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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62화 (62/157)
  • < 62화. 2차 레닌그라드 공방전 (4) >

    “총통 각하,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대규모 항공 수송을 통해서 레닌그라드에 병력과 무기들을 증원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레닌그라드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서 내가 생각해낸 방책은 바로 항공 수송을 통해서 팔슈름예거 부대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항공 수송이라···. 그렇군. 육로나 해로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하늘을 날아간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겠어. 그럼 병력을 얼마나 투입하면 좋겠는가?”

    “우선 공군과 작전을 조율해봐야겠지만, 현재 대기 중인 제1공수 군단을 투입하면 충분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무렵, 팔슈름예거 부대는 1941년에 있었던 크레타섬 전투와 1942년의 몰타 점령전에서 입었던 피해를 대부분 회복하고 군단급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이들 중 다수가 아직 실전 경험이 없는 신병들이긴 하지만, 이번 공수작전은 아군 점령지인 레닌그라드에서 실시할 예정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정말 그 정도 증원만으로 레닌그라드를 지켜낼 수 있겠나? 게다가 적들은 이번 공세에 신형 T-34를 투입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막을 생각인가?”

    “그래서 말입니다만, 최근에 개발 중인 신무기들을 레닌그라드에 투입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신무기? 어떤 것 말인가?”

    히틀러는 신무기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두 장의 보고서를 슬쩍 내밀었다.

    “MKb42(H)? 그리고 판처 파우스트라···.”

    두 개의 보고서를 흥미롭게 읽던 히틀러는 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작년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 판처 파우스트는 알겠네만, MKb42(H)는 탄약 호환성 문제 때문에 내가 개량을 지시했을 텐데. 지금 당장 투입할 수 있겠나?”

    “제가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과거, 제식소총으로 채용되기 직전까지 갔을 때 생산되었던 물량과 탄약이 아직 보관되어있습니다.

    이것을 이번 전투에 한 번 투입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흠···.”

    사실 이는 거짓말이었다.

    지금 창고에 저장된 MKb42(H)와 신형 탄약들은 모두 내가 참모총장으로 임명된 후에 생산을 지시한 것이었다.

    ‘원래라면 히틀러를 제거한 다음에 전선에 보급할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급박하니 이렇게라도 둘러대는 수밖에.’

    “···뭐, 좋소. MKb42(H)는 탄약의 호환성 문제만 제외하면 성능은 확실하니, 분명 도움이 되겠지. 이번에 투입해 보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히틀러는 그런 내 말에 미심쩍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도 상황의 급박함을 알기 때문인지 더 이상은 캐묻지 않고 허락을 내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레닌그라드 상공에서는 무수히 많은 팔슈름예거 대원들과 무기 컨테이너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1943년 2월 23일, 레닌그라드 동쪽에 위치한 이름 없는 개활지.

    이곳에서 낙하산을 접고 있던 제12 팔슈름예거 연대 소속, 볼프만 대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중대장님, 이쪽입니다! 이쪽 깃발이 있는 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네.”

    솔직히, 크레타섬 전투부터 몰타섬 점령전까지 모두 참전했던 볼프만 대위가 보기에 이번 공수작전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우선 그들이 메고 내린 낙하산은 낙하 속도가 빠른 공수작전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었고, 공수작전도 밝은 대낮에 이루어졌다.

    게다가 그들이 낙하하는 동안 어떠한 대공 사격이나 위험도 없었으며, 낙하지점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며 집결지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거야 원, 공수작전이 아니라 병력 이송 작전에 가깝지 않나. 이럴 거면 공수를 시키지 말고 활주로를 만드는 편이 훨씬 싸게 먹혔을 텐데.’

    볼프만 대위는 내심 투덜거리며 병사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그가 집결지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그의 중대원들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종대로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간단한 작전도 못 하고 낙오하는 놈은 없겠지? 우리 중대에는 없으리라 믿는다!”

    “없습니다!!”

    볼프만 대위는 우렁차게 대답하는 중대원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귀를 가리지 않는 공수 헬멧부터 상의와 하의가 이어진 점프슈트, 그리고 무릎의 보호대까지.

    분명 이들의 복장을 보면 팔슈름예거임에 틀림없었지만, 이들이 들고 있는 무장은 조금 달랐다.

    ‘MKb42(H)에 판처 파우스트라. 좋은 무기를 쥐여주는 건 좋지만, 이래서야 그냥 척탄병이나 다를 바 없지 않나.’

    역시 이번 작전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볼프만 대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좋다. 현 시간부로 우리 중대는 레닌그라드 남부 시가지의 방어에 투입된다. 전원 이동하도록!”

    “예!”

    그리고 잠시 뒤, 시가지에 도착해 전선을 배정받은 볼프만의 중대는 곧바로 전투에 투입되었다.

    “중대장님, 소련놈들이 접근합니다!”

    “대기해! 충분히 끌어들인 다음 갈겨라!”

    볼프만 중위는 끝없이 밀려오는 소련군을 보면서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렇게 급박한 상황이니 우리 팔슈름예거를 보병처럼 투입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며칠 전에 지급받은 MKb42(H)를 바라보았다.

