 제정된 비상 대책 법안이었다.

현재 독일 국내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포로들이 굉장히 많이 수용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서 반란이 일어날 위험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그래서 이와 같은 비상 상태가 발생할 시, 보충군이 이들을 진압하고 국내의 모든 기구와 권한을 장악하도록 명시한 것이 바로 발키리 계획이었다.

베크는 이 법안을 이용해서 히틀러를 암살한 뒤, 보충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프롬 상급대장과 협력해서 정권과 기구들을 장악하고 신정부를 세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을 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벌써 그 정보가 외부인에게 흘러 나가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저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지? 저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발키리 작전을 알고 있단 말인가.’

사실, 베크는 파울루스를 불러들이기 전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와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정치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전형적인 프로이센 군인이지만 히틀러로부터 강력한 신임을 받고 있는 장군.

그것이 베크가 생각했던 프리드리히 파울루스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 앉아있는 저 남자는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히틀러를 제거하려는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려고 하고 있었고, 이미 우리 그룹의 핵심적인 인물들과 심지어 발키리 작전에 대해서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수상하단 말이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히틀러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이렇게 우리와 접촉한 것이라고?

그래.

그건 좋다.

하지만, 그는 도대체 어떻게 우리의 조직 구성원들과 발키리 계획에 대해서 알아냈단 말인가?

그렇게 베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동안, 파울루스는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뭐, 저를 못 믿으시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래도 권총은 좀 치우고 말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

“뭐, 저를 못 믿으시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래도 권총은 좀 치우고 말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자네를 신뢰할 수가 없네. 우리 중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던 계획을 미리 알고서 접근해 온 자네를 도대체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나는 베크의 불신에 가득 찬 시선을 담담하게 마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역으로 생각해서 제가 정말로 당신들의 적이라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올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제가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냥 친위대를 보내서 당신들을 체포한 뒤 심문했을 겁니다.”

내 말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노려보던 베크 장군은 누군가에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후, 좋네. 그럼 일단은 자네를 믿고 얘기해보도록 하지. 자네는 잠깐 물러나 있게.”

“예, 알겠습니다.”

그러자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내 뒤통수 근처에서 느껴지던 권총의 싸늘한 감촉이 사라졌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무리 외곽지역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베를린 시내에서 육군 참모총장을 죽이려 하다니. 어지간히도 막무가내로군.’

하지만 저들의 저런 과격한 대응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나로 인해서 저들의 조직과 계획이 발각된다면 다 죽게 될 테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를 죽이고 은폐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아무튼, 그럼 일단 자네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지. 그래서 발키리 작전이 실패할 거라는 말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우선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만약, 히틀러의 암살에 성공했다면 베를린을 장악할 부대는 있습니까?”

내 물음에, 그동안 옆자리에 앉아서 우리의 대화를 관망하고 있던 할더가 대답했다.

“당장 정해진 부대는 없지만, 어차피 발키리 계획이 발동되면 독일 국내의 모든 부대는 프롬 장군의 지휘하에 놓이게 되네.

그럼 그때 베를린 수도 경비대대를 동원해서 핵심 기관을 장악하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너무나도 안일한 이들의 계획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각하, 비상시의 지휘명령권 하나만으로 정말 그들이 국가 기관을 장악하는데 나서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그들이 쿠데타에 동참해준다고 하더라도, 당신네들이 세운 신정부를 독일의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 같습니까?”

독일의 팽창이 극에 달한 1943년 현재, 나치당과 히틀러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지지는 독일이 패망 직전까지 몰렸던 회귀 전의 1945년에도 여전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히틀러 한 사람만을 제거한 다음 우리가 쿠데타를 일으킨 신정부라고 나서면 누가 지지를 보내겠는가.

“흐음···.”

