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46화 (147/158)
  • 6. 예정된 우연 …… (7)

    # 143

    센드 시는 수도 사이아스 시와 제국과의 경계선까지의 거리를 반분한 곳

    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곳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인데, 그것은 제

    국에서 사이아스 시로 향하려면 육로로든 해로로든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

    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드레이트 대호수를 두고 서쪽으로는 웨스

    트 언딘 해와 접한 이 도시는 그 지형적 특이성으로 인해 방어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커스 시로부터 출정해온 제국의 해군이 센드 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이틀 전의 일이었다. 십만이나 되는 제국의 해군을 상대로 삼만 이천밖에

    되지 않는 수의 병사를 가지고 맞선다는 것은 분명 무모한 일이었지만, 아

    디즈는 잘 해내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하비아스를 함

    락시킨 제국의 육군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덕분에 센드는 육로와 해로

    양쪽에서 두들겨맞는 일만은 면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디즈 님, 무리입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으아아악!"

    선상, 갑판 위에 서서 부지런히 명령을 내리던 아디즈의 눈앞에서 또 한

    명의 병사가 거대한 촉수에 붙들려 바닷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죽어! 죽으란 말이다!"

    용감한 한 병사가 고함을 지르며 촉수로 달려들어 검을 내리쳤지만, 괴물

    에게는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촉수에 약간의 상처만을 낸 채 그 병사 또

    한 바닷속으로 끌려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붉은색으로 물들었

    다. 방금까지 병사가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괴물이 흘린 투명한 체액 뿐

    이었다.

    "제길…… 어째서!"

    아디즈가 신음했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힘

    겨운 제국군과의 해전, 밀리고 있는 와중에 웬일인지 제국군이 물러가 다

    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 거대 괴물이 나타난 것이었다.

    배 옆면과 갑판을 타고 기어오르는 거대한 촉수. 촉수에 붙어 있는 흡판,

    약 1예즈 정도나 되는 그것은 배를 단단히 붙들고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배가 통채로 침몰할 판이었다.

    "크…… 빌어먹을……!"

    아디즈는 철저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거대한 괴물, 크라켄―일종

    의 대왕오징어 같은 괴물. 그러나 그 힘은 이미 몬스터의 그것이다―에게

    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었다. 막막감에 눈을 돌려 보았지만 다른

    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라이트닝 선더볼트 Lightning thunderbolt!"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일까, 그 순간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아디즈는 움찔 놀라며 고개를 쳐들었다. 갑판 위에 스무 명의

    마법사단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막 바다로 거대한 연녹색의 벼락을 내려

    친 참이었다.

    "크우우우우―."

    저음의 고성과 함께 크라켄이 발버둥쳤고, 그 바람에 파도가 강하게 치며

    배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덕분에 크라켄의 촉수에서만은 벗어날 수 있

    었다.

    빠직. 빠지직.

    연녹색의 스파크가 바다를 타고 흘렀다.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역시 생물

    인 크라켄에게 라이트닝 선더볼트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이었다. ―물론,

    바다가 물, 그것도 소금물인 덕분에 전기 계열의 마법이 잘 통한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이긴 했다―

    "오래 가진 못할 겁니다!"

    센드 시 주둔 마법사단의 단장, 리델비어가 아디즈를 향해 소리쳤다. 그

    말 그대로였다. 분명 라이트닝 선더볼트는 현재 적에게 유효한 유일한 공

    격이었지만, 결코 치명타가 될 수는 없었다. 잠깐 물러나게 할 수는 있어

    도 완전히 쓰러뜨릴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언제까지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쪽이 지치게 되면 그 때는 끝이다.

    "방법이 없나……. ……좋아, 이 틈을 타서 퇴각한다!"

    아디즈가 외쳤다. 퇴각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퇴각

    , 퇴각이다!" 아디즈의 명령에 따라 전체 배가 선회하기 시작했다. 일사불

    란한 노의 움직임. 그러나 어느 순간 노가 얽히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촉수가 다시 뻗어올랐던 것이었다. "라이트닝 선더볼트!" 리델

    비어가 급히 외쳤고, 이어 스무 개의 벼락이 바다로 쏟아져내렸다.

    아디즈는 문득 고개를 들어 돛을 쳐다보았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신

    음이 흘러나왔다.

    "역풍……."

