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77화 (78/158)
  • 3. 살아가는 이유 …… (5)

    "12시쯤?… 그럼 한밤중에 나갔단 말입니까? …어째서?"

    "그런 것까지 제가 신경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세이어는 관심 없다는 투로 대답했고, 시린은 가볍게 머리를 긁적였다.

    "…뭐, 그렇긴 합니다만."

    "물어보시려던 것은 그것뿐이십니까?"

    할 말이 있으면 더 해보라는 듯한 얼굴로 세이어가 말했다. 특별히 세이어에게 하

    고 싶은 말 같은 것은 없었기에 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그럼, 전 이만."

    세이어는 몸을 돌려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고, 시린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한밤중이라?"

    시린은 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자신의 코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조금 이상하군. 물어봐야겠는데…?"

    "늦었네, 시린."

    생긋 미소지으며 네이시가 시린을 반겼다. 시린은 슬쩍 산막 안을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그 사람들, 간 거냐?"

    "응. 시린 네가 너무 늦게 왔잖아. 그 사이에 갔어. 너 대체 어딜 갔다 왔길래 두

    시간이나 걸린 거야?"

    "뭐, 그냥 좀."

    그렇게 말한 시린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보다 내 몫의 아침은 남겨 뒀겠지?"

    "응? 물론 남겨 뒀지."

    그렇게 말한 네이시가 시린에게 내민 것은 왠 풀과 나무컵에 담긴 물 한 잔이었다

    . 시린은 입가를 찡그리며 물었다.

    "…뭐야, 이게."

    "아침 이슬과 깨끗한 들풀. 이거면 충분하겠지?"

    "…네이시. 난 소가 아냐…."

    인상을 찌푸리며 시린이 말했고, 네이시는 빙긋 웃으며 문을 열었다. 마당에 놓인

    코펠을 가리키며 네이시가 말했다.

    "저기 스프 있으니까 가서 먹어."

    "…가서? 나가서 먹으라는 거냐?"

    "물론이지. 코펠을 여기까지 가져오긴 그렇잖아?"

    "그렇긴 하지."

    시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후우, 배고프다."

    시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코펠 뚜껑을 들었다. 코펠 안에는, 완전히 걸쭉해진 데

    다 막까지 덮인 스프가 들어 있었다. 시린은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

    "응? 두 시간이나 지났는걸.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 남겨 준 거라도 감사하

    는 마음을 가지는 게 어때?"

    시린을 따라나온 네이시가 근처의 나무둥치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러도록 하지."

    시린은 접시에 스프를 담으며 힐끗 네이시를 바라보았다. 네이시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시린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어제, 한밤중에 나갔었지."

    "응. 그게 왜?"

    "왜 나갔던 거냐?"

    "헤에? 그건 알아서 무엇 하려고?"

    네이시가 살짝 귀를 쫑긋하며 물었다. 시린은 스푼을 움직여 스프를 떠 먹으며 말

    했다.

    "궁금하니까."

    "남자 과거를 캐묻다니. 시린 저질."

    "…칵!!"

    시린은 네이시에게 스푼을 집어던졌고, 네이시는 엘프 특유의 재빠른 몸놀림으로

    그 스푼을 잡아냈다. 네이시는 여유 있게 웃으며 스푼을 흔들었다.

    "흐흥∼. 느려느려."

    "집어치우고 어제 왜 나갔는지나 좀 말해줘."

    "…집요하네."

    네이시는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스푼을 시린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뭐, 별 거 아냐. 생각할 게 좀 있었거든? 비 속에서 생각에 잠기는 엘프, 운치있

    지 않아?"

    "…폭우 속에서 말이냐? 그게 청승이지, 어딜 봐서 운치냐."

    "자자. 말해줬으니까 된 거지? 어서 스프나 먹어."

    네이시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려 산막 안으로 들어갔고, 시린은 멀뚱한 얼굴로 산

    막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시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

    툭.

