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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3화 (13/157)

13화. 태풍 작전 (1)

“좋아.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네.

자네는 우리 북부집단군이 레닌그라드를 점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레닌그라드라···.’

레프 원수의 질문에 나는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1941 레닌그라드 (1).png

현재 레닌그라드는 북쪽으로는 핀란드군으로, 남쪽으로는 북부집단군에 의해

포위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포위망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육로는 막혔을지언정 동쪽의 라도가 호수를 통해서 소련군의 보급선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게다가 레닌그라드의 방어선은 이미 철저하게 요새화된 상태였다. 남쪽 전선

은 레닌그라드 시 외곽부터 동쪽의 네바강을 따라서, 북쪽 전선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카렐리안 요새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요새화된 시가지와 끊임없이 보급이 지속되는 불완전한 포위망.

현재 레닌그라드의 상황은 나에게 패배의 굴욕을 안겨주었던 스탈린그라드 전

투와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제기랄.’

하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발트해와 라도가 호수입니다.”

“발트해와 라도가 호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세히 말해보게.”

“현재 레닌그라드의 소련군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라도가 호수를 통해 저들

의 보급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선, 제4기갑집단을 동진시켜서 라도가 호수 연안을 모두 점령해야

합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시가지 내에 포위되어 있던 소련군들은 볼가강을 통

해서 끊임없이 보급과 증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보급선을 끊으려면 볼가강을

도하하고 건너편을 점령해야 했는데 당시의 아군에게는 그럴만한 장비도, 병

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얘기가 달랐다.

지금의 우리들은 강을 도하할 필요도 없이 호숫가를 따라서 고작 115km정도만

진격하면 핀란드 군 점령지와 전선을 연결할 수 있었고, 공세를 위한 기갑 집

단도 이미 확보된 상태였다.

“그렇군. 동쪽으로 진격하는 것만으로도 적의 보급선을 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물론 이렇게 동쪽으로 뻗어 나가면 노출된 남쪽 측면이 공격당

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저들은 모스크바를 방어하는데 급급해서 이곳까지 공

격하진 못할 겁니다.”

“하하하, 설마 중부집단군 놈들 덕을 보게 될 줄이야. 재미있군. 그럼 발트해

는 무슨 의미인가?”

“바로 크릭스마리네(Kriegsmarine)입니다.”

“크릭스마리네? 설마 물개 놈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말인가?”

내 말에 레프 원수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각하, 레닌그라드를 점령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운을 통한 보급로 개선

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차피 발틱 함대를 처치해야만 합니다.”

“뭐, 그건 그렇네만. 그래, 그럼 저 놈들을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말인가?”

“바로 지원 포격과 상륙 작전입니다.”

2차대전 중 크릭스마리네는 기껏해야 무제한 잠수함 작전 정도로밖에 기억되

지 않는 존재감 없는 군대였지만, 의외로 이들이 가진 수상함대 전력은 약하

지 않았다.

1941년 현재 출격 가능한 함선만 따지더라도 비스마르크급 2번함 티르피츠부

터, 샤른호르스트, 그나이제나우, 아드미럴 히퍼, 프란츠 오이겐까지.

영국의 로열 네이비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할지언정, 기껏해야 1차대전 이전에

건조된 드레드노트급 전함 두 척이 주력인 발틱 함대를 쓰러뜨리기에는 차고

넘치는 전력이었다.

“저들을 이용하면 레닌그라드 시가지에 직격으로 38cm 함포사격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시가지 내부에 부대를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레닌그

라드 방어선을 우회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가지에 상륙하더라도 끔찍한 시가전을 치러야 하긴 하지만, 적들의 보급이

끊어진 뒤라면 그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함포 지원 사격, 그리고 상륙 작전이라···.”

레프 원수도 내 말이 타당하다 생각했는지 한참 동안이나 지도를 들여다보면

서 생각에 잠겼다.

“···크릭스마리네의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한번 해 볼 만할 것 같군.”

“그 부분은 제가 한번 총통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고맙네! 그럼 자네만 믿고 있겠네!”

그제서야 레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독일의 킬(kiel) 항구에 정박해 있던 북해의 고독

한 여왕, 티르피츠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1941년 10월 2일.

크릭스마리네의 수상함대가 한창 발트해를 가로지르고 있을 바로 그 순간, 스

몰렌스크의 중부집단군 사령부에서는 모스크바 공략을 위한 태풍 작전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각하, 현재 전 군 모두 공세 준비를 완료했다는 보고입니다. 명령만 내려주

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작전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네. 잠시 기다리게.”

참모장의 보고에 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중앙에 놓인 책상 위에는 중앙 러시아 일대가 10만분의 1 축적으로 그

려진 거대한 군용 지도가 놓여 있었다.

