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10화 (1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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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다녀왔어, 세라린?"

    헤이라스와의 대화를 끝내고 자신의 은신처로―예의 그 지하 공동으로― 돌아오는

    세라린을 퓨어린이 반갑게 맞이했다. 세라린은 밝은 얼굴의 그녀를 쳐다보며 가볍

    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하지만 세라린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고, 때문에

    퓨어린은 이상하다는 듯이 세라린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뭐 잘못 됐어?"

    "글쎄…." 세라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헤이라스와의 대화에서 좋은 대답을 기대한 것을 아니었지만, …이건 한

    참이나 기대 이하였어."

    "흐음?"

    퓨어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 좀생이가 너한테 무슨 말 했어?"

    "아니… 별다른 말은."

    세라린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씁쓸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그가 말했다.

    "뭐랄까, 상당히 애매하게 말하더군. 별로 알아낸 것이 없어." "…헤에." 퓨어린이

    고개를 까닥였다. "역시 내가 갈 걸 그랬나? 그 녀석 나 때문에 너한테 원한이 많

    았을 텐데."

    "아니…. 네가 가도 별로 다를 것 없었을 거야."

    세라린이 고개를 저었다.

    "헤이라스 단독으로 꾸민 일이 아닌 듯 싶더군."

    "그럼, …혹시?"

    "다른 마왕들. 혹은."

    세라린이 침중하게 말했다. 다소 피곤해 보이는 안색으로 그는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그분들의 지시."

    "그분… 이라면," 퓨어린이 긴장된 기색으로 말했다. "헤이라스의 창조주, 헤트리

    아…?" "아마도." 세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겠지. 그분

    외에 다른 분들의 명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

    "그렇구나. 하긴."

    퓨어린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건 확실하고. 역시 파헤쳐봐야겠지."

    "그렇겠지."

    "그래… 그런데, 세라린."

    갑자기 퓨어린이 정색을 했다. 그녀의 돌연한 표정 변화에 세라린은 약간 의아해

    하며 물었다. "왜?"

    "저기 저…,"

    퓨어린은 동굴 한 쪽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서는 한 소녀가 벽에 기대앉은 채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갸름한 얼굴에, 검은 색의 단발머리. 검은 색의,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이니아였다.

    퓨어린은 살짝 미간을 오므리며 말했다.

    "쟤 어떻게 할 거야? 벌써 두 달 째야. 세이어한테 다시 안 보낼 거야?"

    "흐음," 세라린은 천천히 이니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글쎄… 지금으로선 어차피

    이니아도 별로 할 일이 없을 텐데. 어떤가, 이니아?"

    "예?"

    이니아가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세라린은 가볍게 미소를 띠었

    다.

    "네 임무는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겠지, 이니아."

    "아… 예, 잘 수행하고 있어요."

    "그럼 됐다."

    퓨어린이 얼굴을 찡그렸다. "세라린!" 세라린은 싱긋 웃으며 퓨어린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왜 그러지, 퓨어린?"

    "몰라서 물어?"

    퓨어린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모았다.

    "우리 둘이 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니깐 쟤가 와서 방해하잖아. 난 저 방해꾼이

    어서 좀 가 줬으면 한다구!"

    퓨어린은 이니아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니아가 슬쩍 뒤통수를 긁었다.

    "방해꾼이라뇨…. 표현이 좀…."

    "뭐야, 불만이야?"

    퓨어린이 눈을 치켜 뜨며 묻자, 이니아는 움찔해 고개를 숙였다. "아… 아뇨." "

    그래, 너 방해꾼 맞잖아." 퓨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때문에 내가 마음 놓고 세라린에게 애정표현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할 건 다 하면서.' 이니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했어?"

    퓨어린이 물었고,

    "아, 아뇨.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이니아가 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너무해. 생각도 마음대로 못 하다니.'

    "퓨어린."

    세라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퓨어린은 눈을 깜빡이며 세라린에게로 고개를 돌렸

    다. "왜 그래?"

    세라린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너무 그렇게 이니아를 괴롭히지 마. 이니아는 나의 아이이니까."

    퓨어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 언성을 높이며 그녀가 물었다. "나보다도 더 중

    요해?"

    "후훗."

    세라린은 낮게 웃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퓨어린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퓨어린은

    빼꼼히 고개를 들어 세라린을 마주보았고, 그런 그녀에게 세라린은 가볍게 입맞추

    었다. "……!!" 순간 퓨어린의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누가 더 중요할까."

    세라린은 천천히 말했다.

    "글쎄, 이렇게 말할 수 있겠군. 퓨어린, 넌 나의 영원한 동반자야."

    "어… 응, 그래."

    약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퓨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린은 이어 조용히 말했

    다.

    "그럼, 가 볼까…, 퓨어린."

    "응? 어딜?"

    "아아. 뻔하지 않나?"

    세라린은 그렇게 말하며 퓨어린을 쳐다보았다. 그에 퓨어린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세라린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거기?"

    "어? 어딜 가시게요?"

    이니아가 끼여들었다. 그에 퓨어린은 싸늘한 눈초리를 하며 대답했다. "애들은 몰

    라도 돼."

    "전 애가 아니에요."

    이니아가 볼멘 어투로 반박하자 퓨어린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흥." 약간은 차가

    운 미소와 함께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에."

