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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39화 (39/157)
  • 39화. 천왕성 작전 (1)

    “두 사람 모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시오.”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서기장 동지.”

    “그럼 물어보겠소. 내 어제 아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놈들을 몰아내고 있

    다는 보고를 받았소만, 이것이 정말 사실이오?”

    갑작스럽게 서기장의 집무실로 불려온 두 사람, 주코프와 바실렙스키는 스탈

    린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조심스레 답했다.

    “사실이 맞습니다. 현재 추이코프 동지가 이끄는 62군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

    서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후······.”

    자신만만한 주코프의 대답에, 스탈린은 그의 발밑으로 무언가를 내동댕이치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럼 이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네들은 이 기사도, 사진도 모두 조작

    이라고 말할 셈인가?”

    갑작스러운 서기장의 호통에, 주코프는 흠칫 놀라면서도 재빨리 시선을 아래

    로 내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서기장 동지가 집어던진 그것은 독일의 일간지로 보이는 누런 신문 한 부였다.

    그리고 그것의 1면에는 「스탈린그라드의 함락이 머지않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도시 위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제기랄···.’

    주코프는 자신의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어렵

    게 입을 열었다.

    “서기장 동지. 스탈린그라드의 함락이 머지 않았다는 기사는 놈들의 프로파간

    다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지금도 우리 병사들이 도시를 점점 되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저 사진은 무엇이오? 저것도 다 조작이란 말이오?”

    “사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번의 세바스토폴 전투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저런 야포 하나 때문에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 야포에 계속 두드려 맞고 있자는 말인가? 세바스토폴도 결국에는

    그렇게 함락되었지 않소! 스탈린그라드도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하시오?”

    얼음장같이 싸늘한 서기장의 말에, 주코프와 바실렙스키는 그만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스탈린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다가 조용히, 그러나 분노

    에 가득 찬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다.

    “참모본부로 돌아가시오. 가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

    하시오.”

    *****

    “후··· 곤란하게 됐군. 바실렙스키 동지, 스탈린그라드 전선군에서 올라온 보

    고를 전부 가져다주게.”

    “알겠습니다, 동지.”

    스타브카로 돌아온 주코프와 바실렙스키는 곧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관한

    모든 자료를 펼쳐놓고 전황을 다시 한번 면밀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1942년 9월 10일.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독일군은 포위망을 형

    성한 채 야포를 쏘며 버티고 소련군은 이를 밀어내려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공수가 바뀌어버린 모양새가 되었군.’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련군이 거의 일방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었다.

    “바실렙스키 동지, 자네는 현재의 전황을 어떻게 보는가? 62군의 반격이 결국

    아군의 이득이라고 생각하나?”

    “결국, 작전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군의 목표가 스탈린

    그라드의 사수인 이상 피해가 막심하더라도 놈들을 시가지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은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실렙스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략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또 다릅니다. 현재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시가지의 특성상, 그리고 선착장 하나에 보급과 증원을 의존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병력을 축차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지금의 이 시가전 교전 비를 보면 결국에는 아군이 과다출혈로 패배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코프는 바실렙스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아군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병력 자원을 징집해 신규 부대들을 만들어

    내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결국에는 유한한 자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병력을 아낌없이 투입하다간 결국에는 예비대가 모두 고갈

    되는 시점이 오게 될 터.

    “역시 지금과 같은 소모전을 계속할 수는 없소. 단 한 번의 강력한 반격으로

    놈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수밖에.”

    “그렇다면 반격 지점은 어디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주코프는 잠시 고민한 끝에 두 개의 지점을 손으로 짚었다.

    천왕성 작전 기본 지도 (공세 지향선).png

    “여기랑, 여기요.”

    그곳은 루마니아 3군이 방어하고 있는 클레츠카야와 루마니아 4군이 담당하고

    있는 사르파 호수 일대였다.

    “딱 봐도 독일놈들 양쪽을 지키고 있는 동맹국 부대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겠

    군. 우선 클레츠카야에서 돈 강을 도하한 뒤 이탈리아군을 서쪽으로 밀어내며

    칼라치까지 진격하고, 사르파 호수부터 칼라치까지 남쪽을 닫아서 스탈린그라

    드 일대의 독일 놈들을 완전히 포위해버리는 거요.”

    “하지만,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병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현재 가용한 예비대는 얼마나 남아있소?”

    주코프의 물음에 바실렙스키는 예비대 배치 지도를 살펴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모스크바 일대를 방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비대를 제외하고 전부 투입한다

    고 하더라도··· 약 75만 정도입니다.”

    “75만이라··· 생각보다 적군.”

    “지난 모스크바 전투 때 놈들한테 포위당했던 것이 꽤 컸습니다. 그것만 아니

    었어도 최소 100만은 동원할 수 있었을 텐데요.”

