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85화 (86/158)
  • 3. 살아가는 이유 …… (14)

    밤…. 사이아스 제 3왕성. 이곳의 복도를 소리나지 않게 주의하며 걸어가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침입자…? 아니, 침입자는 아니었다. 사실, 그에게는 사정이 있었

    다. 이곳에는 자신을 알아봐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었기에, 그는 들키지 않게 조심

    할 수 밖에 없었다.

    끼익….

    그는 조용히 문패에 '시린, 네이시'라고 쓰여져 있는 방의 방문을 열었다. 안에서

    는 그의 동료― 시린 미메이어가 침대에 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린은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를 보고는 반색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 네이시. 어딜 갔었던 거냐?"

    "그냥 조금. 너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이상하게 밝은 표정의 시린을 보며 네이시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린은 씨

    익 웃으며 말했다.

    "너 덕분이다. 고마워."

    "…뭐가?"

    "아까 그 에이드란 사람들 말고도 또 온 사람, 아니 엘프가 있었던 거 알지? 이름

    이 니리아라던데."

    "아아…."

    시린의 말을 들은 네이시의 표정이 약간 이상해졌지만, '별 것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시린은 개의치 않고 이어 말했다.

    "그녀, 무척 아름다웠어."

    "…그래그래."

    그녀의 얼굴이라면 나도 잘 알지. 어쨌든 적어도 백 년 이상 계속 보아 온 얼굴이

    니까. 네이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뭐가 내 덕분이라는 거야?"

    "아, 그거."

    시린은 아까 갑자기 네이시가 사라지고 나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니리아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 존재인 네이시가 엘프라는 말을 듣자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결국 네이시에 대해서 잘 아는 시린이 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잠깐잠깐, 나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고?"

    "어, 그래. 네 외모, 성격, 하는 행동 뭐 그런 거."

    "…그녀가 뭐라고 하디?"

    "응? 글쎄, 별 말은 안 하던데."

    "그래……."

    네이시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시린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무슨 일 있는 거냐? 왜 너답지 않은 표정을 하고 그래?"

    "아무것도 아냐."

    네이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그게 뭐가 고맙다는 거야?"

    "응? 뭐가?"

    "나에 대해서 설명했다면서. 그게 뭐가 고마워?"

    "아, 그건 말이지."

    시린은 천천히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네이시가 그렇게 도망(?)가 버

    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상견례가 모두 끝났다. 그 후 세이어는 에이드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같이 나갔고―물론 로빈도 함께―, 니리아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

    는 호기심이 상당히 강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자신 외의 다른 엘프가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기뻐한 것이었거나.

    어느 쪽이건, 그녀가 네이시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녀는 네이시

    에 관해 연거푸 질문을 해댔고, 시린은 그에 대해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어쨌든,

    네이시에 관해 좀 아는 사람이라고는 시린 뿐이었으니까.

    "그녀, 고맙다면서 미소 지어 주었어…. 하아."

    "…그래그래."

    "방금까지 이 방에 있었어. 조금만 빨리 들어왔으면 만날 수 있었을 걸."

    "그랬어?…"

    네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네이시는 니리아가 방금까지 이 방에 있었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니리아를 피하느라 지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

    으니까.

    "……흠, 너 오늘 따라 정말 이상한데?"

    "응? …뭐가?"

    시린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네이시는 찔끔하며 물었다. 시린은 마치 탐색이라도

    하는 듯한 눈길로 네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평소의 너 같았으면, '흑, 시린. 나보다 그녀가 더 좋다는 거야?' 라든가

    하는 변태성 짙은 소리들을 해 댔을 텐데 말이지."

    "그… 그런가?"

    "역시 이상한데. 너, 무슨 일 있었냐?"

    "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래?"

    시린은 미심쩍다는 듯이 네이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표정은 그다지 오래 가

    지 못했고, 곧 시린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겠지.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 그래?"

    다행이네.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야. 시린 녀석, 역시 둔하다니까.

    "중요한 건, 내일 니리아 씨가 또 오기로 했다는 거야."

    시린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너, 내일은 어디 가면 안 돼. 니리아 씨가 널 한번 꼭 보고 싶다고 했

    거든."

    "그, 그래…?"

    ―망할, 하나도 다행이 아니잖아. …아니, 아니지. 꼭 여기 있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었잖아. 시린이나 니리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또 도망나가는 게 좋

    겠어.

    네이시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자, 그것을 바라보던 시린이 이렇게 말했

    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헉. 놀랐다. 시린 저 녀석, 둔한 주제에 가끔 예리할 때가 있다니까. 네이시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 하하, 내가 왜 도망간다는 거야?"

    "그거야,"

    시린이 대답했다.

    "척하면 딱이지."

    "…그러니까, 뭐가?"

    "훗…. 네이시 너, 부끄러워 하고 있는 거지?"

    저 대사, 왠지 어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네이시가 되물었다.

    "뭘 부끄러워해?"

    "너 니리아 씨에게 반한 거지?"

    반한 건 너겠지.

    "아까는 그녀를 보자마자 창문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니리아 씨가 온다는 소리에

    표정이 변하질 않나. 생각해 보니 간단한 거던데. 너, 의외로 수줍음을 타는 타

    입이군."

    "… 맘대로 생각해."

    어이가 없어진 네이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시린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하지만, 네 사랑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거다. 내가 있으니까."

    "……."

    "여하간 넌 내일 나와 니리아 씨 사이의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한다. 괴롭겠더라도

    좀 참아라."

    "……."

    착각은 자유지…. 네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로 가서 누웠다. 시린이 이어 몇

    마디 더 했지만, 지금의 네이시로서는 그런 것까지 신경 써 줄 여유는 없었다. 지

    금은 내일 있을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냐를 생각하는 것이 급선무다.

    '체인지 셀프 Change self로 모습을 바꿀까?… 아니, 니리아라면 알아채겠지.'

    네이시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느라 끙끙거렸고, 그런 네이시의 모습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 시린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네이시. 내가 잘 되면 니리아 씨한테 부탁해서 좋은 여자 소개해 주마.

    그러니까, 덕을 쌓는다고 생각해라."

    "……."

    시린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네이시는 내일 닥칠 일에 대한 걱정에 여념이 없었

    고, 네이시가 듣거나 말거나 시린은 뭐라고 계속 떠들어댔다.

    좋은 밤이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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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 83에 오타가 있었습니다. '에이드가 범을 뽑아들고 외쳤다'…에서 범을

    검으로 정정합니다. (난데없이 웬 호랑이란 말이냐……;;)

    그리고 한 가지, 지금 창연란에 '연'이라는 또 하나의 소설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데스트가 연중한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데스트로이아

    는 앞으로도 기본적으로 매일 1회 연재라는 원칙을 고수해 나갈 것입니다. 데스

    트로이아,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무슨 기업 이미지 광고같군……;;;)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399 / 21149 등록일 : 2000년 07월 19일 23:57

    등록자 : NEISSY 조 회 : 20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85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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