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25화 (126/158)
  • 5. 어긋남 …… (4)

    이번에 니리아가 던드 시로 향해 가는 것은 분명 중대한 임무를 띠고 가

    는 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네이시가 보기에 이것은 오히려 한가한 여행으

    로 보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격전지로 향하는 이들의 그것이 아니었다.

    네이시는 조용히 회의장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훑었다.

    우선 니리아, 자신, 세이어, 세실, 린, 아룬, 그리고 그 외 비르테른 성기

    사단에서 차출한 성기사 십여 명. 애초 계획에 비해 다섯 명이나 늘어 꽤

    나 대부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물론 자신도 그 '끼어든 사람'이라는

    사실을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성기사단은 제외― 친숙한 얼굴 뿐이었다. 그 예

    전에 레이아다 시에서 같이 고생(?)을 했던 사람들이다.

    친숙함…때문일까? 세실과 린의 표정이 밝아 보이는 것은. 역시 모호한

    위험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친숙함 쪽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저런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겠지. …밝은 표정이라. 지금 나의 표정은

    어떨까?

    "네이시, 뭘 그렇게 실실거리면서 웃고 있어?"

    "응? 어, 아니 그냥."

    네이시는 실쭉 웃으며 손을 저었고, 니리아는 그런 그를 잠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우린 놀러 가는 게 아니란 말이야.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뭐, 아무래도 좋잖아. 어쨌거나 난 너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 만으로 대

    만족이야."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흐흠."

    "……어이, 네이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니리아와 네이시 사이를 시린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네이시는 슬쩍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시린

    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사람들 말이야… 어째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응?"

    "한쪽은 즐겁게 떠들고 있고, 한쪽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봐."

    시린은 턱짓으로 사람들을 가리켰고, 네이시는 그를 쫓아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시린의 말대로 조금 희한한 분위기다. 담소파― 니리아와

    네이시와 시린, 세이어와 세실, 린과 아룬. 그리고 침묵파― 저 열 명의

    성기사들.

    네이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들도 즐겁게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어야겠어."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데?"

    "알 게 뭐야?"

    네이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렇게 물어왔고,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반

    응에 시린은 순간 할 말을 잊고 입가를 실룩였다. "자, 자." 붕어처럼 입

    만 뻐끔뻐끔대는 시린의 어깨를 툭툭 쳐준 후 네이시는 성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잠깐 갔다 올게. 그동안 형수님한테 집적대지 마, 시린."

    "누가 내 형수냐!"

    "조심해, 니리아. 시린 이 녀석은 껄떡쇠라서…,"

    "누가 껄떡쇠냐 이 자식아!"

    버럭 화를 내며 시린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재빠른 몸놀림의 네이시에게

    는 역부족이었다. 네이시는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댔다가 시린 쪽으로 향

    하며 생긋 미소지었다. "너 말고 누가 있겠어."

    "……."

    시린은 이마를 짚으며 끄응 하고 한차례 신음했고, 네이시는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성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결국 시린이 네이시를 이

    길 수는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성기사들은 탁자 주위에 놓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꽤 절도 있어 보이는 모습― 즉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그런 모습이었지만,

    네이시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중의 한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 남자는 약간은 경계하는 듯한 눈초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는 날카

    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를 가진 20대 중반의 남자였는데, 붉은 머리를 짧게

    친 것이 어쩐지 활달하면서도 예리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네이시는 살짝 미소지었다.

    "별로요. 그냥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당신들은 비르테른 성

    기사단원들이죠?"

    "그렇습니다."

    "자원해서 온 거예요, 아님 뽑혀서 온 거예요?"

    "자원입니다."

    "전부 다 그런 거예요?"

    "예."

    성기사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어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흐음." 네이시

    는 고개를 갸웃하며 성기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신기한 동물

    을 보기라도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런 그의 눈빛에 거부감을 느낀 성기사가 몸을 뒤로 빼며 물었다. 네이

    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신, 세이어 씨를 신뢰해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궁금하니까요."

    네이시는 씨익 웃으며 슬쩍 세이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세

    실과 무언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쪽에 신경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였다.

    "괜찮아요. 세이어 씨는 이 이야기 못 들을 테니까."

    "…아니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의

    도를 모르겠군요."