냉정한 내 지적에 할더와 베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나치당을 향한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는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뒤, 한참을 고민하던 할더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는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설마 쿠데타는 불가능하니 포기하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나를 향한 두 사람의 시선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느새 나에 대한 의심은 접어두고 진지하게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신정부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독일은 소련과 미국, 영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게다가 전선은 북아프리카부터 레닌그라드, 그리고 카프카스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고, 동원되는 자원과 인력은 극에 달한 상태.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내전을 벌이거나 그에 준하는 혼란이 야기된다면, 설령 쿠데타에 성공하더라도 전쟁에서 패배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쿠데타는 최대한 조용하게 핵심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전쟁의 수행과 향후 독일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치 고위층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흠, 나치 고위층만 제거한다라···.”

“일단은 계속 들어보지. 그럼 누구를 제거할 생각인가?”

“아돌프 히틀러, 헤르만 괴링, 하인리히 힘러, 그리고 파울 요제프 괴벨스입니다.”

내 말에 할더와 베크는 각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나치당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자는 내 주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겠지.

물론 나 또한 이런 절충안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의 상황에서 독일이 패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럼 자네는 차기 총통으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가?”

“일단, 총통제는 끝을 내야겠지요. 명분은 뭐, 히틀러가 유일무이한 총통이라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차기 총리는··· 알베르트 슈페어 장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슈페어라. 그자를 포섭할 자신은 있나?”

“맡겨주신다면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신만만한 내 대답에, 여전히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베크 장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의 계획은 흥미롭네만, 그래도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군. 일단은 날이 늦었으니 돌아가 보도록 하게. 그리고 다음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베크 장군과 악수를 나눈 뒤, 할더와 함께 다시 차에 올랐다.

그렇게 차가 출발하자, 할더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우···. 자네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 정말 잘한 짓일지 모르겠군.”

“이제 와서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쯧, 다 왔네. 다음에 다시 보세.”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차에서 내린 나는 할더에게 경례한 뒤, 다시 참모본부로 향했다.

*****

그렇게 검은 오케스트라와 접촉한 이후, 나는 다시 육군 참모총장으로서의 업무로 돌아갔다.

“각하, 북부집단군 보고서입니다.”

“거기에 두고 가게.”

“예!”

1943년 4월 1일, 현재 동부 전선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었다.

먼저, 레닌그라드 일대의 북부집단군은 라스푸티차가 끝나면서 다시 시작된 소련군의 공세에 힘겨운 공성전을 벌이고 있었다.

‘레닌그라드라···. 이쪽은 뭐, 보급과 증원이 끊기지만 않으면 당장 큰 문제는 없을 터.’

그리고, 돈강 일대의 남부집단군은 발터 모델 상급대장의 지휘하에 방어선을 수 겹으로 구축하고 있었다.

‘이쪽은··· 방어선 구축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 소련군의 공세가 레닌그라드로 향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동부 전선 일대의 보고서를 모두 훑어본 나는 마지막으로 서부전선 총사령부의 보고서와 아프리카 원정군 보고서로 눈을 돌렸다.

“···그럼 결국, 문제는 이쪽이군.”

현재, 프랑스령 북아프리카에 상륙한 영미 연합군은 쉽게 항복하지 않는 프랑스군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는 프랑스령 식민지 당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사정이 곤란한 것은 우리 독일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총통 회의에서 결국 아프리카 군단의 퇴각을 허가받지 못하는 바람에, 튀니지를 방어할 5만의 병력을 어딘가에서 차출해야 했는데 동부 전선에서는 도무지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룬트슈테트 원수가 맡고 있는 서부 전선 사령부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보고서였다.

“후··· 결국 결론은 우리도 사정이 어려우니 3개 사단밖에 보내줄 수 없다는 거로군. 이거 참, 3만 명이라도 보내준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일단 나는 서부전선 사령부에서 보내준 3개 사단을 북아프리카로 파견하도록 명령서에 서명한 뒤, 다시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참모총장, 파울루스 원수일세. 무슨 일인가?”

“가, 각하! 현재 연합군이 튀니지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 67화. 검은 오케스트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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