    아디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은 사이아스 시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센드 시와 사이아스

    세에 차이가 있다면 센드 시에는 거대 몬스터 소수가 바다에서 나타났고,

    사이아스 시에는 소형 몬스터 다수가 육지에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사이아스 시에 있어 확실한 작전은 있을 수 없었다. 본래 사이아스 시란

    곳이 안쪽으로부터의 공격에는 조금 취약한 도시였던 것이었다. 물론 그렇

    다고 해서 간단히 무너질 만한 곳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에이드와 로빈은 일단 성 밖으로 나가 진을 치고 있었다. 프로

    얀 숲과 사이아스를 구분지어주는―즉, 그 사이를 막고 있는― 강이 하나

    있었다. 그리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영 못 하면 빠져죽을 정도로는 충분

    히 깊었다. 한마디로 자연방어선으로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없는 것보

    다는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사이아스의 만 칠천 명의 병사들 중에서 끌고나온 것은 만 명이었다. 성

    을 비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현재로서는

    세 배나 되는 수의 적을 상대로 싸워야 하게 된 셈이었다.

    "아직 보이지 않는군요."

    언제라도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근육을 충분히 긴장시킨 채 강 너머를

    바라보며 에이드가 입을 열었다. 푸르릉거리는 백마의 목을 가볍게 토닥이

    며 그가 말을 이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괜찮지 않으면 퇴각이라도 하자는 건가?"

    옆에서 역시 백마를 탄 로빈이 조용히 대답했다.

    "전투가 벌어지면 앞장써서 싸워야 할 사람들이 우리 기사들이다. 쓸데없

    는 생각은 전의만 깎아내릴 뿐이야."

    "……."

    에이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흘끗 주위를 돌아보았다. 긴장된

    표정으로 강 너머로 나타날 몬스터들을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 특히 궁수

    들, 그들은 3진으로 나뉘어 번갈아가며 숨돌릴 틈 없이 화살을 쏘아대야

    했다. 잘만 된다면 적들은 강을 제대로 건너지도 못하고 죽어나갈 것이었

    다. ―물론,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일단 적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겨울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군."

    로빈이 입을 열었다.

    "여름이었다면, 물이 좀 많았다면 가둬놨다 터뜨릴 수도 있었을 텐데."

    "여름…… 계절 이야기입니다만, 겨울에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조

    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에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로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전쟁철은 봄이지. 어쨌거나 겨울은 군사들을 움직이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때니까."

    "군사들을 움직이기에는…… 이군요."

    "그렇지. 뭐―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이크, 왔

    군."

    그렇게 말한 로빈이 긴장된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에이드도 굳은 얼굴을

    했다. 발자국 소리. 아니, 비단 소리뿐이 아닌, 대부대가 움직일 때 특유

    의 대지의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쿵. ……쿵. ……쿵.

    "일사불란한 소리군. 통솔이 잘 되는 듯해."

    로빈이 중얼거렸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로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

    선이 가닿은 곳에서는 긴장한 궁사들이 활시위를 매겨놓고 있었다. 로빈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지."

    서서히 숲 사이로 적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보다 키는 약간

    작지만 상당한 근육질인 체구. 납작하게 눌린 콧날과 입밖으로 길게 삐져

    나온 어금니. 오크들이었다.

    "1진은 오크인가."

    로빈은 손을 쳐들어 사격 준비 명령을 내렸다.

    "상관없겠지. 찬 물을 싫어하는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다행히도 적들의 무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갑옷이라고는 그저 동물의

    가죽을 덮어쓴 것에, 무기는 자그마한 손도끼 뿐이었다. 무장 하나만큼은

    확실한 이쪽과 분명한 대조가 되는 모습이었다.

    오크들이 강 앞에 섰다. 숲 밖으로 나온 수만 해도 이미 수천은 되어 보

    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그들이 눈을 희번득거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직도 숲 안쪽에서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에이드가 나직하게

    말했다.

    "정말이로군요. 엄청난 수입니다."

    "아무려면 어떤가. 계획대로 저놈들이 강을 4분지 3 건너면 돌격할 준비

    나 해둬."

    랜스를 말 안장에 달린 고리에 걸며 로빈이 씨익 웃었다. 이제부터 시작

    될 전투가 기대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에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마지못해 하는 것보다는 즐기며 하는 쪽이 능률 면에서 좋으니까. 어차

    피 해야 하는 일이잖나?"

