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95화 (96/158)
  • 3. 살아가는 이유 …… (24)

    ˝안 내 인 가.˝

    리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디지니를 바라보았다.

    바람의 거인, 디지니. 확실히 위압적인 모습이지만….

    ˝처 리 해 라 다 오.˝

    리치는 자신이 소환한 다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디 텍 트 마 나 포 스 Detect mana force.˝

    "장로님! 장로님!!"

    마을로 돌아온 할파스는 곧장 마을의 장로를 찾았다. 장로의 집은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고목 위에 지어져 있었다. 할파스는 빠르게 그 고목을 올라가 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이냐, 할파스?"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백발의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년 817세의 노 엘프,

    섀크리스. ―물론 엘프이니만큼, 모습은 청년의 그것이었다― 마을의 최고 연장자

    인 그는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리치… 리치가 출현했습니다!"

    할파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섀크리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리치라고?"

    "예, 그렇습니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지?"

    "남쪽으로 15킬로예즈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곧 찾아올 수 있

    을 겁니다. 일단 디지니를 소환해서 막으려 했지만… 그는 다오를 소환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돌아온 겁니다."

    "그런가."

    섀크리스는 낮게 신음을 흘렸다. 리치라…. 리치가 이 곳에는 왜 온 것일까. 알

    수가 없다. 물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온 것은 아닐

    테지. 섀크리스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가자, 할파스. 마을 엘프들을 모아라."

    "예, 그럼!"

    대답한 할파스가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그의 앞에서 강렬한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할파스는 손을 들어 앞을 가리며 눈을 찡그렸다.

    "뭐지?…"

    흰 빛이 사라졌고, 이윽고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의 그 리치였다. 리

    치는 할파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안 내 고 맙 군 엘 프.˝

    "크, 크윽, 이렇게 빨리?"

    "홀 드 몬 스 터 Hold monster."

    리치가 주문을 외웠고, 순간 할파스와 섀크리스의 몸이 굳어 버렸다.

    '―이건?!'

    할파스, 그리고 섀크리스는 경악의 비명을 내질렀다. 엘프란 종족은 원래 반 정령

    족. 이런 류의 마법에는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런 이들을 이렇게나 간단히 봉하다

    니, 이 리치, 보통 리치가 아니다.

    리치는 섀크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가 장 로 인 가.˝

    그렇게 말한 리치는 섀크리스에게 건 마법을 제한적으로 풀었고, 덕분에 섀크리스

    는 입을 열 수 있었다. 섀크리스가 말했다.

    "그렇다만?"

    ˝대 답 해 라 장 로 크 세 이 델 은 어 디 있 나?˝

    "말해 줄 것 같은가, 리치여? 디스펠 매직!"

    섀크리스가 외쳤고, 순간 섀크리스와 할파스의 몸에서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흰 빛

    이 번뜩였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리치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치 섀크리스가 이럴 것이라고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순 순 히 내 준 다 면 죽 이 지 는 않 겠 다.˝

    "누가 네 녀석의 말 따위 들을 것 같나?"

    할파스가 외쳤다. 리치가 낮게 웃었다.

    ˝어 리 석 은 엘 프 스 스 로 죽 음 을 자 초 하 는 가.˝

    "―무슨 일입니까, 장로님!"

    밖이 시끌시끌했다. 어느새 안에서의 이 소란을 눈치챈 엘프들이 달려온 모양이었

    다. 할파스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그가 밖을 향해 외쳤다.

    "리치, 리치가 나타났습니다!"

    섀크리스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리치의 태도는 너무 여유만만

    했다. 비록 리치가 9서클의 마법사라고는 해도, 엘프들의 능력이 그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자신만 해도 8서클의 마법사. 8서클의 마법사라 해도 고레벨

    이라면 9서클의 마법사와 능히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더더구나 엘프란 정령을 상

    당히 자유롭게 소환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은 저 리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

    황인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섀크리스는 또 다른 것을 깨달았다. 저 리치에게서 느껴지는

    마나 파장이, 리치의 그것이 아니었다. 저것은 분명, 마족… 그런 계열의 마나 파

    장이다.

    '이 리치는, 설마?'

    섀크리스는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 하나의 가설로 인해 얼굴을 굳혔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저 리치가 크세이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죽 음 을 자 초 하 겠 다 면 말 리 진 않 겠 다.˝

    리치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 할파스가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예가의 후계자로서 명령한다!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바람의 혼 디지니여! 흐

    름에 몸을 맡기는 자, 물의 혼 마리드여! 내의 힘이 되어 지금 이곳에 그 존재를

    펼쳐라!"

    ―안 돼, 할파스! 정령으로는 저 리치를 이길 수 없다! 섀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콰앙.

    지붕이 튕겨나갔다. 그리고 거센 폭풍이 밀어닥쳤다. 휘몰아치던 눈보라는 어느새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거센 폭풍우. 섀크리스는 힘겹게 눈

    을 떴다.

    디지니와 마리드가 소환되고 있었다. 바람의 고위 정령과 물의 고위 정령. 신장이

    14예즈에 이르는 거대한 정령들.

    장로의 집 근처로 몰려왔던 엘프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나 지금 명령한다, 여기 존재하는 리치, 흐름에 역행하는 자를 본위로 되돌릴 것

    을!"

    할파스가 외쳤고, 그 외침에 호응해 디지니와 마리드가 움직였다. 휘이이이익. 강

    렬한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쳤고, 그 회오리바람은 리치를 공중으로 끌어올렸다.

    "분쇄해라!"

    할파스가 명령을 내렸고, 그 명령에 따라 디지니와 마리드가 리치에게 각기 주먹

    을 날렸다. 거신들의, 무서운 힘이 담긴 일격. 리치 정도는 일격에 분쇄될 것이다.

    그러나, 리치는 웃고 있었다.

    "―이시."

    "……."

    "네이시!!"

    "아, 응?"

    네이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옆을 돌아보았다. 거기에선 니리아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혼자 멍하니."

    "아아, 미안해."

    네이시는 가볍게 손을 들어 니리아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 손을 잡으며 니리아

    가 물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말하고 싶은 거라니?"

    "방금 네가 말했잖아.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너 나랑…, 음,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겠지… 라고."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니리아는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네이시가 고개를 끄

    덕였다.

    "응."

    "…응은 뭐가 응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야…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냔 말이

    야."

    "하고 싶은 말?"

    네이시는 살짝 웃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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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허접하군요.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808 / 21100 등록일 : 2000년 07월 28일 22:30

    등록자 : NEISSY 조 회 : 192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95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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