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37화 (138/158)
  • 5. 어긋남 …… (16)

    "진격! 진격하라!"

    "와아아아아아!"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희열에 찬 울부짖음.

    "죽여! 모두 죽여버리는 거다!"

    "이미 성은 함락되었다! 진격이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절망에 찬 절규.

    "탈출이다, 탈출하라!"

    "빌어먹을 제국 놈들… 으아아악!"

    승리 혹은 패배. 삶 아니면 죽음. 타인의 선택에 의해, 아니 자신의 선택

    에 의해 결정지어진 삶의 기로에서 그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낸다. 삶은 결

    국 투쟁. 살아남기 위해서는 승리해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다면 죽는다.

    "죽을 순 없어. 이렇게 죽고싶진 않아!"

    프리네리아 왕국군. 기사, 쇼우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알고는 있었다. 몸서리쳐질만큼 끔찍하게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결국 이곳에서 살아 나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 성은 이미 함락되었다. 진 싸움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크아아앗, 고함을 지르며 쇼우드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고 보니, 언

    제부터 말을 타고 있지 않았던 걸까? 아까까지는 분명 말을 타고 있었을

    텐데. 그러고보니 어느새 갑옷도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문득 쇼우드는

    생각했다.

    "제길, 그냥은 못 가!"

    롱 소드를 내리친다. 빠각. 적의 갑옷을 끊고 느껴지는 살과 뼈의 느낌.

    뭉클하다. 아니, 끈적끈적하다. 끔직하다고 해야 할까? 쇼우드는 잠시 움

    찔한다.

    "……죽어!"

    그러나 곧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검을 휘두른다. 그의 손의 움직임을

    따라 롱 소드는 적의 배를 후벼판다. 배가 열리고 내장이 쏟아져나온다.

    적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쇼우드는 발길질을 한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적은 뒤로 나가떨어진

    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쉬며 쇼우드는 충혈된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

    본다.

    흠칫.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적이 짓쳐들어오고 있다. "……크큭." 쇼우

    드가 순간 잔혹한 미소를 짓는다. 마치 악귀와도 같은 형상이다.

    "뒈져라!"

    병사가 달려든다. 방금의 것은 누구의 외침이었던가? 쇼우드는 생각한다.

    그러나 알 수 없다. 누구의 것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의 몸이 적의

    움직임을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차캉! 반사적으로 들어올린 롱 소드가 적의 검을 튕겨낸다. 순간적으로

    적이 주춤한다. "이 놈!"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그 적의 뒤에서 또 다

    른 적이 달려들고 있다. "……쿠쿡," 쇼우드는 그대로 몸을 날려 앞쪽의

    적병을 받아버린다. "크왓!" 비명과 함께 병사가 뒤로 튕겨나간다. 그에

    따라 달려들던 병사도 주춤한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쇼우드는 들고 있던 롱 소드를 집어던져 버

    린다. 퍼억. 섬짓한 소리와 함께 롱 소드가 적의 이마에 박혀들어간다.

    "그냥은 못 가." 중얼거리며 쇼우드는 죽어버린 병사의 검을 뺏어 든다.

    이가 빠져 우툴두툴해진 검이다.

    "흥." 그는 코웃음을 친다. 자신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오는 적병을 발

    견한 탓이다. 쇼우드는 낮게 쿡쿡거리고 웃는다. 그리고 롱 소드를 휘두른

    다. 적병의 팔이 부숴진다. 살이 갈리고, 뼈가 드러난다. 그 뼈는 강한 충

    격에 의해 부숴져 있다. 반쯤 갈려진 팔이 덜렁거린다.

    "끄아아아악!" 적병은 오른팔을 왼손으로 움켜쥐며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 멍청한 놈,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는군, 생각하며 쇼우드는 다시 한차례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병사의 목은 땅을 구른다. 피가 뿜어져 나온다. 얼

    굴에 묻은 피를 왼손으로 닦아내며 쇼우드는 중얼거린다.

    "절대로, 그냥은 못 가."

    "마음에 드는군, 저 기사."

