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82화 (83/158)
  • 3. 살아가는 이유 …… (11)

    "…그거 위험한 말인데?"

    돌연, 갑자기 로제레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로제레트는 놀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천천히 뒤돌아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12세 정도의, 귀여운 인상의 남자아이였다. 회색의 단발머리에, 간편해 보이는 복

    장이 그를 활기차 보이게 했다. 언뜻 보면 그저 귀여운 어린아이일 뿐이다. ―하지

    만, 로제레트는 그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세다라 씨?"

    로제레트의 말에 세다라는 히죽 웃었다.

    "능청떨기는. 알고 있었으면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과대 평가는 제겐 과분합니다만."

    로제레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일단 자리를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세다라 씨."

    "그러지."

    로제레트와 세다라는 별궁을 빠져나와 제 4 황궁으로 향했다. 제 4 황궁. 이곳은

    황실의 대신들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물론, 로제레트의 방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

    었다.

    로제레트의 방. 의자에 앉으며 로제레트가 말했다.

    "오래간만에 뵙는군요, 세다라 씨. 거기 앉으시지요."

    "흐흥."

    세다라는 로제레트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몸을 얹으며 슬쩍 웃었다.

    "사정은 부하들에게 들었습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더군요…. 협조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뭐, 별 거 아냐."

    세다라는 피식 웃으며 겸양의 말을 했다. 로제레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리고… 방해자가 하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응. 상당히 귀찮은 존재가 하나 따라붙었어. 여기 리단 시까지 따라왔다구. 뭐,

    여기서야 마나가 흐트러져 있으니 날 찾을 순 없을 테지만."

    세다라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로제레트가 낮게 웃었다.

    "처리하진 못하신 모양이군요."

    "처리? 모르면 가만 있어."

    세다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처리는 커녕 내가 소멸될 뻔 했어. 젠장. 분명해, 놈은 적어도 1급 마족 이상의

    존재야. 내겐 벅차."

    "흐음…. 세다라 씨는 1급 마족이 아니셨습니까…?"

    로제레트는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거… 아쉬운 일이군요. 세다라 씨께서 꼬리를 내려야만 할 정도의 상대라니….

    이거 참. 세다라 씨가 지레 겁을 먹게 할 정도라면…."

    쾅!

    세다라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눈은 마치 화염이 타오르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으득 이를 갈며 그가 낮은 어조로 말했다.

    "너, 지금 나를 조롱하는 거냐?"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로제레트는 빙긋 웃었고, 세다라는 그런 그의 모습에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웃기지 마!"

    탕!

    세다라의 주먹이 휘둘러졌고, 동시에 책상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비명을 질렀다.

    세다라는 이 정도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한 번 책상을 내리쳤다. 로

    제레트는 손을 올리며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아, 흥분하지 말아 주십시오, 세다라 씨."

    "너…,"

    "그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로제레트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물었고, 세다라는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뭐?"

    "그 방해자의 이름은 무엇이었습니까? 세다라 씨라면 알고 계실 텐데요."

    로제레트는 이번엔 은근히 세다라를 띄우는 듯한 어조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고,

    로제레트의 의도대로 세다라는 화가 풀린 듯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세이어라는 사람이었어."

    "세이어라….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역시 어린애로군, 이라는 생각을 하며 로제레트는 속으로 세다라를 비웃었다.

    "그가… 그렇게 두려운 존재입니까?"

    "…그래."

    세다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불행히도, 그는 나보다 훨씬 강해. 지금 내가 여기 돌아온 것만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단 말야."

    "그렇습니까…."

    로제레트는 빙그레 웃었다.

    "혹시 전쟁의 선결 조건이 무엇인지는 아십니까?"

    "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설마 모르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알고 있어."

    세다라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간단한 것입니다. 적과 싸우기 전에 우선 적에 대해 알아라."

    로제레트는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 세이어라는 자에 대해 알아봐 주십시오, 세다라 씨."

    "뭐?"

    세다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로제레트는 슬며시 미

    소지으며 말했다.

    "세다라 씨께서 싸워야 할 적이 아닙니까? 세다라 씨를 위한 것입니다."

    "우움…."

    세다라가 신음을 내뱉었다.

    "신이 아닌 이상 완전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에게 약점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군요."

    로제레트는 여유 있게 미소지었다.

    "제 일을 방해하는 자를 제거하는 것. 그것이 세다라 씨의 임무였지요?"

    "…그래."

    세다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저 인간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세다라였다.

    "그럼… 그 건은 세다라 씨께서 처리해 주실 것으로 믿고,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로제레트는 싱긋 웃었다. 세다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다른 이야기?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그, 마나의 흐트러짐 때문입니다만…."

    "그게 왜?"

    세다라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고, 로제레트는 슬쩍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 일을 실행한 이후… 캄힐트가 거의 끊이지 않고 오더군요. 이 건은 아무래도

    재고의 여지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하긴 그건 그렇겠네. 좋아, 내가 말해 보지."

    "부탁드립니다."

    "으응."

    세다라는 맡기라는 듯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또 말할 거 있어?"

    "예…. 그러니까……,"

    밤.

    로제레트는 와인이 가득 담긴 잔을 한 손에 들고 발코니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

    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마법, 컨티뉴얼 라이트를 이용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는

    데, 상당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쨌건 이곳은 제국의 수도. 그 야경의 화려함이란 다른 도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 로제레트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도시…."

    와인을 한 모금 목으로 넘기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멋지군…. 그렇지 않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속삭이는 듯한 어조

    로 로제레트는 말했다.

    "얼마 남지 않았어."

    로제레트는 진한 웃음을 지었다.

    "곧 간다… 기다려 줘."

    로제레트는 와인잔을 바라보았다. 잔에 반쯤 담겨 있는 레드와인. 마치 피처럼 붉

    은 빛깔이다. 로제레트는 잔을 기울여 와인을 발코니 아래로 흘렸다. 주륵…. 와인

    은 아래로 떨어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간다.

    "우리의 꿈을 위해서야… 에레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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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이연참! 즐겁게 보아 주세요, 냐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262 / 21149 등록일 : 2000년 07월 15일 21:48

    등록자 : NEISSY 조 회 : 212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8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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