    "그냥 궁금하니까요."

    "단지 호기심이란 말씀이십니까?"

    성기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레이디께서 질문하신 건 이번 호위단의 단장에 대한 신뢰도에 관련

    되어 있는 겁니다. 간단히 말할 사항이 아니란…, ……왜 웃으십니까?"

    "쿡쿡."

    주먹 쥔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던 네이시는 남자의 질문에 입에서 손을

    뗐다. 그의 입가에는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오래간만에

    받아보는 착각이네. 하긴 내 얼굴이 좀 예쁘긴 하지만." 네이시가 중얼거

    렸다.

    "예?"

    영문을 알 리 없는 성기사는 멍한 눈으로 네이시를 쳐다보았고, 그 모습

    이 자못 우스워 보였는지 네이시는 몇 차례 더 쿡쿡거렸다. 얼떨떨해 있는

    성기사를 향해 네이시가 입을 열었다.

    "전 남자예요."

    "……예?"

    "남·자. 남자 몰라요? 전 '레이디'가 아니라구요."

    "그렇…습니까?"

    성기사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네이시를 바라보았다. 찰랑

    거리는 녹색의 긴 생머리, 쌍꺼풀 진 아름다운 연갈색의 눈동자, 도톰한

    붉은 색의 입술, 가느다란 목선. …이게 어딜 봐서 남자의 모습이란 말인

    가. ―참고로, 네이시의 목소리는 상당히 가늘다. 여자와 남자의 중간쯤?

    하지만 어느 쪽이냐고 굳이 구분짓는다면 아마 여자 쪽일 것이다.

    네이시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믿든지 믿지 않든지 그건 자유지만. 제가 남자인 건 분명한 사실이죠,

    성기사 님."

    "…윌우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러죠, 윌우드 님."

    네이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윌우드 님은 세이어 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물론 이성으로

    서 세이어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이 아니란 건 말하지 않아

    도 잘 아시겠지요?"

    "……당연하잖습니까."

    윌우드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엘프, 꽤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구

    석이 있다. 어쩌면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도 같은데…. 보

    통이라면 초면에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 오지는 않는 법인데, …수다스러운

    것도 같다.

    "아 참, 제 이름은 네이시 레이어드. 그냥 네이시라고 부르세요."

    "예…. 전 스티튜트 윌우드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윌우드 님은 세이어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 믿

    을 만한 '단장'이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스티튜트―는 네이시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그냥 얼버무렸다. "…

    그렇군요." 네이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다시 니리아가 있는 쪽

    으로 향했다. "대답 고마웠어요."

    대답은 충분했다. 만약 스티튜트가 세이어를 신뢰한다고 하면 그것을 말

    하지 못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

    이 아닌가?

    "이번 여행 말야, 꽤 재미있을 것 같아."

    니리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네이시가 입을 열었고, 그 말에 니리아가

    조금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네이시, 여행…?"

    "나한테 이건 여행이나 다름없으니까."

    네이시는 씨익 웃으며 당당하게 말했고, 니리아는 끄응 하고 낮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여행'이라니. 도대체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잖아….

    "뭐, 그렇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걱정된다구, 네이시.

    "하기야 뭐 다들 꿍꿍잇속이 있는 거긴 하지만."

    "응?"

    예상과 다른 전개를 보이는 네이시의 말에 니리아가 눈을 깜빡였다. "아

    아." 네이시는 기분 좋게 미소지으며 슬쩍 주위를 눈짓했다. "재미있는 분

    위기 아니야?"

    "재미있는 분위기?"

    "그래. 시린 말마따나―."

    네이시는 빙그레 입가에 미소를 띠며 깊은 연갈색 눈동자를 들어 니리아

    를 바라보았다. 니리아는 눈을 깜빡이며 네이시를 바라보았고, 네이시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니리아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아니,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까."

    "응?"

    "천천히 말해도 늦진 않겠지."

    그렇게 말한 네이시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궁금해진 니리아가 그를 다

    그쳤지만, 네이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이었다. 생각 속에 잠겨버린 모양이었다.

    '재미있는 분위기…….'

