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79화 (80/158)
  • 3. 살아가는 이유 …… (7)

    "대체 어딜 가는 거예요?"

    네이시가 물었고, 세이어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제국의 수도, 리단까지입니다."

    "…리단? 하루 이틀 내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잖습니까?"

    시린이 말했다.

    "캄힐트가 끝나고 난 뒤에 출발해도…"

    "늦습니다."

    세이어는 시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캄힐트는 한동안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어째서 그치지 않는다는 건데요?"

    네이시가 물었으나, 세이어는 오히려 네이시에게 반문해왔다.

    "캄힐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에?"

    "캄힐트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세이어는 걸음을 늦추지 않으며 말했다.

    "마나의 역류… 그로 인한 마나의 흐트러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캄힐트입니

    다. 어째서 캄힐트가 프자이 달(8월)에만, 그것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주기적으

    로 찾아오는 것인지 아십니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네이시는 고개를 저었다. 세이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

    고는,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캄힐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캄힐트. 그것은 단순한 폭우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이것이 만일 그저 일반 폭우

    수준의 비였다면 굳이 '캄힐트'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캄힐트는,

    말 그대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쏟아지는 비'를 말하는 것이다. 캄힐트가

    올 때의 하루 강수량은 500밀리예즈. 홍수가 나기에 충분한 양의 비다. 그럼에도

    홍수가 나지 않는 이유는, 단지 프자이 달의 다른 날에는 끔찍한 가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하긴, 이것은 확실히 자연현상이라기에는 무언가 이상하다. 물론 자연 현상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나 일정한 가뭄과 폭우의 반복이라면

    아무래도 무언가 비정상이다.

    세이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나는 곧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마나가 흐트러졌다는 것은 곧 이 세계의 법칙이

    흐트러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흐트러진 법칙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자정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망가져 있는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

    기 위해서 역동하는 마나― 그것이 캄힐트입니다."

    세이어는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네이시와 시린을 바라보았다.

    "이해하시겠습니까?…"

    네이시와 시린은 머리를 이용한 서로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즉, 네이시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이시가 말했다.

    "쉽게 말해서, 흐트러진 마나를 되돌리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 캄힐트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시는 이어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8월에만?"

    "태양과의 거리 때문입니다."

    "……?"

    네이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마나는 곧 에너지라고. 태양이란 마나의 집합체. 그런

    태양과 어스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프자이 달에는 과도한 마나가 어스로 흘러들어

    오게 됩니다."

    네이시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시가 말했다.

    "과도한 마나 유입으로 인한 가뭄, 그리고 되돌리기 위한 홍수?"

    "그렇습니다."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시는 이어 물었다.

    "그런데, 지금 캄힐트가 그치지 않을 거라고 한 건, 설마…?"

    "이해하신 것 같군요."

    세이어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흐트러진 것은 마나 파장이 아니라, 마나 그 자체입니다."

    "……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시린. 네이시는 그런 시린을 쳐다보고는 생긋 웃

    으며 말했다.

    "마나가 뭔지는 알지, 시린?"

    "에너지…아닌가?"

    "맞긴 한데, 그건 단지 마나의 하위 개념일 뿐이야."

    네이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쏟아지는 폭우로 얼굴에 찰싹 붙어서 시야를 가

    리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그가 말했다.

    "마나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고, 이 세계 그 자체야. 마나가 흐트러졌다는 건

    … 다시 말해 이 세계가 무언가 뒤틀렸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이야긴데?…"

    시린은 그렇게 물었고,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세이어였다.

    "무언가 일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냔…"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리단 시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만이시라면

    이곳에 남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무슨 말을 못하게 하는군."

    시린은 가볍게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세이어를 향

    해 질문을 던졌다.

    "좋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급한 일이라면 대체 왜 지금 걸어

    가고 있는 겁니까? 시도아 시에서 사용했던, 그 워프라는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

    하지 않습니까?"

    언뜻 세이어의 얼굴에 조소가 어렸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신 겁니까."

    "예?"

    자신을 비웃는 듯한 세이어에게 불쾌감을 느끼며 시린이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세

    이어가 말했다.

    "마법은 무엇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아십니까, 시린 씨."

    "그야 물론, 마나…. ……아."

    시린은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간단한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세이어

    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겠습니까?… 마법은 마나를 재구성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 마나가 흐트러져

    있는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알겠습니다."

    시린은 씁쓸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어가 이어 말했다.

    "잊지 말아 주십시오. 시린 씨와 저는 단지 '동료'일 뿐입니다."

    두서 없는 말이었지만, 시린은 세이어가 말한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 최소한 방해는 되지 말아 달라…는 뜻이겠지. 시린은 문득 무

    언가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대신 시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

    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갑시다."

    세이어는 조금 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보름 후, 세이어 일행은 칼리스타 제국의 수도 리단에 도착했다.

    리단은 굉장히 화려한 도시였다. 도시 한가운데에 황성이 있었고, 바깥쪽으로는

    도시를 둘러싸는 외성이 있었는데, 이 외성만 하더라도 이미 다른 도시의 성과 비

    교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했다. 온통 금빛으로 칠해진 성. 과연, 제국의 수도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도시였다.

    물론…, 지금은 캄힐트가 아직 그치지 않은 터라, 그 감동은 조금 덜했다. ―아무

    래도, 금빛의 성이라면 역시 햇빛 아래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최고일 터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성은 웅장하다, 그리고 화려하다 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일단

    황성의 크기만도 다른 도시의 외성에 육박했으니, 크기부터가 엄청났다.

    시린은 아무래도 이런 성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성을 바라보

    며 입을 가볍게 벌리고 있었고, 옆에서는 네이시가 그런 시린을 촌뜨기라며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이어의 행동을 말하자면….

    "갑시다."

    그 한 마디와 함께 그대로 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지, 감

    정이 없다 못해 메마른 어조였다.

    "시린? 안 갈 거야?"

    수도의 위용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시린. 뭐, 아무래도 좋았지만, 어쨌든 세

    이어만 먼저 성 안으로 들어가면 곤란할 테니. 네이시는 시린을 닦달했다.

    "응? 아, 가야지."

    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중간중간 멈춰서서는 감

    탄의 눈으로 성을 바라보는 것이,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 네이시는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쪽.

    네이시는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댄 다음 그 손가락을 시린의 입술에 갖다대

    었다. 순간 네이시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깨달은 시린이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뭐, 뭐, 뭐 하는 거야!"

    "후훗. 시린도. 간접키스 몰라? 간·접·키·스."

    "칵!"

    시린은 질풍같은 속도로 네이시를 쫓기 시작했고, 네이시는 이 외에도 온갖 닭살

    돋는 소리들을 주워섬기며 성문을 향해 내달렸다.

    "오호호홋∼. 나 잡아 봐라, 시린∼!"

    "주, 죽여버릴 테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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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요즘은 다시 소설이 잘 써지고 있습니다. 냐하하하. 행복하군요.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219 / 21137 등록일 : 2000년 07월 14일 01:16

    등록자 : NEISSY 조 회 : 217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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