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81화 (82/158)
  • 3. 살아가는 이유 …… (9)

    끼익.

    세이어는 쪽문을 열고는 가볍게 상체를 숙이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네이시는 힐

    끔 쪽문 안을 바라보았다.

    "……."

    완연한 어둠. 그 안은 컴컴했다. 네이시는 슬며시 고개를 저으며 그 안으로 들어

    갔다.

    "…흐음."

    네이시는 가볍게 탄성을 터뜨렸다. 어두컴컴해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세이어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적외선 시각―적외선을 볼 수

    있는 능력. 엘프의 능력 중 하나다―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야 어둠에 그다지 구애

    받을 게 없지만, 세이어는 그렇지 않을 텐데.

    네이시는 새삼 세이어에게 감탄하며 발걸음을 빨리 해 세이어의 뒤를 따라잡았다.

    통로는 의외로 길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상당히 가파르게 아래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물론, 가파르다고는 해도 균형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더구나 세이어

    와 네이시에게 있어서는.

    약 1분 정도 내려갔을까, 그들은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는

    철제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이어는 천천히 문을 밀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 방이었다. 안쪽에는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책상 위에 램프

    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후훗."

    돌연 세이어가 낮게 웃었다. 네이시는 갑자기 왜 그러지?… 라고 생각하며 세이어

    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네이시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세이어가 롱 소드를 뽑아들고 방 안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방 안으로 뛰어

    들며, 책상 너머를 향해 검을 뿌린다. 네이시는 당황해서 외쳤다.

    "뭐 하시는 거예요, 세이어 씨!?"

    네이시의 의문은 간단히 풀렸다.

    채챙!!

    아무 것도 없어 보였던 방 안, 책상 너머에서 갑자기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

    이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였다. 그는 가까스로 대거를

    들어 세이어의 공격을 막아내며 투덜거렸다.

    "거, 살벌하구만. 장난도 못 하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대거를 던지는 것은 장난치고는 약간 위험하다

    고 생각됩니다만."

    "하지는 않았잖나."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세이어는 그렇게 말했고, 남자는 피식 웃어버렸다.

    "알겠네, 알겠어. 거, 까탈스러운 손님이구만. 아, 거기 자네도 들어오게."

    그는 문턱에서 멍하니 서 있는 네이시를 향해 손짓했고, 네이시는 얼떨떨한 기분

    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호…. 엘프로군."

    그는 빙그레 웃더니 책상에 걸터앉았다.

    이 남자가 길드 마스터인가…? 네이시는 약간 경계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다. 날카로운 턱선에, 속을 알 수 없는 회색의 눈동자. 길게

    기른 회색 머리칼을 뒤로 넘겨 한차례 묶은 그는, 도적 답게 상당히 간편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환영한다는 듯한 웃음을 띠고 있었으나, 네이시는 그다지 마음을 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도적이라는 족속들은 마음을 놓아도 될 만한 상대가

    아니다. 언제 뒤통수를 칠 지 모르니 말이다.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정보가 필요합니다."

    "흐음… 어떤 종류의?"

    "마법사 혹은 마족에 관한 정보. 어느 것이든지 좋습니다만, A급 이상인 것으로."

    "허어."

    남자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런 종류의 정보는… 글쎄, 그런 건 워낙 구하기 힘든 정보니만큼…,"

    "일만 실."

    세이어가 말했고, 순간 남자의 얼굴이 이를 드러내고 웃던 표정 그대로 굳었다.

    "일만 실 드리겠습니다."

    세이어는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 10000 실이라니. 중산층 가정의 일 년 소득이다. 그런 돈을 지불하겠다니

    . 네이시의 입이 벌어졌다. 세이어 이 사람, 갑부인 건가?

    남자도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그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애써 태연을 가장

    하며 말했다.

