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96화 (97/158)
  • 3. 살아가는 이유 …… (25)

    "아, 그래… 그러니까, 난 찾고 싶은 거야."

    "찾다니, 뭘?"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

    네이시가 대답했다. 그의 말이 약간 의외였는지, 니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이시는 머쓱하게 웃었다.

    "돌아와 달라고 했잖아, 네가."

    "…어떻게 말이야? 돌아올 수가 있는 거야?"

    "글쎄, 찾아봐야지."

    "찾아봐야지."

    니리아의 질문에 할파스는 그렇게 대답했다. 니리아는 걱정스런 눈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그 리치… 이길 수는 있어?"

    "물론… 나 혼자서는 이길 수 없겠지."

    할파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이미 마을 입구에서 떠날 준비를 끝낸 다른 엘프들을

    눈짓했다.

    "그러니까 다들 함께 가는 거잖아. 믿을 만한 동료라고. 걱정마. 꼭 찾아올 테니

    까, 크세이델."

    "하스."

    니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

    "그래. 괜찮다니까."

    할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니리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눈

    동자를 보임으로써 니리아를 안심시켜 주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과는

    달리 그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때문에 그 행동은 오히려 니리아에게 걱정을 안겨줘

    버리고 말았다.

    니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걸."

    "…그동안 마을을 부탁해."

    할파스는 말을 돌렸다. 니리아를 걱정시키고 싶은 생각을 없었다. …하지만, 니리

    아는 그런 그의 생각 정도는 이미 눈치챈 듯했다.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니리아는 말

    했다.

    "넌 바보야, 하스."

    "하하…."

    할파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한차례 고개를 젓고 나서 그가 말했다.

    "걱정 마, 니리아. 우린 무사할 테니까."

    "…그래."

    "그럼, 갈게."

    할파스는 몸을 돌렸다. 이제 슬슬 가야 할 때다. 그 리치를 찾아서 크세이델을 다

    시 찾아와야 한다. ―그것이 장로님의 유언이었다.

    그 리치를 죽여버리고 말겠다. 그 녀석 때문에 섀크리스 장로님께서 돌아가셨다.

    복수. 복수하고 말 테다. 할파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스?"

    니리아의 목소리가 등을 넘어왔다. 할파스는 고개를 돌렸다. 니리아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약속해 줘."

    말해 봐. 할파스는 눈으로 그렇게 말했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니리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했다.

    "무사히 돌아와."

    "…그래, 약속할게."

    할파스가 대답했다.

    "죽지 않을 거야….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니리아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행동에 할파스는 잠시 어리둥절해했으나, 곧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가볍게 미소지으며 자신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새끼손가

    락을 폈고, 서로 상대의 새끼손가락에 엇걸어 구부렸다.

    니리아가 말했다.

    "약속이야."

    "그래, 약속."

    "무사히 돌아와."

    "응."

    니리아는 손가락을 폈고, 할파스는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나갔다. 리치와 싸

    우기 위해서. 크세이델을 되찾고, 섀크리스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네이시! 야!"

    니리아가 소리쳤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아까부터 계속!"

    "응…, 옛날 생각을 조금."

    "……그랬구나."

    "어? 왜 그래? 그런 표정 짓지 말라니까, 니리아."

    네이시가 생긋 웃어 보였고, 니리아는 입술을 삐죽였다.

    "너부터 잘 해. 자기는 계속 혼자 우울한 표정으로 있으면서 나보고는 밝게 있으

    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하하. 그러네."

    네이시는 머쓱하게 웃었다. 한심하다는 듯이 가볍게 혀를 차며 니리아가 물었다.

    "그런데, 찾아보다니? 예전의 너로 돌아가는 방법을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글쎄…. 모르지."

    "…그럼 뭐야?"

    니리아가 네이시의 눈앞에 얼굴을 갖다댔다.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물어보라더니 혼자 멍하니 뭘 생각하느라 내

    말은 듣지도 않구. 이상한 말만 하구."

    "으응…."

    "좋아. 말해 봐, 네이시."

    니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네이시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뭘 하고 싶은 건데?"

    "글쎄…."

    네이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이시는 가볍게 볼을 긁적이다가, 이윽고 피식 웃으

    며 말했다.

    "목표란 거… 글쎄, 지금의 나에겐 없어."

    "…뭐야, 그게?"

    니리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이시는 슬며시 웃었다.

    "뭐, 그 말 그대로야. 왜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르

    겠어."

    "……."

    니리아는 물끄러미 네이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참이나 네이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오른손을 내밀어 네이시의 볼에 갖다댔다.

    "…니리아?"

    "이… 바보 네이시야."

    "아…아야야!"

    니리아는 네이시의 볼을 꼬집었고, 네이시가 비명을 내질렀다. 니리아는 잠시 후

    천천히 손을 놓았고, 네이시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리며 볼을 어루만졌다. 네이시가

    말했다.

    "아프잖아…."

    "너, 언제부터 회의주의자가 된 거야?"

    "응?"

    "왜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왜 그렇게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야?"

    "……."

    "…그래도, 다행이네."

    "응?"

    니리아가 문득 가볍게 미소지었고, 네이시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

    다. 니리아가 말했다.

    "'지금의' 네겐 없다고 한 거지?"

    "…아아."

    "그럼, '앞으로의' 넌 어때?"

    니리아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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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참…입니다. 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832 / 21100 등록일 : 2000년 07월 29일 14:39

    등록자 : NEISSY 조 회 : 19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9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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