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83화 (84/158)
  • 3. 살아가는 이유 …… (12)

    프리네리아 왕국의 수도 사이아스 시. 왕성 내의 한 정원.

    "어이, 에이드!"

    정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에이드를 누군가가 불렀다. 그리고 그 목소

    리에, 에이드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띄웠다. 굳이 누굴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 자신을 저렇게 부르는 사람은 하나뿐이니.

    에이드는 몸을 일으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아, 로빈 님."

    "소식 들었어?"

    가까이 다가온 로빈은 다짜고짜 그렇게 물어왔다. 에이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

    다.

    "무슨 소식 말씀이십니까?"

    "아. 레이아다 시에서 있었던 사건 말야."

    "―아, 그 몬스터 이상 발생 사건 말씀이십니까?"

    "뭐야, 알고 있군."

    로빈은 약간 불만스럽게 말했고, 에이드는 죄송하다는 표정으로―왜 죄송한지는

    모르겠지만― 말했다.

    "어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아니. 알고 있다면 됐어."

    로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모르고 있다면 알려 주려고 한 거니까."

    레이아다 시의 몬스터 이상 발생 사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이어 등이

    겪었던 도플갱어 사건 바로 그것이다. 당시 그 사건에서의 생존자는 고작 여섯 명.

    세이어, 네이시, 시린, 아룬, 린, 세실 뿐이었다.

    그중 아룬과 린, 세실은 수도로 와서 그 사실을 왕실에 전했고, 그 소실에 왕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왕실에서는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3개월 전에 있었던 마왕의 부활. 그것을 감안해 본다면 몬스터의 이상 발생

    도 설명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여하간, 안팎으로 걱정이군."

    로빈이 말했다. 에이드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팎이라니요?"

    "마왕… 건은 그렇다 치고. 제국의 정세가 심상찮아."

    "심상찮다면…,"

    "제국에서 용병을 대거 모집하는 모양이야. 뭐, 어지간하면 몰라도… 아마 수천

    명 이상 모집하는 모양이더군."

    "… 전쟁이라도 준비한다는 걸까요."

    에이드는 가볍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로빈이 싱긋 웃었다.

    "글쎄. 그거야 제국 맘이겠지만. 어쨌든 딱히 전쟁을 걸어올 대의명분도 없으니만

    큼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닐 거다."

    "…그렇군요."

    "뭐,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해 두고 있으라고."

    로빈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에이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에이드?"

    "예."

    에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즈음, 사이아스 시의 파멸(?)이라는 소식을 전해온 당사자들은 왕성 내의 한

    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이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대우였는데, 사실 좀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렇게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

    지 못했으니 죄송하다… 여기까지 힘들게 온 노고를 치하한다… 라고 했지만, 실은

    조금 틀렸다. 현재 이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관리가 사이아스

    시로 파견을 나간 상태였는데, 이들의 말이 사실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거짓

    이라면 이들은 왕실을 능멸한 죄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건, 사실이

    확인되었을 때 이들이 없다면 조금 곤란하게 된다. 그러니 관리가 돌아올 때까지는

    잡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감옥에 가둘 수는 없으니, 이곳에 가둔 셈이다.

    세실은 지루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으∼따따따따아∼! 심심해."

    "책이라도 읽어."

    바로 옆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무래도

    세실은 지금 독서에는 별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세실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

    "뭐야. 언제까지 책만 읽고 있으란 말이야? 벌써 여기 온 지 20일이 다 되어 간단

    말야. 난 밖에 좀 나가고 싶다구."

    "하지만… 왕성을 함부로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칫."

    세실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룬 오빠한테나 가 볼까?"

    "마음대로 해. 바로 옆 방이잖니."

    책으로 다시 눈을 돌리며 린이 말했다. 그런 린의 모습을 보며 세실이 혀를 찼다.

    "언닌 지루하지도 않아?"

    "아니…. 별로."

    "…쳇. 그래, 언닌 평생 책이나 읽어라."

    밉지 않은 악담을 퍼부으며 세실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파앗.

    순간, 방 한켠에서 눈부신 백색의 빛이 뿜어져나왔다. 세실은 놀라며 외쳤다.

    "뭐, 뭐야?"

    "…마법…인가? 설마…?"

    린은 놀란 얼굴을 했으나,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기에 사실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 달 전 세이어가 했던 말을 문득 떠올리며 이 신기한

    현상을 쳐다보았다. '다시 린 씨께로 오겠습니다'… 라고 했었다. 분명….

    즈즈…즈즈즈즉.

    공간이 열리고, 그곳에서 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린이 기대했던 대

    로, 세이어, 네이시, 시린이었다.

    "뭐, 뭐,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세실은 크게 놀라며 당황한 얼굴을 했고, 린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세이어 님…!"

    "이곳은… 사이아스 왕성이군요."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에 시선을 주며 세이어가 말했다.

    "세이어 님… 돌아오셨군요!…"

    린은 반색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세이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들을 처리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일단 돌아왔습니다."

    "…일단…이라고요?"

    린은 약간의 불안감을 얼굴에 드러내며 물었다.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실은 린 씨를 만나고 나서 사이아스 왕성으로 향할 생각이었습니다

    만… 마침 잘 되었군요. 굳이…,"

    세이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덜컹!… 이라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고, 한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그는 상

    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워프라니, 린, 세실, 너희 괜찮아?!"

    "저기, 아룬 오빠…. 이분들, 세이어 님… 들이신데요."

    린이 말했다. …아룬은 곧 상황을 알아채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세이어 씨와 네이시 씨, 시린 씨군요…."

    "괜찮습니다."

    "갑자기 공간이 진동하길래, 린과 세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서…."

    아룬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고, 세이어는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보다…. 세이어는 생각했다. 워프로 인한 공간의 진동. 아룬이 느낄 정도라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알아챈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 에이드던가… 하는 성기사 정도라면.

    세이어는 피식 웃었다.

    "…찾아가는 수고도 덜 수 있을 것 같군요."

    "…느꼈나, 에이드?"

    긴장된 어조로 로빈이 말했다. 에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왕성에 침입하다니, 누군지 몰라도 겁이 없군."

    로빈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롱 소드를 확인하고 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가자, 에이드!"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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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시간 되시길. 싱긋.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304 / 21149 등록일 : 2000년 07월 16일 21:57

    등록자 : NEISSY 조 회 : 20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83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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