    스프 접시를 든 채 생각에 잠겼던 시린은 문득 자신의 목덜미를 적시는 차가운 느

    낌에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툭.

    무언가가 시린의 눈을 직격했다. …물방울이다. 시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왼손을

    들어 눈가를 닦아냈다.

    툭. 툭. 투둑.

    연달아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시린은 미간을 좁히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

    솨아아아.

    "캄힐트, 일 주일에 한 차례 아니었나?"

    스프를 입 안에 떠 넣으며 시린이 웅얼거렸다. 네이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꼭 일 주일에 한 차례라는 법은 없잖아. 그나저나 너 산막 안으로 코펠 가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해. 산막 더럽혀지잖아."

    "그럼 다 젖으라고 놔두랴? 버리면 아깝잖아."

    "어차피 우리 코펠도 아닌걸. 뭐, 나랑 세이어 씨는 이미 먹었으니까 상관 없어."

    "…상관 없다고?"

    시린이 말했고, 네이시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미안해. 내 사랑은 시린 뿐인데. 내가 잠시 어떻게 된 건가 봐. 외도를 하

    다니."

    "…집어쳐!"

    시린의 주먹이 네이시의 뒤통수를 강타했고, 네이시는 훌쩍이며 외쳤다.

    "그래, 쳐라 쳐! 내가 미쳤지, 이런 남자가 어디가 좋다구…. 흑…. 남자들은 다

    똑같아. 첨엔 잘 해주는 것 같이 굴다가 조금만 지나면…."

    "네가 여자냐?…"

    시린이 외쳤지만, 네이시는 상관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흥! 애정이 식은 거지, 시린!?"

    "…애초에 식을 애정이 어디 있었다고 그러냐!"

    "그것 봐, 이젠 아예 애초부터 없었다고 막 그러…,"

    "칵!"

    "헹, 나의 애정 표현을 그런 식으로…."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네이시와 시린의 말다툼―네이시는 단지 시린을 놀리는 것

    뿐이니 '다툼'이라고 하긴 조금 그렇지만―을 종식시킨 것은 다음과 같은 세이어의

    한마디였다.

    "조금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네이시 씨. 시린 씨."

    "……."

    차갑다 못해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세이어는 이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에?"

    네이시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뭐가요?"

    "이곳, 제국…. 무언가 이상합니다."

    "그러니까, 뭐가요?"

    네이시가 물었고, 세이어는 천천히 말했다.

    "제가 세다라 씨의 마나 파장을 쫓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왜?"

    시린이 물었다.

    "그의 마나 파장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처음엔 단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습니

    다만, 잠시 살펴보니 그 뿐만이 아니었더군요."

    "…?"

    "네이시 씨라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제 마나 파장을 한 번 확인

    해 보시겠습니까?"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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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서 편하게 쉬었습니다. 냐핫. 사실은 오늘 한 네 편 정도

    써서―시간이 남아도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연참을 해보려 했습니다만, 노느

    라고 한편밖에 못 썼습니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한편만 올립니다! 하하하!

    (남들 디아블로 2 할때 디아블로 1 하는 네이시. 훗…. 디아블로 1은 불멸의 명

    작이야! 꿇릴 것 없어! 므화하하!)

    사실, 요즘 들어 조금 자신이 없어졌었습니다. 데스트로이아… 과연 재미가 있

    기는 있는 건지. 볼만은 한 건지. 그래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만…. 최근

    리키 누나에게 들은 말 덕분에 다시 부활! ―게다가 드디어 팬메일(…일까)도 한

    통 왔습니다! 크아∼! 작가파워 충전 120%!

    열심히 쓰겠습니다!

    드디어 메일 받아봤다고 기뻐 날뛰는 Neissy였습니다. 냐하하.

    번 호 : 8173 / 21137 등록일 : 2000년 07월 11일 23:33

    등록자 : NEISSY 조 회 : 22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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