태풍 작전.png

그리고 그 지도 위에는 푸른색 깃발들이 일 열로 서 있었다.

벨리키예루키의 9군부터 스몰렌스크의 제3기갑집단, 로슬라블의 4군, 브리얀

스크에는 2군이, 그리고 쿠르스크의 제2기갑집단까지.

이번 공세를 위해서만 총 200만 명의 병력과 700여 대의 전차, 그리고 14000

여 개의 야포가 준비되었다.

이제 내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저 거대한 군세가 남북으로 평원을 가로지르

고 달려가 소련의 심장, 모스크바를 물어뜯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보크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습군. 이 나이에 이렇게 설렐 줄이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도 이렇게 낙관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총통이 제4기갑집단을 배속시켜 달라는 그의 요청을 반려한 탓에 아군의 기갑

전력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에 반해 소련놈들은 무려 3

중 방어선까지 완공하고 우리의 진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놈들이군. 이 드넓은 평원 위에다 3중 방어선이라니···.’

아군의 정찰 보고에 따르면 놈들은 오스타시코프부터 브리얀스크까지 1차 방

어선을, 클린에서 칼에 따르면 놈들은 오스타시코프부터 브리얀스크까지 1차

방어선을, 클린에서 칼루가까지 2차 방어선을, 모스크바 외곽에 3차 방어선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스타시코프부터 브리얀스크라면 무려 432km가 아닌가? 최소한의 참호와 대

전차 장애물 정도만 만든다고 해도,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소련놈들은 그것을 해냈다.

게다가 집단군 사령부까지 보고가 올라올 정도의 방어선이라면 흉내만 낸 장

애물은 절대 아닐 터였다. 그렇다는 것은, 놈들도 이번만큼은 전력을 다했다

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크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의 그에게는 세계 최강의 정예군 200만과 무적의 기갑부대가 있다. 이 정

도 전력이라면 소련놈들이 어떤 방어선을 만들어 놓던지 간에 박살낼 수 있으

리라.

‘그래. 내 손으로, 이 한 번의 공세로 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거다.’

보크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전 군에 전파하게. 태풍 작전을 개시한다.”

*****

“프란츠, 이제 슬슬 탑승해라! 출격 대기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상사님.”

3호 전차의 포탑에 앉아 가을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던 프란츠는 담배 꽁초

를 집어던지고 포탑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출격이라, 또 다시 진격인 건가.’

프란츠는 좁디좁은 포수석에 앉아 출격 명령을 기다리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속한 제3기갑집단은 올해 6월 말 프로이센 인근에서 출발한 이래로 지금

까지 궁둥이에 알이 배길 정도로 오랫동안 달려왔다.

비아위스토크, 민스크, 오르샤를 거쳐 이곳 스몰렌스크까지. 지난 3달 동안

쉬지도 않고 달리고 쏘고 달리는 나날들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진격하고도

아직도 더 나아갈 곳이 있단 말인가?

“하버 상사님?”

“왜.”

“이번 작전의 목적지가 모스크바가 맞습니까?”

“그래. 드디어 모스크바다.”

이 지긋지긋한 마음은 하버 상사도 다르지 않았는지, 그의 말투에서도 피곤함

이 묻어나왔다. 그 말투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프란츠는 다시 물었다.

“그럼, 여기서 모스크바까지는 얼마나 가야 합니까?”

“글쎄다···. 예전에 중대 회의 때 들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는군. 아

마 300km 정도일 거다.”

“300km··· 입니까.”

300km라니. 프로이센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약 3달이 걸렸다. 그렇다면 지금까

지처럼 쾌속 진격을 한다고 해도 최소 한 달은 넘게 걸린다는 의미가 아닌가?

아니, 만약에 전황이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올해 안에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프란츠의 걱정을 읽었는지, 하버 상사가 짐짓 쾌할한 어조로 말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무전수 닐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이제 저희가 이기는 거지 말입니다?”

“그래, 임마. 모스크바가 소련놈들의 수도 아니냐. 수도를 점령하기만 하면

당연히 놈들도 항복하겠지. 그럼 전쟁은 끝나고 너희들도 전역할 수 있을 거

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고.”

하버 상사가 꺼낸 전역이라는 말에 전차 안의 분위기는 다시 희망으로 가득

찼다.

전역이라···.

그래, 언젠가는 이 전쟁도 끝나고 전역도 하겠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프란츠는 왠지 모르게 이 전쟁이 길어질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무전기 너머로 소대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트1으로부터 각 차량에게. 전차 전진! 판저 카일 대형으로.”

“전차 전진!”

“전진!”

하버 상사의 구령과 함께, 3호 전차가 광야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를 향한 10월의 태풍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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