    “후,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그럼 북쪽 클레츠카야에서 50만, 남쪽 사르

    파 호수 방면에 25만을 동원하는 것으로 하겠소.”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작전은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주코프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천왕성. 천왕성 작전으로 하지.”

    *****

    그렇게 스타브카에서 비밀리에 천왕성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스탈린그라드에

    서는 여전히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치열한 혈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황은 좀 어떤가?”

    “지금은 스탈린그라드 시가지의 약 30% 정도를 점령한 상태입니다. 현재 시가

    지 안에 투입된 병력은 51군단 예하의 5개 사단뿐입니다.”

    나는 슈미트 중장의 보고를 들으며 스탈린그라드 시가지 지도를 바라보았다.

    현재 아군은 백병전에 휘말리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에서

    포위망을 튼튼하게 구축한 채 현재 위치만을 사수하고 있었다.

    “좋네,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렇게 아군의 병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적들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지.

    우리가 현재 위치에서 버티기만 해도 저놈들은 우리의 야포 때문에 반격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일세.”

    “하하, 맞습니다. 특히 구스타프 열차포를 한번 발사할 때마다 아주 열렬하게

    반응하더군요.”

    슈미트 중장의 말대로, 며칠 전에 도착한 구스타프 열차포는 그 거대한 덩치

    만큼이나 탁월한 화력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스탈린그라드 중앙역부터 시작해서 며칠 전에는 트랙터 공장을, 오늘은 벽돌

    공장을 날려버렸더군요. 계속 이런 식으로 놈들을 압박한다면, 도시를 굳이

    점령하지 않아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나는 슈미트 중장의 낙관적인 전망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에게 되물

    었다.

    “좋네. 그럼 내가 지난번에 지시했던 정찰 건은 어떻게 되었나?”

    “그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사령관님의 추측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슈미트 중장이 내민 정찰 보고서를 하나씩 훑어보았다.

    - 1942/9/17 정찰 보고

    클레츠카야 방면 4km 지점의 돈강 맞은편에서 대규모 기갑부대의 기동을 확인

    하였음. 대규모 공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

    - 1942/9/19 정찰 보고

    스탈린그라드 남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볼가강을 도하 하였음을 확인. 다음 공

    세를 위한 병력 증원으로 예상됨.

    - 1942/9/20 정찰 보고

    스탈린그라드 북쪽 철도 방면에서······

    보고서 안에는 회귀 전처럼 천왕성 작전을 위해 소련군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적혀있었다.

    ‘···놈들의 대처가 내 기억보다도 훨씬 빠르군. 설마 이것도 역사가 바뀐 탓

    인가?’

    어쨌든,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 놈들의 반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이상, 최대한 빨리 천왕성 작전에 대한 대책을 갖춰야 했다.

    “슈미트 중장, 남부집단군 사령부에 연락을 넣어주게. 보고 드릴 것이 있다고

    말이야.”

    *****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로스토프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 노보체르카스크의 남부집단군 사령부로

    향했다.

    “남부집단군 사령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만슈타인 원수께서는 집무실에

    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나는 만슈타인의 부관, 슈탈베르크 중위의 안내를 받아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내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만슈타인 원수는 카프카스 일대가 그려진

    작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지도에는 카프카스 평야 남쪽을 향해서 진격하고 있는 1기갑군과 17군의

    전황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 지도를 슬쩍 훑어보다가 만슈타인에게 경례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각하.”

    “그래.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자, 자리에 앉으시게나.”

    만슈타인은 나에게 자리를 권했고, 나는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

    리에 앉자, 만슈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한창 바쁠 자네가 여기까지 직접 왔다는 건 그만큼 중

    요한 용무가 있다는 거겠지. 그래, 무슨 일인가?”

    나는 만슈타인에게 그동안의 정찰 보고서를 내밀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현재 돈강 북쪽과 스탈린그라드 남쪽에서 소련군 병력이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취약한 루마니아 3군과 루마니아 4군을 돌파해서 저희 6군을 크

    게 역포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흠··· 그렇군.”

    내 말에, 만슈타인 원수는 스탈린그라드 일대가 그려진 작전 지도를 가져와

    심각한 표정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래, 저 보고서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타

    당하겠지.”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자, 만슈타인 원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모두 사실이겠지. 그렇다면 자네는 우리

    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처라···.’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바라보는 만슈타인의 태도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

    을 열었다.

    “현재 남쪽으로 진격 중인 1기갑군과 17군을 회군시키고, 재편 중인 11군을

    돈강 일대의 동맹국 부대 후방에 전략 예비대로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희가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내 대답에, 만슈타인 원수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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