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21화 (122/158)
  • 4. 선택 …… (18)

    "인생이란, 하나의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암살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다같이 딸 수는 없는 것이 도박입니다. 한쪽이 얻으려면 한쪽은 잃어야

    하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믿고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

    결국 인생이란 도박인 겁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소리 치며, 황태자는 자신의 허리께에 걸려 있는 검집을 향해 손을 뻗었

    다. 이 남자… 강한 것 같지만, 이상한 데가 있다. 빈틈을 보이고 있는 지

    금을 잘 노린다면….

    "아, 지금 전 황태자 님이 죽어야 할 이유에 대해 설명드리는 겁니다."

    "…뭐?"

    "뭐, 지금은 황태자 님께서 잃을 때라는 거죠."

    "……."

    황태자는 암살자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그는 번개같이 손을 움

    직여 자신의 검을 뽑아내며 동시에 암살자를 향해 휘둘렀다. "하아앗!"

    그러나, 그는 그곳에 없었다.

    "무리입니다, 황태자 님. 당신이 가진 패는 '세이어'…."

    어느새 뒤로 돌아간 그가 대거를 꺼내 황태자의 목젖을 누르고 있었다. "

    ……." 황태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남자는 속삭이듯 말했다.

    "선물로 가르쳐 드릴까요? 당신을 암살하라고 시킨 사람은…,"

    "……으윽…."

    파르네제는 눈을 떴다. 머리가 욱신거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는

    찌푸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죽지 않았던가?"

    ―순간, 기절하기 전의 상황이 기억났다. "……!"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

    렸다. "전하!"

    불길한 예감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마차 바퀴 자국을 따라 그는 달렸다.

    "허억…, 허억…."

    턱까지 숨이 차올랐다.

    탁탁탁탁탁…!

    얼마나 달렸을까.

    이윽고 그의 눈에 땅에 쓰러져 있는 두 기사들의 시체가 보였다. 둘은 볼

    썽사나운 모습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크윽…!"

    탁탁탁탁탁…!

    그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쓰러져 있는 마차를.

    그리고 또 그는 보았다. 그 너머에 쓰러져 있는 황태자를.

    "전하!!…"

    그는 황급히 그 곁으로 달려갔다. 그의 주위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이 보였

    다. 땅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황태

    자는 이미 죽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황태자를 안아 올렸다. "전하!!…"

    그리고… 그는 보았다.

    이미 죽어 버린 황태자의 모습을.

    그의 얼굴은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의 목젖은 깔끔하게 갈려져 있었다. 무엇에 베였을까… 예리하게 잘려

    진 그곳에서는 아직도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으윽."

    파르네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으으…, 욱, 크으윽…,"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고개가 하늘을 향해 쳐들렸다.

    그의 입이 벌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 목격자는 하나 정도면 충분하니까."

    지오가 중얼거렸다. 지오가 놔 두었던 말을 발견해 거기에 황태자의 시체

    를 싣고 제국으로 향하는 파르네제를 바라보며, 그는 수풀 속에 숨은 채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꽤 깔끔한 일처리지."

    "쓸데없는 말을 한 것만 뺀다면 말이지."

    옆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어조의 음성에 그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제시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긴, 그 버릇 어디 가겠어."

    "어라… 내가 뭘?"

    "거기서 왜 또 도박 이야기가 나오냐고…. 게다가 거기서 세이어 씨는 왜

    또 튀어나와?"

    "아, 그거." 지오는 콧잔등을 긁적였다. "패의 이름이야. SEIAR…라고. '

    아무 것도 없음' 혹은 '존재하지 않음'이란 뜻이지. 가져 봤자 소용 없는

    패야. 무의미한 패지."

    "…뭐야, 그게."

    "내 버릇이거든."

    지오는 씨익 웃으며 품 속에서 카드 한 벌을 꺼냈다. "이 패는 플라마

    FLAMA, 이 패는 네레이르 NEREIRR, 그리고 이건 쟈이레느 JYAIRENE…. 암

    살자로 한창 날렸을 땐 이 카드를 예고장으로 사용했지. 이 카드를 보내기

    만 해도 사색이 됐었다구."

    "잘났어."

    "뭐, 선물도 줬고. 그 사람 죽어서도 별로 원통하진 않았을 거야."

    "…내가 보긴 오히려 더 원통해 할 것 같은데."