    특히나… 저 쪽의 성기사들,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너무 고요했던

    것이었다. 만약에 그것이 이제부터 행하게 될 임무에 다한 부담감 때문이

    라던가 하는 것이라면 하등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다른 이유 때문

    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용히 있는다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어쨌거나 이들은 성기사들이

    니까. 수다스러운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이상한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부자연스러운― 껄끄러운

    공기는 아무래도 어딘가 정상이 아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팽팽한 공기가 저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이시가 스티튜트에게 질문을 했던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혹시 원하지 않는 임무를 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하지만 스티

    튜트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자원해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그들 스스로가 던드 시에 가기를― 다시 말해 세이어의 지휘 아래 니리아

    를 호위하는 역할을 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들이 자청한 일일텐데…, 어째서일까?

    그래서 두번째로 생각한 것이 세이어에 대해서였다. 네이시가 알기로, 세

    이어는 별로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듣기에는 세이어의 람베르티

    를 두고 불만의 소리가 꽤 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호위단의

    '단장'인 세이어를 그다지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렇

    게 생각하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그래서 '세이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 이어지는 몇 가지 의문이 있긴 하지만… 그

    것은 조금 더 같이 지내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

    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 "아아, 다들 와 계셨군요." 들어온 사람은

    비르테른 성기사단의 기사단장― 로빈 스피트였다.

    "늦으셨군요, 로빈 님."

    세이어는 조용히 로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빈은 머쓱하게 웃으며 가볍

    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다들 이렇게 일찍 나오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 뭐, 어쨌든 이제 왔으니까 된 것 아닙니까? 자자, 다들 자리에 앉아

    주세요. 어차피 다들 알고 계시는 말이겠지만, 일단 말해두긴 해야 하니

    까요."

    "저 사람, 꽤 경망스러운데요? 정말 저 사람이 성기사단장인가요?"

    자리에 앉으며 세실이 세이어에게 속삭여왔다. 세이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흐응…. 거짓말 같아."

    세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로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자, 이번 일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탁자 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로빈이 입을 열었다.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

    는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로빈은 싱긋 웃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행하게 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던

    드시의 방어인데, 프로나드 니리아 님께서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렇지요?"

    "예." 니리아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리고 성기사단원들은 니리아 님을 보호해야 합니다. 일에 차질이 없도

    록 잘 해 주십시오."

    로빈은 탁자의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마족들의 격퇴…. 이번 호위단의 단장인 나이트 세이어

    의 지휘를 잘 따라 주었으면 하고…. 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느냐 그렇

    지 못하느냐에 따라 이번 전쟁의 향방이 갈립니다. 특히 주의해 주셨으

    면 합니다."

    간단하게 이번 일에 대한 설명을 끝낸 로빈은 고개를 들어 니리아를 바라

    보며 말했다. "니리아 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예."

    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 던드 시까지 이동하는 데에 굳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차를 사

    용할 생각은 없었다. 워프 스펠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빠른 시간 내에 이동

    할 수 있으니까. 다만 인체에 미미한 손상이 온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그 손상은 극히 미미한 것이라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물론

    평소였다면 굳이 워프를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지금은 전시라는

    특수 상황인만큼 이야기가 틀렸다.

    "잘 됐군요."

    로빈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러분들의 앞길에 다하난의 가호가 있

    길 빕니다." 로빈이 니리아에게 가볍게 눈짓하자, 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

    고는 입을 열었다.

    "예, 그럼… 여러분 모두, 준비는 되셨죠?"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긍정의 빛을 표했고, ―사실 이제 와서 따로

    준비랄 것도 없다― 니리아는 생긋 웃으며 주문을 외웠다.

    "워프……."

    번쩍―!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밝은 백색의 빛이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삼켰고,

    빛이 사라지고 나자 방 안에 남은 사람은 로빈 뿐이었다.

    "휴우." 휑하니 비어버린 회의실을 둘러보며 로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

    었다. 잘 되겠지만… 왠지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잘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

    으음. 쓰면 쓸수록 필력의 부족을 느낍니다. 아악∼∼!! (자괴감에 빠

    져버린 바보 작가의 절규)

    ……즐거운 시간 되셨길 빌며. Neissy였습니다.

    번 호 : 11801 / 21165 등록일 : 2000년 11월 15일 21:15

    등록자 : NEISSY 조 회 : 14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23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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