    "큼…, 크흠. 일만 실…이라고 했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잖아. 네이시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시린이 따라오지 않

    길 잘했어. 돈이라면 목숨을 거는 시린인데, 일만 실이라는 액수를 듣고도 가만 있

    을 리는 없을 테니. 으음. 교섭을 다 망쳐놓을 우려가 있지… …만, …아무래도 일

    만 실이라니, 너무 많은 거 아닌가?

    남자는 이 뜻밖의 횡재에 대단히 기뻤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천천히 입을 열

    었다.

    "…큼, 큼. 우선 마법사들에 관한 정보라면…. 특별한 것은 없네만. 아, 요즘 황

    성에서 마법사들을 모으는 모양이네."

    "황성에서, 말입니까."

    세이어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는 비밀리에 모으는 모양이지만…, 우리 앞에서 비밀은 없지. 으음. 그

    외에, 용병들도 대거 모집하는 모양이네."

    그렇게 말한 남자는, 문득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했다.

    "음, 그리고 이건 확실하진 않은 정보네만, 최근 총리 대신이 바뀌었다는 정보가

    있네."

    세이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물었다.

    "그보다, 마족에 관한 정보는 없습니까."

    "마족, 마족이라…."

    남자는 무언가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잔뜩 찌푸린 표정을 하고서, 속으로 무언가

    중얼거리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족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상관없습니다."

    "아… 그런가. 음…. 그러니까, 황성에 특이한 사람이 있다는 정보가 있네. 소년

    …이라는데, 특이한 게…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라는군. 그러니까… 그, 뭐랄까

    …."

    남자는 상당히 더듬거렸고, 세이어는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음… 제달…이라던가, 제다라…라던가…."

    "…그렇습니까?…"

    네이시는 세이어가 살짝 미소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다만, 보통의 미소가 아니

    라… 대단히 살기어린 미소를.

    세이어가 물었다.

    "그 정보… 확실한 것입니까?"

    "…으, 음. 아마 확실할 거네."

    순간적으로 내비친 세이어의 살기를 눈치챈 것일까, 남자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졌

    다. 세이어가 차갑게 웃었다.

    "아마… 입니까. 그럼, 그 외의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다른 정보?"

    남자는 가볍게 움찔하며 되물었고,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A급 정보… 말입니다."

    "그런 정보라면 지금 다 말하지 않았나…?"

    "그렇습니까…?"

    세이어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도적 길드의 마스터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살기라… 흐음. 대단하네.'

    네이시는 왠지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이어

    는 슬쩍슬쩍 저 남자에게 살기를 내비치고 있었고, 저 남자는 그 살기에 눌려 움찔

    하고 있었다. 글쎄, 뭘 하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재미있다.

    세이어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품 속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끈이 달려 있어 그것으

    로 끝을 오므릴 수 있게 한 자그마한 주머니였다. 세이어는 여유 있는 손놀림으로

    주머니를 열어 그 속에서 1000실짜리 금화 열 개를 꺼냈다.

    "받으십시오."

    그것을 남자에게 건네며 세이어가 말했다.

    "약속은 약속… 일단 받아 두십시오."

    무언가 의미심장한 듯한 말이다.

    "으, 으음."

    "그럼."

    세이어는 돈을 받아들고서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를 내버려둔 채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

    - To be continued... -

    ===========================================================================

    …이연참입니다. 다시 올립니다.

    아아…. 배경 묘사 하며, 인물의 심리 묘사 하며… 아직 너무도 모자랍니다. 별

    필요도 없는 내용까지 들어가기도 하고…. 역시, 전 아직 병아리 작가입니다. 아

    아….

    "네이시, 이제 너의 위치를 알 수 있겠느냐? 넌 결코 자만할 수 없는 위치에 있

    다…… 자, 어서 일어나거라. 그리고 열심히 글을 쓰거라."

    ……Original Text by 'Derod and Deblan'. ^^;;

    에에∼잇!! 열심히 쓰겠습니다!!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242 / 21149 등록일 : 2000년 07월 14일 23:56

    등록자 : NEISSY 조 회 : 22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8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