    로제레트가 중얼거렸다. "……뭐,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

    까운 일이지만." 그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의 눈은 자신의 병사들을 가

    볍게 해치우는 적의 기사를 향해 있었다. "이쯤에서 끊어 줄까." 이랴, 그

    가 가볍게 박차를 찼고, 그의 의지에 따라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켜라!"

    로제레트가 외쳤고, 그의 명령을 따라 병사들이 길을 비켰다. 일직선으로

    저 기사―쇼우드―에게로 향하는 길이 났다. 로제레트는 히죽 웃음을 지으

    며 천천히 롱 소드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쇼우드의 눈에도 그것이 비쳤다. 일순, 로제레트와 쇼우드의 눈이 마주쳤

    고, 로제레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턱. 로제레트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 쇼우드의 눈에 의구심이 떠올랐고,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넌……."

    "로제레트 나하이벨,"

    빙긋이 웃으며 로제레트가 쇼우드의 말을 끊었다.

    "제국의 총리대신. 다시 말해, 이 전투의 지휘관이자 현재 제국의 주권자

    이네."

    "지휘관……,"

    "도전해 오겠나?" 가볍게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로제레트가 말했다. "어차

    피 자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네들이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

    실은 자명하네. 이왕에 발버둥칠 것이라면 지휘관을 노리는 것이 어떤가."

    "나하이벨 님!"

    순간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 왔고, 로제레트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숨이 턱까지 닿아 헉헉대는 파르네제가 서 있

    었다. 그가 소리 높여 외쳤다. "지금 상대하시려는 그 남자,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위험한 일은 그냥 저희에게 맡기셔도……," "그

    래서 내게 뒤로 물러나라고 하는 건가, 나이트 폰타나?" 로제레트가 차갑

    게 말했다. "말했을 텐데, 내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 살기마저

    띤 채 말하는 로제레트의 모습에 질려버린 파르네제는 뭐라고 말하지는 못

    하고 다만 그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흥, 웃기는군." 쇼우드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도 않는 지휘관이

    군. 부하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위험에 뛰어들었다는 건가? 그게 지휘관의

    할 일이냐?"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화가 난다," 로제레트의 물음에

    쇼우드가 대답했다. 검을 고쳐잡으며 그가 외쳤다. "이런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 지휘관이 지휘하는 적군에게 우리 군이 당했다는 것이 화가 난단 말

    이다!"

    "기본이라." 로제레트가 피식 웃었다. 그 또한 검을 고쳐잡고 있었다. "

    자네의 말은 지금 내가 어리석게도 죽음에 뛰어들고 있다는 건가?" "그럼

    틀린가!" "틀리지. 적어도 나는 지휘관, 무모한 일은 하지 않네." "……뭐

    야?" 쇼우드는 헛웃음을 쳤다. 그의 눈이 주위를 살폈다. 아무리 보아도

    저 제국군들은 자신들의 지휘관의 행동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한데

    , 뭐가 무모하지 않다는 건가?

    "아아, 아직 이들은 나를 잘 모르거든." 로제레트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부하들의 동의라니, 어째서 그런 것이 필요한 것인가? 개미 한마리 눌러

    죽이는데 굳이 일일이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나." "……개미?" 쇼우

    드가 검을 들고 돌진자세를 취했다. "건방진 놈, 죽여 버리겠어!"

    "그렇다면 죽여 보게. 머뭇거리지 말고 말이야." 로제레트가 입꼬리를 들

    어올렸다. 명백히 도발의 의사가 드러나는 미소,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가 덧붙였다. "단 자네의 능력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죽여 버리겠어!"

    타다다닥, 쇼우드가 돌진해왔다. 무게가 실린 검의 내리침. 어지간한 방

    어는 그냥 부숴버릴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

    와 함께 검이 로제레트의 정수리를 향했다. "―약해." 하지만 로제레트는

    지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을 머리위로 쳐들어 각도를 약간 아래로 굽

    힌다. 카아앙! 귀를 찢는 듯한 쇠소리와 함께 쇼우드의 검이 쫙 미끄러졌

    다.