    "……저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러도록 해봐.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보든지."

    빙긋 웃으며 로빈이 주위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사람들은― 전투를 준

    비하는 병사들, 그리고 요소요소에 서서 돌진을 준비하는 다른 기사들이었

    다. (이번 전투를 위해 나온 기사들의 수는 정확히 152명이었다) 그들은

    흥분된 기색이었다. 로빈이 미소지었다.

    "몬스터들은 다하난의 적이니까. 이것 또한 일종의 성전인 거지."

    "……."

    에이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몇 달 전의 일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단자' 페이룬드교도들을 학살했던 그 때의 일이. 마왕, 세라

    린을 만났고, 그리고 또 한 사람…….

    '신탁이 있었다는군. 이번 전쟁에서 회색의 프렌테이즈를 만나게 될 거라

    나. 그때 잘 생각해서 움직이라고 전해 주라더군.'

    느낌이 있었다.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뚜렷하고 분명한 느낌이.

    회색의 프렌테이즈, 그와 다시 만나게 될 때가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인가

    결정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그것은 직감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에이드를 깨운 것은 로빈의 목소리였다.

    "1진, 일제사격!"

    퓨퓨퓨퓨퓨퓨퓨퓨퓨퓽!

    순간적으로 기천 개의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말 그대로 화살의 비. 강을

    건너오려던 오크들은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져갔다. "Kaeeeeee―!

    Ve'noukse Emok!"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외침과

    함께 오크들이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다. 로빈이 외쳤다.

    "2진, 일제사격!"

    이미 첫번째 사격을 마친 1진이 뒤로 물러선 상태였고, 그 자리를 재빨리

    메꾼 2진이 도다시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쏟아

    지는 화살의 비.

    '너무 무모하다.'

    쓰러져가는 오크들을 보며 에이드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3진 일제사격

    !" 큰 소리로 외치는 로빈의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궁사들의 사격은 훌륭

    했고, 오크들은 강을 미처 건너기도 전에 모두 전멸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예감이라고 해야 옳을까,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에이

    드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오크만이 아니다, 라고.

    "1진!"

    퓨퓨퓨퓨퓨퓨퓨퓨퓨퓨퓽!

    "Kurek!"

    "Kaeuakkkk!"

    "Ve'noukse Emok! Ve'noukse Emok!"

    이상하다.

    "Kasepa'ke!"

    왜 오크밖에 보이지 않는 건가? 설마 삼만이나 되는 수의 몬스터 전부가

    오크란 말인가?

    "꺄아아아아아아―!"

    그때 하늘에서 웬 여성의 비명―혹은 고함― 소리가 들려 왔고, 에이드는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진의 양 옆. 양 옆의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날아

    오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새처럼 보이는 그것. 갈색의 거대한 날개, 그

    리고 조류의 배, 다리, 날카로운 발톱. 그러나 상체는 아름다운 여성의 그

    것이었다.

    "하피!"

    에이드가 외쳤다. 역시 양동이었던 건가? 방금까지 전 군대의 신경은 완

    전히 오크들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하피의 속도는 빠르다. 순식간에 여

    기까지 날아올 수 있다.

    "2진,"

    그러나 로빈은 침착했다.

    "일제사격! 목표는 저 하피들, 여태까지와 같이 교대해가며 저들에게 화

    살 비를 선사해준다!"

    로빈은 고삐를 힘껏 잡아당겼다. 히히힝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 뛰었고,

    로빈은 강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침착한 목소리로 로빈이 외쳤다.

    "그리고 중장보병은 나와 같이 저 오크들을 해치운다! 경장보병은 여기서

    일단 대기! 잊지 마라, 이것은 성전이다! 다하난의 뜻을 대신해 저들에게

    죽음이라는 이름의 징벌을 내린다, 가자!"

    "와아아아아아앗―!"

    왕국군은 두 부대로 갈라졌다. 하나는 공중의 적을 상대하는 궁사들, 그

    리고 또 하나는 지상의 적을 상대하는 중장보병들. (그리고 기사들)

    "자, 지옥으로 가거라!"

    돌진한 로빈의 랜스가 오크 둘을 단번에 꿰어버렸고, 로빈은 그것을 힘차

    게 휘둘러 오크 무리들에게로 떨쳐내 버렸다.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흩뿌려졌다. "하하하하! 너희들은 우리 상대가 못 돼!" 로빈

    은 유쾌하게 웃으며 랜스를 휘둘렀고, 은빛 랜스의 궤적이 지나간 곳마다

    오크의 몸이 반등분되어 튕겨나갔다.

