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98화 (99/158)
  • 3. 살아가는 이유 …… (27)

    무의미합니다.

    자신이 처음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언제였던가…. 세이어는 과거를 돌이켜 보았

    다.

    ―아아, 그렇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부터였다. 그리고 그 때가… 아마도

    자신이 처음 경어를 쓰기 시작한 때였다.

    세이어는 문득 쓰게 웃음 지었다.

    허무하지 않은가…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리 아둥바둥거려 보았자 죽고 나면 모두

    한 순간의 꿈에 불과한 것을. 무의미하지 않은가….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가…? 의미를 찾는 것일

    테지.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 테지. 아이러니다.

    찾지 못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 따위. 하지만…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테지.

    분명 어딘가에 답이 있으리라.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서. 그렇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

    그것이 지금의 세이어가 살아가는 이유다.

    세이어는 입을 열었다.

    "린 씨."

    "…예?"

    세실에게 한창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던 린이 세이어에게로 고개를 돌

    렸다. 세이어가 말했다.

    "린 씨는 왜 살아가고 있습니까?"

    "……예?"

    꽤나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린은 눈을 크게 떴다. 세이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린 씨의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글쎄요…."

    린은 잠시 머뭇거렸다. 무언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더니, 이윽고 가볍게 숨

    을 내쉬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사랑… 이요."

    "사랑 입니까."

    "예."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린이 물었다.

    "그건 왜… 물으세요?"

    "아니요. 별 것 아닙니다."

    세이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 않은데요?"

    세이어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서는 세실이 장난스런 미소를 입가에 띠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이봐요, 세이어 씨?"

    "예?…"

    "계속 그렇게 혼자 사는 사람처럼 굴 거예요?"

    세실이 따져묻듯 말했다. 세이어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세실을 돌아보았

    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요."

    "…어째서입니까?"

    "어째서라뇨? 무슨 뜻인지 몰라요?"

    세실이 슬쩍 미간을 좁히며 물어왔다. 세이어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

    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만."

    세실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사람들이야, 둘 다." 세실이 말했다.

    "이봐요, 세이어 씨. 좀 마음을 열고 살아가란 말이에요. 그렇게 마음을 닫고서

    살아가는 게 즐거워요?"

    "……."

    세이어는 대답하지 않았고, 세실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린이 작

    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실, 세이어 님께 그렇게…,"

    "언니를 위해 하는 말이야."

    한마디 해주고 나서 세실은 다시 세이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이네요, 당신은. 물론 내가 당신을 알게 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하여간 말예요. 당신도 알고는 있겠죠, 당신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세이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행동이 자신의 말에 대한 긍정이라 판단한 세

    실은 이어 말했다.

    "뭐, 좋아요. 감정을 드러내고 살라던가 그런 말은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적어

    도 이건 말해두고 싶네요. 세이어 씨, 당신은 마음의 벽이 너무 높아요."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순간 세실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봐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마음을 닫고 살지 좀 말란 말예요!! …제길."

    세실은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저 이만 갈게요. 언니, 나 갈게. 즐겁게 놀아."

    "아… 그래."

    린은 세실이 정원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윽,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방으로 돌아온 세실은 침대로 몸을 던지고는 몸부림을 쳤다.

    "으…, 모르겠단 말야! 아윽!"

    벽에 베개를 집어던지며 그녀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한참이나 그러고 발버둥을

    치던 그녀는 이윽고 천천히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는 중얼거렸다.

    "왜 그 사람만 보면 신경질이 나냔 말야… 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왠지 화가 났다.

    아무래도 꽤 과민인 듯 싶다. 그 사람만 보면 왠지 짜증이 나 버린다. 특히, 아까

    린과 세이어가 대화를―사실 '대화'라기엔 조금 이상한 것이었지만― 보자 정말이

    지 신경질이 나 버렸다.

    "크, 신경질 나!"

    고개를 흔들며 그녀는 애꿎은 벽을 발로 걷어찼다.

    - To be continued... -

    ===========================================================================

    …100회 슬럼프라는 것이 있다더군요. 100회가 가까워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

    이라나요. …그런 것이야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현재 글이 잘 안 써지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건 글 쓰는 게 재미있다기보다는 거의 의무감으로 쓰는 것 같을

    정도니… ㅠㅠ

    아아, 힘들군요, 힘들어요. 100회 슬럼프라… 빨리 100회가 넘어가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나…. (이거, 여러 가지 의미에서 100회가 기대되는군요. 하아.)

    …궁여지책으로, 편당 라인수를 줄입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말아먹을 슬럼프

    가 끝날 것 같지가 않군요. (100화 돌파하고 나면 슬럼프가 사라진다면 심히 다

    행이겠습니다만…)

    ……그런데, 슬럼프란 놈이 이연참을 해도 되는 건가?;;; (라인수도 줄인 주제

    에……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930 / 21100 등록일 : 2000년 07월 31일 22:24

    등록자 : NEISSY 조 회 : 19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9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