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91화 (92/158)
  • 3. 살아가는 이유 …… (20)

    "뭐가 오해라는 건데?"

    린이 물었다. 세실은 린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세이어 씨한테 관심 없어."

    "…그래?"

    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세이어 님과…,"

    "제발.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세실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린은 그런 세실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했다.

    "…말해봐."

    "난 말야, 세이어 씨한테 뭘 좀 물어보려고 했던 것 뿐이란 말야. 무슨 말인지 알

    겠어? 난, 세이어 씨가 대체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단 말야."

    "그런데…?"

    린의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진 것을 느끼며 세실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리고 동시에 안타까움의 한숨도 내쉬었다. 대체 언니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질

    투… 질투하는 거지, 지금?

    세실은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라니. 그래서 그걸 세이어 씨한테 질문했다고. 내 말 알겠어?"

    "…그래. 알겠어."

    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어 님께선 뭐라고 하셨어?"

    "응? 아…,"

    린이 물어왔고, 세실은 뭐라고 말할까 잠시 망설였다. 어느 만큼이나 말해주는 것

    이 좋을까. 뭐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까. 세이어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린을 좋아

    한 적은 없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라고. …그렇게 말해 줄

    까?

    하지만 다음 순간 세실은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세이어에게 미쳐버린―세실은 이

    표현이 상당히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린에게 그런 말을 그대로 전한다면 린이 대

    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입다물고 있을 수만도 없는 것

    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분명 린은 또 이상한 오해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실은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세이어 씨가 말하길, 언니는 세이어 씨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어."

    뭐,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니까.

    "…정말, 그랬어?"

    린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세실은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

    을 느끼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랬어."

    "그래… 그랬구나…."

    린의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세실에게 말했다.

    "그것 봐…. 역시 세이어 님은…."

    "그래, 그래."

    대답하는 것도 귀찮았기에 세실은 건성으로 린의 말에 대답하며 침대로 기어들어

    갔다. 오늘은 린의 일 때문에 머리를 너무 써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찍 잠이

    나 좀 자려고 생각하는 세실의 등 뒤로, 린의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너도 세이어 님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뀐 것 같네."

    "…응? 왜?"

    세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난데없이 저게 무슨 소릴까? 린은 가볍게 웃으

    며 말했다.

    "'그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세이어 씨'라고 하고 있잖니, 너…."

    "에. …아, 그, 그렇구나. 하하…."

    세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그에 대한 호칭이

    바뀌어 있었다. 언제부터 바뀐 거였지? 아, 오늘 정원에서 세이어를 만난 뒤부터였

    나.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 다행이야. 내 오해였구나…."

    린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실은 베개맡에 얼굴을 파묻으며 생각했다.

    그래, 다행이지. 아무래도 좋으니까, 난 좀 잘래. 신경 쓰기 귀찮아.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지나고 어느새 밤이 되었건만, 잠은 오지 않았다. 세실은 애써 잠을 청했

    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졌고, 결국 세실은 아예 잠자기를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새근새근….

    옆 침대에서 린은 조용히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세실은 슬쩍 고개를 들어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그녀는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세실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이 그렇게 좋았어, 언니?"

    세실은 생각해 보았다. 언제부터 린이 이렇게 변했던가…하고. 레이아다 시에 돌

    아왔을 때? 아니, 그 때는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 굳이 말하자면… 그

    때의 도플갱어 사건이 해결된 뒤 세이어가 다시 떠나고 난 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세이어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 라고 세실은 린에게 물었었다. 솔직히 세실은

    린을 이해할 수가 없었었다. 그런 남자의 어디가 좋은지. 하지만, 아까 세이어와

    대화를 하고 나서야 세실은 린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세이어는 확실히 무

    언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약간은 기묘한 느낌…,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특히,

    그의 눈동자는 어딘지 신비스러운 기운까지 가지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세이어에 대해 생각하던 세실은 다음 순간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약간 놀랐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그런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가 세이어 씨에게 호

    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도 안 돼!'

    세실은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아니, 아니. 이러면 곤란한데. 정말로 언니 오해대

    로 되어 버리게 될 지도 모르겠어.

    아아, 하지만….

    "미칠 것 같네."

    이런저런 생각에 끙끙거리며 세실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세실은 새

    벽 4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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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상당히 짧군요. 어쨌든 이연참은 이연참! 이얍! …참고로 말씀드려,

    이 90편이 짧아진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쓸 거리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쓸려면 쓸 수는 있었는데, 너무 어중간하게 들어가서.

    차라리 짧게 한 편을 올리기로 한 겁니다. 하하하. (…뭐가 하하하 냐! 이 덜떨

    어진 무책임 작가야!!)

    아아, 그나저나, 드디어 90 회로군요. 야아. 100회가 다가옵니다. 자축, 자축.

    이런 경사가∼ ^^;

    100회가 되면 이벤트로 캐릭터 인기투표를 할 생각입니다. 몇분이나 응모해 주

    실지는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시도는 해 보려 하오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100회가 되면 입니다. 자세한 방법은 그 때 가서 설명해 드

    리겠습니다.

    오, 이번 편은 짧았는데, 잡담으로 10라인 이상 벌었다. 헤헤∼. (크큭. 잡담으

    로 한페이지를 넘겨 주맛!! 크하하!!) …퍼버벅.

    …Neissy였습니다. ^^;;

    번 호 : 8704 / 21100 등록일 : 2000년 07월 26일 22:36

    등록자 : NEISSY 조 회 : 19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9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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