    콰콱! 쇼우드의 검날이 땅에 박혀들어갔다. "큭." 맨땅을 후려친 충격에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가 신음을 내뱉었다. ―당했다. 그의 얼굴에

    낭패감이 떠올랐다.

    "이것으론 부족하네." 그러나 로제레트는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삐딱하게 고개를 세우고 그가 말했다. "

    부디 전력을 다해 주게. 이렇게 끝나 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나."

    "……!" 쇼우드의 얼굴이 몇 차례 변화했다. 처음에는 약간 멍한 얼굴,

    다음에는 당혹감, 그리고 그 다음에는 분노. 으득. 이를 갈며 그가 튕기듯

    이 검을 들어올렸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가 외쳤다. "이 거만한 자식이

    !"

    차카캉! 쇼우드의 검이 로제레트의 옆구리를 노렸고, 그 중간을 막아선

    로제레트의 검이 쇼우드의 공격을 막아냈다. 찌리릿. 돌벽을 친 것 같은

    충격에 쇼우드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로제레트는 여유있어 보였다. "아

    까보다는 조금 낫군. 그러나 아직 부족해. 제대로 도전해 주게."

    부드득.

    쇼우드의 얼굴이 증오로 일그러졌다. "크와아앗!" 벼락 같은 고함과 함께

    그가 검을 마구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챙, 차캉, 채챙, 카랑, 카아앙!

    분명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다. 보통의 병사였다면 방어조차 무시하는 강

    한 일격에 머리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검은 로제레

    트에게 닿기 전에 계속 튕겨나가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나.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나?"

    "닥쳐!"

    로제레트의 비웃음에 쇼우드가 고함을 질렀다.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찌른다. 벤다. 약점을 노린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은 무효

    로 돌아가고 있었다. 의외로 저 지휘관은 너무 강했던 것이었다.

    "죽어! 제길, 죽으란 말이다!"

    계속 할 것까지도 없었다. 쇼우드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저 남자에게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결코 인정하고 싶

    진 않았다.

    막힌다. 피해진다. 흘려진다. 저 남자를 건드리지도…… 아니 옷깃을 스

    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처절한 패배감이 천천히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크윽……." 쇼우드가 신음을 내뱉었다. 상처입은 야수처럼 그가 절규했다

    . "죽어 버리란 말이다!"

    로제레트는 아직까지 단 한 번의 공격도 해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기다

    리고 있는 것이었다. 쇼우드 스스로가 마음으로부터 무너져내리기를. 쇼우

    드 자신이 패배를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그의 검이 날아올 것이다. "시대

    는 변한다." 날아든 쇼우드의 검을 가볍게 받아내며 로제레트가 말했다. "

    역사도 변하지. 그러나 인간만은 변하지 않아."

    "내게 그런 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냐!" 굴욕감으로 얼굴이 붉어진 쇼우드

    가 와락 소리쳤다. 로제레트는 여전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변

    하지 않은 인간들은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한다. 그러면 역사는 결국 되풀

    이되게 되지."

    "닥쳐!" 쇼우드가 소리쳤다. 바람을 가르는 일격이 로제레트의 목을 향했

    다. 카캉! 그러나 튕겨나간 것은 오히려 쇼우드 쪽이었다. 검으로 그의 공

    격을 받아낸 로제레트가 이어 그의 검을 밀어내버린 것이었다.

    튕겨나간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하는 쇼우드를 내려다보며

    로제레트가 말했다. "그러면 변한 것은 무엇인가?" "크윽……." "아무 것

    도 없는 것이네." 차갑게 미소지으며 로제레트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안돼."

    "개소리 집어치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쇼우드가 몸을 일으켰다.

    검까지 검집에 집어넣어 버리다니, 날 대체 뭘로 생각하는 거냐! 분노한

    그가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

    그러나 그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어느새 뻗어온 로제레트의 왼손이 그

    의 목울대를 잡아채버린 것이었다. "크컥, 컥." 숨이 막혀 캑캑거리는 쇼

    우드를 로제레트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

    는가?"