    "하아아!"

    에이드도 그 옆에 뛰어들어 랜스를 휘둘렀다. 로빈의 공격이 단순해 보이

    는 편이라면 그의 공격은 현란한 편으로, 가까이 다가가기가 두려울 정도

    였다. 옆으로 다가온 에이드의 모습을 확인한 로빈이 씨익 웃었다.

    "잘 싸우는군."

    "……괜찮은 겁니까?"

    쉴새없이 랜스를 휘두르며 에이드가 물었다. 로빈이 반문했다.

    "뭐가?"

    "정말로 이들, 우리가 간단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인 겁니까?"

    "아아, 물론 아니지."

    로빈은 가볍게 랜스를 흔들었다. 덕분에 막 그에게 뛰어들려던 오크 하나

    가 랜스 끝에 목을 맞고 튕겨나갔다. 로빈은 여유있게 말했다.

    "하지만 지휘관이 당황해서는 될 일도 안 돼. 지휘관은 어떤 상황에서고

    침착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지."

    "그럼, 하피들의 공격을 예상……."

    "못했지, 당연히."

    거칠게 랜스를 휘둘러 오크 두엇을 반동강내며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지. 설령 하피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차피 화살이란 떨어지는 것이니까."

    "예? 그럼!?"

    당황한 에이드가 고개를 돌리자, 화살이 떨어진 궁사들이 하피들에게 속

    수무책으로 당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로빈 님!" 에이드의 얼굴이 일

    그러졌다. 하지만 로빈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경장보병은 폼으로 놔둔 게 아냐."

    궁사들이 뒤로 물러나고, 경장보병들이 하피를 상대했다. 궁사보다는 낫

    다고는 하지만, 경장보병들로서도 하피를 상대할만한 별다른 수는 없었다.

    일단 저쪽은 날 수 있고 이쪽은 날 수 없었으므로. 하지만 분명한 한계에

    도 불구하고 그들은 잘 싸우고 있었다.

    "어차피 난전일 수밖에 없다.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로빈이 말했다.

    "적당한 때에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 어쨌든 좋아, 여기서 지

    금 내가 해야 할 일은……."

    "Kureeek!"

    "이 빌어먹을 오크놈들을 쓰러뜨려 전의를 북돋는 거다!"

    살기넘치는 어조로 그렇게 외친 로빈이 순간적으로 몸을 홱 틀어 뒷편에

    서 자신을 공격하려던 오크의 머리를 랜스로 후려쳤다. 퍼억! 잘 익은 수

    박이 박살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오크의 머리가 작살났고, 흩뿌려지는 피

    분수 속에서 로빈이 스윽 웃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지 않나, 우리들."

    로빈이 말을 달렸다. 첨벙첨벙, 물보라를 튀기며 백마가 달렸다. 피를 뒤

    집어쓴 채 마치 악귀와도 같은 모습으로 오크들에게 돌진해가며 로빈이 미

    친 듯이 소리질렀다.

    "돌격! 다하난의 뜻을 방해하는 저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거다!"

    ====================

    흠흠. 오래간만에 올립니다. 요즘 왠지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쓰기

    가 귀찮아져 안쓰고 놀고 있었지요. (훌륭한 핑계야 -_-;) 이 바보같은

    작가에게 모두들 독촉 毒鏃이라도 한 방 날려 주세요!

    뭐…… 아직 기한이 많이 남긴 했습니다만, 왜 캐릭터 인기 투표 응모

    안 하시는 겁니까아∼! 특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 당신, 그래

    요 당신 말입니다, 당신 제 글 읽고 있다는 것 다 알고 있다고요! 어째

    서 어째서 어째서 응모해 주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기다리고 있단 말입

    니다!

    (사실…… 이걸 통해서 어떤 분들이 내 글 읽으시나…… 좀 알아보려는

    의도도 있었거늘, 현재 상황에선 완전히 물건너간 듯 싶음)

    Neissy였습니다. (에잇, 반응 없는 글 올리는 작가는 괴로운 겁니다!)

    번 호 : 16594 / 21066 등록일 : 2001년 04월 24일 22:20

    등록자 : NEISSY 조 회 : 10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44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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