    "흐음∼. 하지만 누가 자길 죽이라고 시켰을지 궁금해하지 않을까나."

    "이런 경우는 차라리 배신이란 걸 모르고 죽는 게 나았을 걸."

    "괜찮아, 괜찮아. 속삭이자마자 목을 그었으니까."

    "…그게 뭐가 괜찮은 건데?"

    "아무튼."

    "뭐, 어쨌든… 이만 일어설까. 파르네제 그 사람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

    빨리도 갔네."

    제시아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아무도 없어. 슬슬 우리도 돌아가자."

    "그럴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그 전에 조금 처리했으면 하는 일

    이 있습니다만."

    "―?!!"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지오와 제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

    보았다. …뒤에 서 있는 것은 세이어였다.

    ――3일 후.

    한 명의 기사가 칼리스타 제국의 수도 리단에 도착했다. 그는 말을 타고

    있었는데, 뒤에 시체 하나를 싣고 있었다. 시체의 손상 정도는 심하지 않

    았고, 거의 부패되지 않은 깨끗한 것이었다….

    "잘 돌아왔네, 나이트 폰타나."

    로제레트는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기사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땠나, 프리네리아 왕국에서의 일은? 물론 황태자 님께서 직접 가셨으

    니 잘 되었으리라 믿네만…. 그런데, 왜 자네 혼자만 돌아왔나? 아…,

    그러고 보니 웬 시체도 한 구 가지고 왔다고 들었는데…. 누가 죽었나?"

    "…크흑…."

    파르네제는 무릎을 꿇었다. 무너져내리듯 바닥에 엎어지며 그는 울부짖었

    다.

    "죽여… 죽여 주십시오!"

    "음…?"

    로제레트는 이상하다는 듯이 파르네제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이며 그가 물었다.

    "왜 그러나? 일이 잘 되지 않았나?"

    "전하를… 전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음? 무슨 말인가?"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에… 암… 암살을 당하셨…."

    "잠깐.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이트 폰타나. 누가 암살을 당

    했다고?"

    로제레트의 목소리가 엄격해졌다.

    "프리네리아 왕국… 놈들은…."

    파르네제는 반쯤 울부짖으며 띄엄띄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그

    는 연신 중얼거렸다. "제가… 제 실책이었습니다…!" 그는 황태자를 지키

    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반쯤 실성한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듣던 로제레트의 얼굴은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맙소사. 그 말이 정말인가, 나이트 폰타나!"

    "크흐흑…." 파르네제는 바닥에 머리를 짓찧었다. "전하를 지키지 못한

    자가… 죽어야 했지만… 이 일을 알려야 했기에… 살아 돌아왔습니다…."

    "…으음. 전하가…."

    "이 죄…, 죽음으로…!"

    파르네제는 허리춤에 찬 단도를 빼어 들고는 그대로 목으로 가져갔다. 그

    것을 본 로제레트나 급히 손을 내려쳐 그의 손에서 단도를 떨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

    "황태자 전하께서 이런 것을 원하시리라고 생각하나?"

    "…크흑…."

    "쉬고 있게, 나이트 폰타나. 나는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오겠다."

    "……."

    로제레트는 접견실 안에 파르네제를 남겨둔 채 뒤돌아서 방을 나왔다. 때

    문에, 파르네제는 보지 못했다― 순간 로제레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잘… 되고 있다.'

    로제레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별궁으로 향했다. 황제가 있는 그 곳…

    .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감에 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잘 되고 있다―. 계획 대로다.

    이제 이 사실을 황제에게 알린다. 그리고….

    황제의 몸은 매우 쇠약해져 있었다.

    '황제를 위해 특별히 조제한 약'을 '매일같이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 몸은 점점 악화되어갈 뿐이었다. 앙상한 팔다리, 핼쑥해진 얼굴. 황제

    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황태자가 암살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황제는 그 충격

    에 사망할 지도 모른다'.

    끼익….

    로제레트는 조용히 황제의 침실의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황제 외에 아무도 없었다. 쇠약으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황제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종도

    근처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종은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

    었다―

    황제가 눈을 떴다.

    "나하이벨…경인가…."

    쇠를 긁는 듯한 소리. 죽어가는 기색이 완연한 목소리였다.

    "예……."

    로제레트는 기색을 어둡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하이벨 경……."

