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03화 (104/158)
  • 4. 살아가는 이유 …… (1)

    「…그렇다면 그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얻으려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 필자가 던지고 싶은 의문은 이것이

    다…

    …그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다른 모

    든 것들을 저버렸다. 그것이 그들의 결정이었고,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들의

    존재의의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리라. 오직 자신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그러나 그 소망은 이미 집착의 단계마저도 넘어섰던 듯 하다. 결국 그들은 그

    소망 아래 자신들을 파괴시켜갔던 것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들이 이루려 했

    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단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자신의 소망을

    위해 계약을 맺었고, 잘못된 목표로 인해 결국 자멸했다는 것 뿐이다.…」

    비전의 서, 프리네리아력 57년 발행

    7장 '마족들' 에서 발췌.

    "우욱…. 욱!…"

    ―쏴아아아.

    "욱! 케엑!"

    ―쏴아아.

    "……."

    린은 세면대에서 얼굴을 들고는 벽에 있는 수건을 집어들어 입을 닦아냈다. 문득

    그녀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흑…."

    ―어쩌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싸한 느낌에 그녀는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

    들었다.

    어쩌지. 어쩌지. 어떻게 하지.

    …끼익.

    린은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수도꼭지를 잠갔다. 순간,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오르

    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어째서. 어째서지?

    린은 소리 죽여 흐느꼈다.

    생리가 없어서 혹시나 했었지만… 하지만.

    어째서.

    "큭…, 크흑…."

    "성기사라…."

    세이어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훈련장 한 구석에 앉아서, 훈련장에서 훈련

    하는 다른 성기사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성기사단의 상징인 은백색 갑옷과 붉은

    색 망토. 물론 지금은 훈련 중이기 때문에 망토는 갖춰 입고 있지 않았지만….

    "하앗. 하앗!"

    검을 휘두르며 기합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들의 은백색 갑옷이 햇

    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났다.

    '은백색 갑옷이라.'

    세이어는 피식 조소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저들과 마찬가지로 세이어도

    은백색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빛'의 다하난. 그 다하난의 광휘를 상징하는 은백

    색 갑옷.

    세이어는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기사…. 마왕의 복제인 자신이 성기사라니. 자신은 '어둠'에 속한 존재다. 다하

    난을 위해 싸우기는 커녕 다하난을 대적해야 할 존재다. 그런 자신이 다하난을 믿

    으며 그의 뜻을 위해 싸운다? 어불성설이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쪽이든 제겐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세이어."

    세이어는 자조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계속 이러고 있어 보아야 어

    차피 할 일은 없다. 세이어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훈련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세이어 님."

    그러나 그 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이어는 그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훈련 안 하셔도 괜찮겠습니까?"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에, 붉은 머리를 짧게 친 남자였다. 세이어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 얼굴은 기억에 있었다.

    세이어가 성기사가 된 것이 약 20일 전. 그 때 로빈이 자신을 새로운 성기사라고

    소개했을 때 성기사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거의 경악에 가까울 만큼 놀라하

    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세이어의 람베르티는 65였던 것이었다.

    람베르티란 일종의 서열과 같은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전

    체적으로 항상 람베르티가 갱신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원이 생겼을 때 보충되는 식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프리네리아 왕국에는 약 이천여 명의 기사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자신의 람베

    르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람베르티가 처음 주어질 때는 제일 끝부

    터 시작하게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원래대로라면 세이어의 람베르티는 2000 정도

    였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를 사람이 갑자기 제 65

    람베르티라니,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응이 상당히 여러 가지였었는데, 그 중 이 붉은 머리의 남자는 특히 강하게 의

    혹의 눈길을 보냈었다. 그는 세이어를 마치 무슨 적을 대하기라고 하는 듯이 쳐다

    보았는데, 적의까지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세이어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이었다.

    그의 람베르티는 213으로 세이어보다 낮았기 때문에 그는 일단 세이어에게 경어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경어라고는 해도 존경의 뜻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듯했다.

    경어를 쓴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존중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하긴 그 점은 세이

    어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문제라도?"

    세이어가 되물었고, 붉은 머리 남자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기분 나쁜 미소였다.

    "아니요. 다만 훈련을 소홀히 하면 실력이 늘지 않잖습니까. 모름지기 성기사라면

    한시라도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습니까."

    "한데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전 세이어 님께서 훈련을 하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군요."

    "그래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세이어가 조용히 물었다.

    "아니 뭐… 특별히 무엇을 원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붉은 머리의 남자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세이어 님이 좀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절 걱정하실 여유가 있으십니까."

    남의 훈련을 걱정할 시간에 당신이나 잘하라, 라는 뜻이었다. 세이어는 그렇게 말

    하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문득 훈련장 내 성기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느끼고 세이어는 낮게 냉소했다.

    세이어는 절도 있는 발걸음으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가 빠져나가고 얼

    마 지나지 않아 성기사들은 다시 훈련에 몰두했다.

    다만 한 명 예외가 있었다면, 방금 세이어에게 말을 걸었던 붉은 머리의 남자였다

    . 그는 불쾌한 시선으로 세이어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그

    러고 서 있다가, 거의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이윽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연습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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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월요일에 올린다고 했었습니다만, 사정이 생겨서 오늘 올립니다. 실은 백

    회를 맞이하여 좀 쉬고 월요일부터 연재재개를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월요일

    이 되어도 연재재개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말이죠.

    월요일에 외갓집으로 가서 수요일에 돌아옵니다. 하하. 그런 이유로 연재재개는

    수요일부터 가능하게 되겠습니다. (그동안 통신도 못합니다. 하하. 소설이라도

    많이 써 둘 생각입니다)

    사실 오늘 올릴까 말까 했었습니다만, 기다리실 독자분(…-_-;;)을 생각해서 한

    편 정도는 올려두자! 라는 생각으로. 하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9227 / 21118 등록일 : 2000년 08월 09일 23:42

    등록자 : NEISSY 조 회 : 203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0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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