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살아가는 이유 …… (6)
"세이어 씨의 마나 파장을요?"
네이시가 물었고,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으음…. 알겠어요."
네이시는 눈을 감았다. 세이어의 마나 파장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시는 정신을 집
중했고, 곧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우웅?"
네이시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희미하게 잡힐 듯 잡힐 듯 잡히
지 않는 그것에 네이시는 자못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네이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왜 이러지?…"
다시 눈을 뜬 네이시의 첫마디였다. 세이어가 말했다.
"흐트러져… 있습니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혹 짐작가는 것이 있으십니까?"
"아뇨…. 이런 일은 처음인데요."
"그렇습니까…."
세이어와 네이시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주고받았고, 이들의 말을 영 이
해할 수 없었던 시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잠깐, 잠깐. 지금 대체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응? 아아…."
네이시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마나 파장이라는 거 알아, 시린?"
"그 정도야 알지. 존재감 비슷한 거잖아."
"맞아."
시린의 대답에 네이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어 씨가 세다라라는 그 마족의 마나 파장을 쫓고 있다는 것은 방금 들어서
알고 있겠지?"
시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네이시는 이어 말했다.
"즉, 말하자면 세이어 씨는 그 마족의 마나 파장을 수신하고 있었던 거지.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문제."
네이시는 검지손가락을 슬쩍 세워 보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네이시가 말했다.
"우리는 그 마족이 내뿜는 마나 파장을 쫓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마나 파장이
흐트러졌다면? 송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수신할 수 없겠지."
"그거야."
네이시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마족이 내뿜고 있던 마나 파장을 쫓을 수가 없게 된 거야. 이건 비단 그에게
만 해당되는 건 아니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지."
"우리 모두?"
"그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나 파장 그 자체가 흐트러져 있어, 지금 이 곳
에선."
시린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네이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좀
더 알기 쉽게 설명을 시작했다.
"하긴 네게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겠지. 들어 봐. 이건 단순히 세다라라는
그 마족을 쫓기 힘들어졌다는 의미가 아니야."
"그럼?"
"원래 마나 파장이라는 것은 흐트러진다거나 하는 게 아니야. 숨기거나 할 수는
있어도 흐트러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더더구나, 혼자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
른 존재들의 마나 파장까지 흐트러뜨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그래서?"
시린이 여상스럽게 물어왔다. …이 녀석,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잖아. 네이시는 가볍게 이마에 손을 얹었다.
"간단히 말할게. 지금, 누군가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어."
"누가 뭘 꾸미는데?"
"…그걸 모르니까 문제지."
하여간 검사란 족속들은 이쪽엔 영 젬병이라서 문제야. 네이시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시린을 쏘아보았다. 시린은 멀뚱한 얼굴로 네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이시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야, 아직도 모르겠어?"
"아니. 이해했어."
시린이 대답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한 가지댜.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한다는 거지?"
"글쎄…."
네이시가 머뭇거렸고, 시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 모른다면 여기서 왈가왈부해봐야 소용 없잖아. 난 의미도 없는 탁상공론 따
위엔 흥미 없어."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네이시가 물었다.
"뭐 생각난 게 있어요?"
"글쎄요….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이어는 조용히 말했다.
"짐작이 가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뭔데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네이시가 물었다. 세이어는 살짝 고개를 흔들더니, 길
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네이시와 시린은 이상하다는 듯이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소 세이어는 기본적으로 무표정을 유지했고, 기껏해야 냉소,
혹은 조소 정도를 얼굴에 띄울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이어는 '근심'이라는 감
정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평소의 세이어와 비교해 특기할 만한
표정 변화였기 때문에 네이시와 시린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이어는 소근거리는 듯 낮은 어조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부활… 아세이델의 회수… 도플갱어의 이상 발생… 마족의 개입… 자연현상
의 변화… 마나 파장의 흐트러짐…. ……!"
세이어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하며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하나로 모아지는데… 그러나…."
"……?"
네이시와 시린은 도무지 세이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
었다. 단지 세이어가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세이
어는 영 생각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세이어 씨?"
시린이 조용히 세이어를 불렀다. 그러나, 세이어는 생각 속에 깊이 빠진 듯 시린
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린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세이어 씨?"
"……."
세이어는 대답이 없었다. 답답해진 시린이 세이어를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
을 즈음, 돌연 세이어가 고개를 들어 네이시와 시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마족들의 관여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난데없는 세이어의 말에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며 시린이 물었다.
―스윽.
세이어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세이어는 몸을 돌려 산막의 문을 열었다. ―쏴아아아아. 밖에서는 엄
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자기 할 말만 해버리고 세이어는 주저없이 밖으로 걸어나갔다. 내려대는 폭우의
양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불과 일 초도 지나지 않아 세이어의 몸은 완전히 젖어
버렸다. 네이시가 당혹감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며 외쳤다.
"이봐요, 세이어 씨! 어딜 가는 거예요!? 캄힐트는 끝나지 않았다구요!"
"캄힐트는 한동안 그치지 않을 겁니다. 따라오십시오."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세이어가 그렇게 대답해왔다. 네이시와 시린은 서로를 쳐
다보았고, 네이시가 어깨를 으쓱했다. 시린이 말했다.
"…별 수 없겠는데."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후, 네이시와 시린은 세이어를 쫓아 산막을 나섰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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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런 성격의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참고로 말씀드립니다만… 네이시의 성격은 실제로 있는 성격입니다…. 조금 다
르긴 하지만요.)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194 / 21137 등록일 : 2000년 07월 12일 23:55
등록자 : NEISSY 조 회 : 223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7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