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61화 (61/157)
  • < 61화. 2차 레닌그라드 공방전 (3) >

    1943년 2월 20일.

    소련의 일간지, 「프라우다」지에는 놀라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그건 바로 혁명의 수도, 레닌그라드를 수복하기 위한 소련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 레닌그라드 탈환을 위한 대반격 개시!

    우리의 붉은 군대가 지난 1년간 파시스트 놈들의 손에 빼앗겼던 레닌그라드를 탈환하기 위해서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이 공세에 가장 앞장선 이는 야로슬라블 출신의 젊은 장교, 이고르 예브게니에비치 소위다. 과거 레닌그라드 방위군 소속으로 나치와 맞서 싸웠던 그는 이제 다시 레닌그라드를 되찾기 위해···

    프라우다 지의 한쪽 구석에 짤막하게 실린 이 선전 기사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패배로 낙심하던 소련 인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이 젊은 영웅의 이야기는 곧 소련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퍼져나가던 이 기사는 결국, 돌고 돌아서 크렘린궁의 서기장 집무실 책상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주코프 동지, 이 기사가 정말 사실인가?”

    “······.”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갑자기 크렘린으로 호출된 주코프는 서기장이 내민 신문 기사를 보고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레닌그라드를 탈환하기 위한 대반격이 시작되었다고?’

    사실 주코프가 보기에도 이 선전 기사의 내용이 완전히 거짓인 것은 아니었다.

    로코솝스키가 이끄는 볼호프 전선군이 지금 레닌그라드 일대에서 반격에 나선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무로만스크를 회복할 때까지 독일군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작전일 뿐이지, 이 기사의 내용처럼 레닌그라드를 탈환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는 결코 아니었다.

    ‘빌어먹을, 선전 장교 놈들이 멋대로 기사를 부풀려 쓴 건가? 아니면 설마 로코솝스키 그놈이 멋대로 나서버린 건가.’

    그렇게 주코프 대장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그의 표정을 읽은 스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동지도 모르는 일인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서기장 동지. 제가 금방 확인하고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아니, 아니오. 잠시 기다려보시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던 주코프는 스탈린의 말에 다시 자리에 멈춰 섰다.

    그가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서기장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와 기사를 잠시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동지, 만약 이 기사의 내용대로 지금 레닌그라드를 공격 중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경우, 아군의 승리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오?”

    “승리 가능성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정말로 지금의 이 공세로 레닌그라드를 탈환할 수 있겠느냔 말이오.”

    갑작스러운 서기장의 물음에, 주코프는 작전 지도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지금까지 볼호프 전선군에서 올라온 보고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지금까지의 전황은 꽤 괜찮군.’

    며칠전, 로코솝스키가 보내온 보고에 따르면 현재 독일 측의 병력은 20만 정도에 기갑전력은 많지 않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현재 레닌그라드 포위망 안쪽에서 농성 중인 전력은 많아봤자 10만 정도에 불과할 터.

    지금 당장 독일놈들이 보급과 증원을 보내더라도 한동안은 아군이 압도적인 병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독일놈들이 강하다고 해도 시가전에서는 우리도 크게 밀리지 않지. 그렇다면 의외로 한번 해볼 만하겠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주코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비록 일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현재 적은 아군의 기습적인 진격에 밀려 열세에 처한 상황입니다.

    적의 증원이 도착하기 전에 승부를 본다면 레닌그라드를 탈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좋군. 그럼 이참에 그냥 레닌그라드를 점령해버리시오.”

    “하지만 동지, 만약 이번 공세가 실패한다면 카프카스를 회복하는 것은 더욱 늦어질 겁니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스탈린은 주코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주코프 동지, 지금 우리 인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석유보다도 희망이오. 언제나 지기만 하는 우리들도 저 빌어먹을 파시스트 놈들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 말이지.”

    “······.”

    무뚝뚝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서기장의 깊은 목소리에 주코프는 대답할 말이 없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석유 문제는 무르만스크 랜드리스 항로만 재개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터. 그러니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닌그라드를 탈환해주시오. 알겠소?”

    그런 서기장의 말에 주코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

    그 무렵, 티흐빈에 위치한 볼호프 전선군 사령부.

    이곳에서 로코솝스키는 초조하게 아군의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모장, 시가지 점령은 어떻게 되었나?”

    “···사령관 동지, 마지막으로 보고가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병사들을 믿고 기다려주시지요.”

    “그런가···.”

    하지만 로코솝스키는 초조한 마음을 도무지 달랠 수가 없었다.