    그런 그의 모습에서 황제는 무엇인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예……." 로

    제레트는 천천히 황제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귀에 대고 속삭였다.

    로제레트는 접견실로 돌아왔다. 파르네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있었다

    .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잘츠를 향해 로제레트는 입을 열었다.

    "준비하도록, 잘츠."

    "역시… 입니까?"

    "그래," 로제레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께서 서거하셨다."

    "……."

    잘츠는 굳은 얼굴로 로제레트를 바라보았다.

    "황제께서는 자신에게 최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래서 그분은 내게 제국의 미래를 부탁하셨다. 내게 모든 것을 위임하

    시고 돌아가신 것이다."

    "로제레트 님…."

    "응징이다. 이제부터―, 간악한 짓을 한 프리네리아 왕국에 대해 응징을

    가하는 것이다."

    로제레트는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다.

    "시민들을 광장에 모아라, 잘츠."

    "……예."

    광장―. 제국 수도 리단 한가운데에는 약 2킬로예즈 정도 되는 거대한 광

    장이 있었다. 이 광장은 왕실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발표한다거나 할

    때 사용하는 곳이었다. 앞쪽에 세워진 연설대 위에 올라가서 그곳에 설치

    된 원통에 대고 말을 하면, 마법으로 증폭된 음성이 관을 타고 광장 전역

    에 전해지는 구조였다.

    지금, 그 광장에 사람들이 빼곡이 몰려들어 있었다. 리단 시민들이었다.

    왕성에서 중대한 사실을 발표한다는 말에 몰려들어 있는 것이었다. 중대한

    사실― 시민들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최근의 군비 확장, 그리고

    불안한 외국과의 관계. 아마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가

    피폐해질 뿐, 그들에게 이익이 될 것은 없다. 그들에게 피해가 올 뿐인 것

    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 그리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안온감이었

    다. 다행스럽게도 황태자가 바로 그 평화를 구하기 위해 프리네리아 왕국

    으로 떠났었다.

    아마도 발표될 사실은 그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시민들

    이 원하는 것은 평화였다.

    로제레트가 그것을 모를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강압적으로 국민들

    을 꺾어 전쟁을 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국민의 의사 따위는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강압에는 반발이 생

    겨나기 마련. 특히나 전쟁 같은 특수 상황에서 반발이 일어난다면 결코 좋

    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로제레트는 국민들이 스스로 전쟁

    을 원하게 하려고 하고 있었다.

    "……."

    연설대 위에 올라선 로제레트는 조용히 군중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무엇

    을 원하고 있는가… 로제레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암살당하셨다."

    "……!!"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암살!!…" 순식간에 광장 안이

    시끌시끌해졌다.

    "황태자 전하께서 프리네리아 왕국과의 평화를 위해 왕국으로 가셨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로제레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거니와, 그럴 생각도 없다. 당당하고, 강하게. 그것이 연설자― 혹은 지

    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다.

    ―군중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하께서는 우리 제국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려 프리네리아 왕국으

    로 가셨다. 그리고 프리네리아 왕국의 왕위계승자를 만나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다. 서로가 함께 공존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자는, '바람직한

    '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제레트의 어조가 강해졌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만족스럽게' 회담을 마치고 돌아

    오시는 전하를 습격했다. 그리고, 전하를 살해했다!"

    ―위기감을 조성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겉으로는 평화의 가면을 쓰고, 속으로는 우리

    제국에 대한 침략의 야욕을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리

    네리아 왕국, 간악한 자들의 방식인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아

    니,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의 폭을 좁힌다.

    "그러나 그 생각은 꺾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저들,

    프리네리아 왕국의 간악한 흉계에 의해서다. 그들은 왜 황태자 전하를

    죽인 것인가? 그들은 우리가 전하를 잃고 실의에 잠긴 틈을 타 우리의

    제국에 쳐들어 오려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

    로 우리의 제국, 우리들, 우리들의 가족, 우리들의 재산, 우리들의 땅,

    바로 그것인 것이다!"

    ―하나의 생각으로 군중들을 몰아 넣는다.

    이미 시민들은 침묵한 채 로제레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그에게 말

    려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로제레트의 말에는 상당히 비약하는 부분이 있었

    으나, 오히려 그 쪽이 더 좋았다. 시민들에게 분명한 위기감을 전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민들을 로제레트의 연설 속으로 끌어 당겼다.