    로제레트는 천천히 쇼우드의 목을 잡은 손을 풀었다. 캘록, 캘록. 쇼우드

    가 두어 차례 기침을 했다. "난 자네에게 철저한 패배감을 안겨줄 생각이

    네." 서늘하게 미소지으며 로제레트는 검집에서 다시 검을 꺼냈다. "마음

    으로부터 패배하게 할 것이네. 그러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크윽…

    …!" 쇼우드가 절규했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정말로 죽여 주길 바라나?" 로제레트가 물었다.

    "닥쳐!" 쇼우드가 소리쳤다. "내게 치욕을 안기지 말고, 차라리 빨리 죽

    여버리란 말이다!" "치욕이라, 무엇이 치욕인가?" 로제레트가 물었다. "나

    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치욕인가,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

    이 치욕인가."

    "말장난 따위 집어치워!"

    벼락같이 소리지르며 쇼우드가 달려들었다. 몸의 반동을 이용한 일직선

    찌르기, 목표는 로제레트의 얼굴―더 정확히 말하면 입―이었다.

    그러나 로제레트는 한 발자국 왼쪽으로 이동함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피

    해냈다. 쇼우드는 목표를 잃고 휘청했지만, 로제레트는 이번에도 공격하지

    않았다. 쇼우드가 이를 갈았다.

    "이 자식……, 원하는 게 대체 뭐냔 말이다!"

    "아아. 계속 그렇게 공격하는 것으로 충분하네." 로제레트가 대답했다.

    그는 주위를 슬쩍 눈짓했다. 어느새 주위의 전투가 멈춰 있었다. 주위의

    병사들은 로제레트와 쇼우드의 싸움을 넋놓고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것은 지금 제국군과 왕국군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자네가 내

    게 계속 공격을 시도하는 것으로 충분한 거네."

    "크윽……!" 모멸감에 쇼우드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얼굴이 시뻘

    개졌고, 그의 눈썹은 움찔거리고 있었다. "개자식! 어디까지 우릴 능욕할

    셈이냐!"

    "후훗." 로제레트가 낮게 웃었다.

    "죽여버리겠어!" 쇼우드가 돌진해왔다.

    "할 수 있다면 해보게." 로제레트가 대답했다. "단 이번엔 안 봐 줘."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쇼우드의 발이 대지를 찼다. 붕 하고 그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의 검이 달빛을 받아 번득였다. 힘을 담은 그의

    검이 강력하게 내리쳐지고 있었다.

    파캉!

    그러나 다음 순간 부러진 것은 쇼우드의 검이었다. 로제레트의 검이 순간

    번쩍했고, 힘이 실린 그의 검은 쇼우드 그의 검을 부러뜨리고도 모자라 그

    의 목까지 날려버렸다.

    프슈슈슛……. 주인을 잃은 쇼우드의 몸이 피를 뿜어냈다. 스르륵, 털썩.

    쇼우드의 몸이 허물어졌다. 쨍그랑, 툭. 그리고 뒤늦게 공중으로 날아갔던

    검조각과 쇼우드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좋은 시간이었네." 피묻은 검을

    옆으로 뿌려 피를 털어내며 로제레트가 중얼거렸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질린 표정의 적군들, 그리고 조금 얼떨떨한 표

    정의 아군들이 보였다. 이런 전개를 예측하진 못했겠지, 로제레트는 낮게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의 울림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로제레트가 뛰었다.

    "쿠엑!" 다음 순간 로제레트의 검은 한 병사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후.

    " 물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그가 다음 목표를 노렸다. 안갯빛

    은광이 어둠을 갈랐고, 어느새 또 한 병사의 목이 땅을 구르고 있었다.

    푸르릉, 로제레트 그의 말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 로제레트는 한차례 희

    미하게 미소짓고는 가볍게 말에 올라탔다. 핏자국으로 탁해진 적백색 검을

    하늘 높이 쳐들며 그가 외쳤다.

    "돌격하라! 적을 섬멸하라!"