    원래 로코솝스키의 계획은 기습적인 공세로 단숨에 승기를 잡고 스타브카에 사후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굳건한 방어선과 예상외로 강력한 독일군의 저항 때문에 볼호프 전선군의 진격은 점점 더 지지부진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 결과, 공세에 나선 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군대는 레닌그라드 시가지 외곽만 조금 점령했을 뿐 네바강은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제기랄···. 이제 곧 스타브카에서도 우리가 레닌그라드에 진입한 것을 눈치챌 텐데, 주코프 동지에게 도대체 뭐라고 하면 좋단 말인가.’

    그렇게 로코솝스키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로코솝스키는 재빨리 책상으로 뛰어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볼호프 전선군 사령관, 로코솝스키 중장이네. 그래, 공세는 어떻게 되었나?”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는군, 로코솝스키 동지. 레닌그라드 공략은 잘 진행되고 있소?”

    “······주, 주코프 동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스타브카의 최고 사령관 대리 게오르기 주코프 대장이었다.

    “로코솝스키 동지,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레닌그라드를 포위하라고만 말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볼호프 전선군의 작전 목표가 레닌그라드를 탈환하는 것이 되었소?”

    주코프의 싸늘한 목소리에 수화기를 쥔 로코솝스키의 손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로코솝스키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동지. 하지만 현장 지휘관의 눈으로 보기에 진격을 멈추기에는 아까운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공세를 지속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소? 동지의 그 판단은 옳았소?”

    “조금만 더 공세를 계속한다면···.”

    “후우···.”

    로코솝스키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깊은 한숨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젠장, 역시 그냥 넘어갈 리가 없나.’

    하긴, 주코프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의 행동은 작전을 흐트러뜨리는 명령 불복종 행위에 불과할 터.

    결과가 좋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지.

    로코솝스키가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주코프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로코솝스키 동지, 동지는 정말 운이 좋은 줄 아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 서기장 동지께서 특별히 지시하셨소. 이번 기회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닌그라드를 탈환하라고 말이지.”

    “······.”

    너무나도 뜻밖의 소식에 로코솝스키는 대답조차 잊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주코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동지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소. 2개 야전군을 보내줄 테니, 반드시 레닌그라드를 점령하시오. 알겠소?”

    *****

    그렇게 소련 측에서 레닌그라드 탈환을 결정하고 병력을 증파했을 바로 그 무렵.

    빈니차에 위치한 베어 볼프 총통본부에서는 이번 레닌그라드 공격에 대한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해서 현재 소련군은 발트해부터 가치나, 벨리키노브고로드, 일멘호까지 진격해 레닌그라드 일대를 차단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레닌그라드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흠. 그럼 포위망 안에 있는 아군 병력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확인된 바로는 50군단과 54군단 예하의 장병 10만 명이 레닌그라드 일대에서 전선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후, 10만이라···.”

    참모차장의 상황보고가 끝난 뒤, 말없이 지도를 살피던 히틀러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소, 파울루스 장군. 장군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히틀러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구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레닌그라드를 사수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단 구원군이 도착하기만 하면 아군의 승리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구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것 같소?”

    “···아마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 달이라··· 정말 2개 군단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겠소?”

    히틀러의 물음에 회의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젠장, 한 방 먹었군. 설마 이 타이밍에 레닌그라드를 공격할 줄이야.’

    사실, 소련군의 레닌그라드 포위는 이렇게 큰 위협이 될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남쪽 일대를 차단한다고 해도 어차피 핀란드를 통해서 보급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발트해 항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통행이 가능했으니까.

    그렇게 잠깐의 포위와 공격만 견뎌내면 금방 반격에 나서서 얼마든지 수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아군의 전력이 대부분 카프카스 일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거지.’

    그러나 이번에는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하필이면 대부분의 예비 전력이 남쪽에 집중되어 있을 때 소련군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서 구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18군이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공세에 소련군은 대량의 신형 T-34를 투입했다고 했다.

    병사들이 말하는 신형 T-34라면 아마도 T-34/85를 말하는 것일 터.

    그렇다면, 반격작전에 최소 4호 전차 이상의 기갑전력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할 텐데, 과연 그때까지 레닌그라드의 병사들이 버텨줄 수 있을 것인가.

    ‘젠장, 한 달만··· 한 달만 어떻게든 버텨낸다면···.’

    그렇게 고민하던 중, 내 머릿속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각하,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무엇 말이오?”

    < 61화. 2차 레닌그라드 공방전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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