    이니아는 머리를 긁었다.

    사실, 마족은 정신체이기 때문에 외모와 나이의 상관관계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이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신'이다. 외모란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이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도 어느 정

    도는 해당된다― 말하자면 이들 마족들에게 있어서의 외모란 그들의 마음을 나타내

    는 창과도 같은 것이다. 때문에 마족들은 그들의 외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성격을 거의 정확히 짐작해 낼 수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경우, 이니아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마음'

    이 '소녀'에 가깝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퓨어린이 서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넌 입 다물고 있어. 알겠지?"

    "에,…"

    "우린 우리 할 일이 있고, 넌 네 할 일이 있는 거야."

    퓨어린이 말했다. 어딘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슬쩍 짓궂은 미소와 함께,

    그녀는 세라린의 팔짱을 꼈다.

    "자, 그럼 넌 네 할 일을 하도록 해. 세라린이 널 믿고 맡긴 임무인데, 소홀히 해

    서는 안 되겠지?"

    퓨어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생긋 웃으며 세라린을 바라보았다. "아아." 세라린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그에 퓨어린의 얼굴은 한층 더 밝아졌다.

    "우린 데이트 하고 올 테니까, 그동안 열심히 해!"

    퓨어린의 이 말과 함께 둘의 모습이 사라졌고, 혼자 남은 이니아는 이마에 손가락

    을 짚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니아는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울퉁불퉁한 바닥에―여기는 종유동이다― 등이

    좀 배겼지만, 이니아는 괘념치 않았다.

    "아, 싫다, 싫어."

    이니아는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궁시렁거렸다.

    "대체 세라린 님께선 뭘 생각하시는 거야…. 도대체 내가 왜 세이어 따위의 옆에

    붙어 있어야 하냔 말야. 난 그런 자조적이고 자학적인데다 자포자기적이기까지한

    자식은 짜증나서 싫단 말야. 아아. 좋은 핑계가 생겼길래 기껏 떨어져 나왔더니.

    이제 그것도 한계네."

    떫은 감을 씹은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이윽고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렸

    다. 발을 쭉 펴고 앉은 자세로 그녀가 다시 중얼거렸다.

    "퓨어린 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날 차갑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 으우."

    이니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젠 돌아가 보야 하나… ……가 아니구나!"

    짝.

    순간 갑자기 이니아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동굴 안에

    메아리쳐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목적이 네이신가 하는 그 엘프에 대해 알아보는 거였지?"

    ―뭐, 그동안 그 원래 목적은 망각한 채 세라린 님과 퓨어린 님 옆에서 퍼지게 놀

    고 있었지만. 아, 그러고보니 퓨어린 님께서 눈치 주신 것도 당연하긴 하네. "헤헤

    ." 이니아는 만족스레 미소지었다.

    "할 일이 있었네. 지금 돌아갈 필요 없겠어. 아니, 지금 돌아갈 수도 없구나. 알

    아볼 거 다 알아보고 가야지. 다행이야, 다행. 그 녀석 옆에 있으면 나까지 덩달

    아 기분이 어두워진다고."

    이니아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니아의 몸이 백색의 빛에 휩싸였고, 이내 그녀의 모습도 이 동

    굴 안에서 사라졌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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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이군요. 하하. 드디어 저도 개학을 했고, 통학 재개입니다. (멋지다!

    청춘을 불태워라! 고3이여!)

    요사이 확실히 느끼는 것입니다만… 역시 제 소설은 매니어적인 소설이었던 모

    양입니다. 하긴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게, 저 자신이 그런 계열의 사람이니….

    …라고는 해도, 매니어적인 건 별로인데. 으음. 다시 말하면 대중적이지는 못하

    다는 것이고, 또 달리 말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한다는 것인데….

    …아악, 난 언더에서 놀긴 싫어∼∼ㅠㅠ (…이상은 바보 작가의 주접이었습니다.

    아주 가볍게 씹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가면 갈수록 소설을 쓰기가 힘들어지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절 버티게 하는 것

    은!! 첫번째, 그동안 온 팬메일! 정말 몇 안되지만. 확실히 힘이 나는 데에는 이

    이상 가는 것이 없지요. 갈무리해두고서는 두고두고 읽으면서 히죽거리고 있습니

    다. 그리고 두번째, 데스트에 대한 비평, 혹은 감상. 이것을 보며 "아, 이건 좋

    았나보다. 승화시키자!" "아, 이건 안좋았군. 시정해야겠어." 라고 자신을 채찍

    질하고 있지요. (찰싹∼! 찰싹∼! 아앗, 난 매저키스트가 아냐∼;;)

    음, 제가 왜 이런 잡담을 썼는지 아시겠습니까? …예, 바로 그것입니다!! 부디

    감상이나 메일 좀 보내 주세요∼!! 갈수록 지쳐가는 작가에게 힘을! 힘을∼! 작

    가파워 충전을∼! 아아아아∼! 예이예에에∼! 예이예에에∼! 나는야 잘나가는 작

    가 버터플라이∼! 앗싸!

    …Neissy였습니다. ^-^;

    번 호 : 9963 / 21118 등록일 : 2000년 08월 29일 23:36

    등록자 : NEISSY 조 회 : 182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0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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