    ====================

    ……라는 의미에서, 역시 로제레트는 사이코였던 겁니다. (-_-;;) 역시

    이상한 놈인 게죠. (쿨럭…… -_-;;)

    이번에도 상당히 늦어져 버리고 말았군요; 하지만 연중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시길;; (역시 이것은 모두 작가의 게으름 탓; 하루면 써낼 수 있

    는 내용을 다른 거 하느라고 안쓰다가…… 으으;)

    아, 그리고 선전을 조금 하겠습니다. go CLITE 하시면 거기 문학란에

    '붉은 영혼'이라는 소설이 있을 겁니다. 데스트 외전격인 소설이니 가끔

    보아 주세요. (……이런 뻔뻔한 -_-;;)

    음 그리고 데스트 업로드 알림 서비스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신청해 주

    시면 좀더 편하게 업된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길 빌며…… 게으름쟁이 작가는 이만 물러갑니다;

    Neiss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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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페이지! 인물 소개 그 네번째!!

    - 네이시 레이어드 -

    종족 : 엘프

    성별 : 남

    나이 : 193세

    키 : 174센티예즈 (= 174 센티미터)

    몸무게 : 51텝 (= 51 킬로그램)

    혈액형 : O 형

    출신지 : 프로얀 숲

    외모 : 윤기 흐르는 긴 녹발, 연갈색의 눈동자. '미녀'라는 말이 어울

    릴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 적어도 그의 외모만을 보아서는 그가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 그가 남자임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그의 염색체가 XY라는 것 뿐이다. (웃음)

    성격 : 한 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성격. 말하자면 일종의 이중인

    격자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원래의 그의 성격은 상당히 진지

    하고, 또한 꽤 어둡지만, 그것을 가리기 위한 또 하나의 성격이

    원래의 그것을 덮고 있다. 언뜻 보기엔 '그저 변태'일 뿐이지만.

    특징 :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하긴, 네이시 정도라면 이미 '주연'이

    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데스트로이아'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사실 능력상으로도 세이어에게

    필적한다. 지금이야 크세이데레이드 당한 덕에 정령도 제대로 못

    쓰고 빌빌거리지만, 전성기 때의 그는 정령왕을 마음대로 부르고

    궁극마법도 마음껏 쓰는… 말 그대로 최강 캐릭터였다. (뭐, 그

    래봐야 지금은 한물 갔지만)

    무기 : 마법

    버릇 : 곤란한 일 생기면 특유의 '변태짓'으로 말돌리기

    말투 : 여성스럽다고 할까. 조금 부드러운 말투. '헤에'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명대사 : "도망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

    작가 코멘트 ;

    원래 네이시는 '데스트로이아'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가 처

    음으로 등장한 것은 약 2년 전, 고등학교 1학년 쯤에 그렸던 만화인 '

    소드 마스터'에서였다. 물론 그때는 단지 폭력을 좋아하는 엘프일 뿐이

    었지만. 어쨌든 작가가 처음으로 창조한 엘프가 그였던만큼, 그에게는

    특별할 애착이 있었다. 그 후 몇 작품(물론 만화였다)을 거쳐가면서 그

    의 성격은 계속 변해왔고, 결국 최종적으로 '데스트로이아'에서 지금의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였다고 해야 할까, 네이시는 상당히 호응이 좋은 편이다. 어

    쨌거나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니만큼(작가의 아이디는 Neissy)

    작가도 기분이 좋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단지 변태 엘프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보면 그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일로 인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크세이데레이드. 자기 자

    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조적인 자. 그런 의미에서 세이어와 네이시는 닮은꼴이기도 하다. 그

    러나 이 둘의 표출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겉으로는 쾌활하나 실은 자

    학적인 네이시와, 아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려는 세이

    어.

    세이어의 경우는 이제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러나 네이시의 경우는

    조금 틀리다. 니리아와 다시 재회한 것이 그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의 행복을 용납 못하는 그에게 있어 니리

    아와의 만남은 오히려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한 것이다. 행복을 원하면

    서도 한편으로는 거부하는 그에게 있어서는.

    그의 마지막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는 과연 크세이데레이드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인가. 니리아와 맺어질 수는 있을 것인가. 그는 과연

    '행복한 삶'을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번 호 : 14274 / 21187 등록일 : 2001년 02월 09일 20:55

    등록자 : NEISSY 조 회 : 110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35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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