    ‘이게 기관단총처럼 갈기면 되는 무기라고 했던가? 그럼 어디 한번 쏴볼까.’

    볼프만 대위는 벽 뒤에 엄폐한 채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오는 소련군 무리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당!

    살짝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예상보다 강한 반동이 대위의 어깨를 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달려오던 소련군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이건··· MP40보다는 Kar98k를 연발로 쏘는 느낌이군.”

    분명 그가 듣기로는 kar98k와 탄이 호환되지 않으니 주의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느낌이 비슷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몰려오는 소련놈들을 무찌르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볼프만 대위는 곧바로 다음 적을 찾아 총구를 돌렸다.

    타당! 타다당!

    그렇게 몇 번이고 MKb42(H)를 갈기던 볼프만 대위는 어느새 이 신형 소총이 마음에 쏙 들기 시작했다.

    적을 찾고, 갈긴다.

    매번 방아쇠를 당길 필요도 없고, 굳이 조준이 정확할 필요도 없다. 대충 지향하고 몇 발 갈겨주면 알아서 적이 쓰러지니까.

    ‘MKb42(H)라··· 정말 끝내주는군.’

    그러다 잠시 뒤, 30발들이 탄창을 하나 텅 비우고 나서야 볼프만 대위는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볼프만의 중대를 향해서 다가오던 소련군은 어느새 물러나고 있었고, 그들의 주변에는 거멓게 그을린 탄피들로 가득했다.

    “···슈타이너 소위, 아무래도 병사들이 신형 소총을 제멋대로 쏴 갈기는 모양이군. 이 MKb42(H) 소총은 탄알을 보급받기 어려우니 가급적이면 아껴서 쏘도록 전파하게.”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볼프만 대위는 자신의 명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

    그 무렵, 볼호프에 위치한 볼호프 전선군 사령부.

    로코솝스키 중장은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전투의 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젠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난번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결과 보고서에서는 분명 아군이 시가지 전투에서 유리하다고 했을 텐데, 어째서 아군이 저놈들에게 밀리고 있단 말인가.’

    1943년 2월 25일, 현재 레닌그라드 시가지로 들어간 볼호프 전선군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곳 레닌그라드의 시가지는 스탈린그라드 때와는 다르게 도심이 거의 파괴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탁 트인 대로와 요새화된 건물을 중심으로 전투가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런 전장에서는 소련군이 바라는 난타전, 백병전의 상황이 생각만큼 많이 전개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중기관총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한 독일군에게 격퇴되기 일수였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로코솝스키가 내린 판단은 바로 기갑부대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탁 트인 대로와 요새화된 건물 때문에 놈들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그렇다면 그 길을 통해서 기갑부대를 투입하면 될 터.’

    로코솝스키가 판단하기에, 지금 레닌그라드의 독일군에게는 그들의 신형 T-34/85를 격퇴할만한 대전차 화기가 전무 할 터였다.

    그렇다면 이 전차를 방패 삼아서 놈들에게 접근하고, 85mm 주포로 건물을 공격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가 T-34/85를 시가지로 투입하자 독일놈들은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를 이상한 무기로 전차를 격파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따위 장난감 같은 것이 정말로 대전차 화기란 말인가.’

    로코솝스키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노획된 신무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선 부대의 보고에 따르면, 마치 막대사탕처럼 생긴 이 신무기는 최대 30m 거리에서 아군 신형 전차의 전면 장갑을 관통한다고 했던가.

    물론 30m라는 게 야지 기준에서는 그리 긴 거리도 아닌 데다가, 이를 발사하는 동안 보병은 사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테니 그리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가지 전투에서만큼은 그야말로 완벽한 대전차 무기란 말이지.’

    그러나 이 녀석의 모든 단점은 시가지 전투라는 상황 속에서 모두 가려졌다.

    30m라는 짧은 사거리는 거리와 건물에서 교전이 이어지는 시가전의 특성상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사격 중 노출되는 문제도 골목길이나 옥상 등에서 쏘고 도망치니 응사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로코솝스키가 야심차게 투입했던 신형 전차들은 진즉에 격퇴되어 물러났고, 지금은 보병들 간의 교전마저도 교착상태에 빠져 양측 모두 증원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코솝스키는 아직까지도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시간은 그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독일놈들의 증원이 도착하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될 터. 그전까지만 레닌그라드를 함락하면 된다.’

    게다가 이제 곧 주코프 장군이 보내주기로 한 증원군도 도착할 터.

    그 병력을 한꺼번에 투입하면 독일놈들이 무슨 수를 쓴다고 해도 레닌그라드를 사수하기는 어려우리라.

    로코솝스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가로 다가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참모장이 보고서를 들고서 집무실로 들어왔다.

    “사, 사령관 동지···.”

    “무슨 일인가. 혹시 주코프 장군이 보낸 증원군이 도착한 건가?”

    그러나 참모장이 가져온 보고서의 내용은 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그게··· 독일군의 기갑부대가 포위망을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 62화. 2차 레닌그라드 공방전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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