    "그렇다면 그것을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그들이 하는 대로 그

    냥 당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저들에게 당해 주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저 간악한

    자들을 응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군대가 있다. 우리는 저들을 벌할 수

    있다!"

    ―예정된 선택으로 군중들을 이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째서 당해야만 했는가? 어째서 황태

    자 전하를 잃어야 했는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 평화? 인간이 아닌 자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저들과의 평

    화는 있을 수 없다. 저들과의 공존은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것을

    있게 하려 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

    을 철저히 짓밟아 없애 버릴 것이다. 응징! 간악한 자들에 대한 응징이

    다. 오만하다. 저들은 오만하다. 저들의 왕국 이름이 무엇인지는 그대들

    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프리네리아'. 프리네리아 왕국

    이다. 이 프리네리아 대륙의 정통 국가는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주장

    하고 싶은 것이다. 어째서 우리가 저들의 그러한 행위를 용납해야 하는

    가? 저들은 쓰레기다! 우리는 저 쓰레기들을 이 대륙에서 지워 버려야만

    한다. 우리는 이제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저들과 결코 공존할 수 없다

    는 사실을, 우리가 취해야 할 방법은 오직 전쟁뿐이라는 것을!"

    "전쟁!"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를 따라 몇몇 사

    람이 전쟁을 외쳤다. 군중들은 이미 흥분해 있었다.

    "그렇다, 전쟁!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황제께서는 오늘 서거하셨다. 이

    내게 제국의 미래를 부탁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나는 이제 폐하의 유지

    를 이으려 한다. 뜻을 이으려 한다. 황제 폐하의 뜻, 그분의 뜻을. 바로

    ! 저 가증스러운 자들에 대한 전쟁을! 나는 지금 그대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 가증스러운 자들을 응징할 준비가 되

    어 있는가? 황태자 전하의 복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황제 폐하의

    뜻을 이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 침략자들에게서 그대들을 지켜내고,

    나아가 저들을 절멸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성전 聖戰을 할 준비가 되

    어 있는가!"

    "성전!!"

    "우아아아아아아―!!"

    흥분할 대로 흥분한 군중들은 함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로제레트가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렇다! 성전! 오늘 이 시간, 칼리스타 제국은 프리네리아 왕국에 대해

    성전을 선언한다! 저 간악한 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선전 포고, 바로 성

    전인 것이다!"

    "와아아아아앗―!"

    군중들은 열띤 모습으로 소리 높여 외쳤다.

    "멋진 연설이셨습니다. 로제레트 님."

    연설대에서 내려오는 로제레트를 향해 잘츠가 입을 열었다. 등 뒤로 넘어

    오는 환성 소리를 흘리며 로제레트는 피식 웃었다.

    "아아… 세련되진 않지만…, 가끔은 어릿광대가 되어야 할 필요도 있으니

    까."

    "어릿광대…입니까?"

    "어릿광대…지. 선동자로서는… 제격이야."

    로제레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를 끌어 올렸다. 비릿한 미소였다.

    프리네리아력― 193년 11월 2일.

    칼리스타 제국은 프리네리아 왕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해 왔다. 명분은 황

    태자 살해. 프리네리아 왕국은 이 예상외의 사태에 당황해 했지만, 이미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었고, 그들에게 별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이날, 제국의 선전포고로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4장 끝났습니다. 어떠셨는지? (^^;)

    18회에서 끝나다… 확실히 좀 빨리 끝난 것 같군요. 하지만, 원래 이번

    장은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다… 이번 장부터 회 당 라인수가 좀 늘어났

    으니, 그렇게 빨리 끝난 것도 아니군요. (뭐, 그렇다고 해도 이번 챕터

    의 양이 조금 적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하하.)

    오타하고, 버그가 좀 있어서 다시 올립니다. 로제레트의 연설 중 '프리

    네리아 왕국의 정통 국가'가 아니라 '프리네리아 대륙의 정통 국가'…라

    서요. ^^;; (아악!! 조회수가아아아∼∼ㅠㅠ)

    Neissy였습니다.

    번 호 : 10739 / 21128 등록일 : 2000년 09월 26일 23:08

    등록자 : NEISSY 조 회 : 16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19 (5장 시작)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마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이 상황은, 마

    치…

    "린 씨… 제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세이어의 입술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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