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00화 (101/158)
  • 3. 살아가는 이유 …… (29)

    로제레트는 문득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나도 마찬가진가."

    달칵.

    술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로제레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잠시 그의 눈이 빛났

    고, 그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방문을 노려보았다.

    "가 볼까."

    로제레트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로제레트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횃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통로는 퍽이나 어두웠

    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내려가며 로제레트는 문득 손을 뻗어 벽에 손가락

    을 대 보았다. 차갑고, 축축했다.

    "…차갑다, 인가."

    로제레트는 이어 한참을 아래로 내려갔고, 이윽고 한 방문 앞에 도달했다.

    끼익―.

    로제레트는 문 손잡이를 비틀어 앞으로 밀었다.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과 함께 문

    이 열렸고, 안에서 냉기가 확 끼쳐나왔다.

    안은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다. 골방 정도의 공간이었는데, 그 한가운데에 검은

    색의 관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로제레트는 조심스럽게 관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얼음,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연갈색의 머리칼이 웨이브져 있었고, 상당히 유약해 보이는 얼굴선을 지닌 여성이

    었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마치 조용히 잠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로제레트는 슬픈 눈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는 그녀를 내려보았다.

    "에레스."

    그는 천천히 안경을 벗고는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곧이야.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어."

    로제레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어때, 에레스, 그 안에서 지내는 것은? 춥더라도 조금만 더 참아 주었으면 해.

    이 일이 끝나면 널 그 안에서 꺼내 줄 수 있어."

    에레스가 영원의 깊은 잠에 빠지게 된 것은 언제였던가?… 로제레트는 잠시 과거

    를 회상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로제레트는 손가락을 움직여 조심스레 관을 쓸어내렸다.

    "차갑군…."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로제레트는 천천히 관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어느새 손이 푸르게 변해 있었다.

    "마족들과 계약을 했어. 널 살리기 위해서 말이지."

    로제레트는 빙긋 웃었다.

    "그들은 아마 날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너라면 알겠지, 에

    레스?"

    로제레트는 얼어버린 손에 흰 장갑을 끼며 나직이 웃었다.

    "후훗…. 그래. 이용당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지. 후후훗…, 멋지지 않아,

    에레스. 마족을 이용하는 인간이라니."

    문득 로제레트가 피식 웃었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나…? 그래, 쉬도록 해, 에레스."

    로제레트는 천천히 관 뚜껑을 덮었다.

    방으로 돌아온 로제레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 남자였다. 자신의 서재에 웬 남

    자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로제레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굽니까, 당신은?"

    "아, 실례."

    남자는 로제레트에게로 몸을 돌렸다.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상체를 꾸벅 숙여 인

    사하면서 그가 말했다.

    "전언입니다."

    "…아아."

    로제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십시오."

    "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나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너도

    우리들의 존재가 발각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지.'"

    "쿡."

    로제레트가 피식 웃었다. 그런 로제레트를 잠시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남자는 말을

    이었다.

    "'대신 이렇게 하겠다. 제국 전역에 결계를 세우겠다.'"

    "…결계, 라."

    로제레트가 빙긋 웃었다.

    "은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이 47텝(프리네리아의 무게 단위, 1텝은 약 1.042톤) 가량 필요합니다."

    "흐흠…."

    로제레트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구두굽을 바닥에 맞부딪혀 소리를 내면서 그가 말

    했다.

    "나라 전체에 깔 은치고는 적군요."

    "아아, 그렇습니다. 워낙 능력이 뛰어나신 터라…."

    "흐흠. 그래서 캄힐트가 왔군요."

    "예?"

    남자는 로제레트의 비꼼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서 부작용인 캄힐트 하나 막지 못하나… 라는 빈정거림이었지만, 아무래도 저 마족

    은 로제레트의 말을 이해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로제레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 47텝이라. 그렇게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양은 아닙니다만."

    "덧붙여, '제국의 국력이라면 그 정도 은은 간단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

    라고 하셨습니다."

    "흐음, 그렇습니까."

    로제레트는 빙그레 웃었다.

    "물론 국민들을 혹사시키면 충분히 가능하긴 합니다만… 전 그럴 만큼 혹독한 총

    리대신이 아니라서."

    "아아, 그렇군요."

    남자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양을 보며 로제레트는 가볍게 고

    개를 저었다. "…역시 이해하지 못했군."

    나는 당신들과는 다르다. 당신들이라면야 아랫사람들을 혹사시킬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라는 뜻이었지만,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 로제레트는 낮게 웃었다.

    "그러니…, 반 정도로 해서 24텝 정도만 부담했으면 합니다만. 나머지 23텝, 당신

    들이라면 간단히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아아. 간단하지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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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참이… 되겠습니다. 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953 / 21100 등록일 : 2000년 08월 01일 21:24

    등록자 : NEISSY 조 회 : 21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00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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