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73화 (74/158)
  • 3. 살아가는 이유 …… (1)

    「…마족, 그들은 신비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몬스터라기보다는 차라리 천사에

    가깝다.

    필자는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그들은 여태껏 알려진 대로 '마족으로 태어

    난 것'이 아니라, '쫓겨난 천사'가 아닌가 하는. 물론 이 생각에는 상당한 무

    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다하난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있지 않으시니.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사신 전쟁' 전설에 따르면, 그들은 오직 인간을

    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존재다. 그러나, 사신 전쟁이 끝난 지도 이미 2000년

    이 훨씬 넘었건만, 그들은 특별히 인간을 해하는 일도 없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그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전의 서, 프리네리아력 57년 발행

    7장 '마족들' 에서 발췌.

    우르릉. 꽈광!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솨아아아아아아.

    미친듯이 쏟아지고 있는 폭우.

    "…엣취, 푸엣취!"

    흠뻑 젖은 모습으로 네이시가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시린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한마디 했다.

    "꼴 좋다."

    "너 그런 악담을…! 푸에엣취!!"

    네이시는 시린을 바라보며 외치다가 그대로 재채기를 했고, 네이시의 입에서 튀어

    나간 결코 적지 않은 양의 타액이 시린의 얼굴에 격돌했다.

    "……."

    시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입가를 실룩거리며 시린이 외쳤다.

    "너 이 자식… 고의지!!"

    "고의라니! 이건 사고라구!"

    네이시가 말했고, 시린이 받아쳤다.

    "웃기지마! 사고라면서 대체 그 입가의 미소는 뭐야!"

    "…웃, 내가 언제 웃었다구… 에취!"

    반박하던 네이시가 또다시 재채기를 했고, 순간 시린의 얼굴이 한층 더 굳어졌다.

    방금 소리치느라 아직 입을 벌리고 있던 상태의 시린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을 향

    해 네이시가 재채기를 했으니….

    "…우에에에엑! 마, 망할!!"

    시린은 연신 땅에 침을 뱉어댔고, 네이시가 히죽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간접 키스인가?"

    "…집어쳐!"

    "흐흥∼. 부끄러워하는 거지, 시린?"

    "누가 남자 따위와…!"

    "…자,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무표정한 얼굴로 네이시와 시린의 혈투를 바라보고 있던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우선 비를 피할 장소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

    네이시와 시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어느 산 속. 비록 지금 계절이 여름이라고는 해도, 산 속

    이란 곳은 밤이 되면 꽤 추운 편이다. …어서 비를 피할 장소를 찾는 편이 좋을 것

    이다. 이대로 밤이 되면 감기 걸리기 딱 좋으니까.

    "엣취! …그런데, 설마 제국에도 캄힐트가 오는 줄은, 엣츄! 몰랐는데."

    입을 손으로 막고서 연신 재채기를 하며 네이시가 말했다.

    ―캄힐트. '미치광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쏟아지는 이 8월의 폭

    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지만, 8월이 되면 일 주일에 한

    차례씩 찾아오는 폭우로, 한번 쏟아지면 이틀을 연달아 내리는 지독한 비였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캄힐트가 오는 날 중 하루였다.

    "그러게. 난 프리네리아에만 오는 줄 알았는데."

    시린이 동감이라는 듯 대꾸했고, 세이어가 말했다.

    "제국이라고 해도, 프리네리아와 가까운 곳이니가요. …그보다, 일단 쉴 만한 곳

    을 찾아 보도록 합시다."

    "예에… 물론 그래야겠죠…, 엣췌!"

    제국. 지금 세이어 등이 있는 이곳은 프리네리아 왕국이 아니었다. ―제국, 칼리

    스타. 프리네리아 왕국의 북쪽에 있는 나라다. 인접해 있는 나라들이 보통 그렇듯

    이, 이 칼리스타 제국도 프리네리아 왕국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프리네리아 국민인 시린으로서는―세이어와 네이시는 인간이 아니어서 국적이 없

    다― 별로 오고 싶은 곳이 아니었지만, 세다라의 파장을 쫓다보니 제국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후에…. 이대로라면 정말 감기에 걸릴 것 같아… 푸엣췌췌!"

    코를 훌쩍거리며 네이시가 말했다. ―사실 보통, 반 정령족인 엘프는 날씨나 기후

    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추위나 더위에 힘들어하는 일도 없다. 다만 네이

    시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 것으로… 엘프 답지 않다고 할까?

    "…쉴 수 있을 것 같군요."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저 멀리 나무들 사이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산막입니다."

    "안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아… 사람이 있군요."

    그렇게 말한 세이어가 산막의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솨아아아아….

    빗소리에 묻혀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세이어가 피식 웃고

    나서 이번엔 산막의 문을 강하게 두들겼다.

    탕탕….

    세이어는 잠시 기다렸다. 이 안에는 아마 산막의 주인이 있을 터. 주인이 문을 열

    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예의다.

    잠시 후,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갸름하면서도 동그란 얼굴선의 애교

    있는 인상이었다. 밝은 금발을 아무렇게나 기르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그를

    더욱 애교있어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

    다.

    "여행자?"

    "이곳에서… 조금 쉴 수 있겠습니까?"

    흠뻑 젖은 머리칼을 한데 모아 물을 짜내며 세이어가 예의바르게 물었다. 금발의

    남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어차피 저도 여기 주인은 아니거든요."

    "그렇습니까."

    "자자자. 들어들 오세요."

    청년은 산막 안으로 세이어들을 인도했다. 감사를 표하며 세이어와 네이시, 시린

    이 산막 안으로 들어섰다. 산막 안은 약 7∼8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공간

    이었다. 그렇게 큰 공간은 아니지만, 이들이 쉬는 데에는 충분한 넓이의 공간이었

    다. 안에는 탁자와 나무 침대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침대 중 하나에 한 여성이 앉

    아 있었다.

    그 여성이 한쪽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뭐야, 지오? 왠 사람들이야?"

    "응? 아, 여행자들인가 봐. 쉴 수 있겠냐고 물어오길래 그렇다고 했지."

    지오라 불린 금발의 청년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이시가 물었다.

    "저, 실례가 된 건가요? 엣취!"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네이시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불타오

    르는 듯한 느낌의 홍발이 인상적이었다. 머리칼을 꽤 길게 기른 편이었는데, 머리

    위에서 한차례 묶어 내리고 있었다. 보통 말하는 포니 테일이다. 약간 짙은 눈썹과

    깊은 눈동자가 그녀를 지적으로 보이게 했는데, 왠지 애잔하다… 라는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소매 없는 웃옷과, 천을 앞뒤로 늘어뜨리는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노출이

    상당히 심한 편이라 허벅지가 거의 그대로 다 드러나 보였다. 네이시는 살며시 고

    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렇게 입고 안 추워요? …에취!"

    "에…? 아, 추우신 모양이네요?"

    홍발의 여성이 가볍게 미소지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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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시작합니다.

    한가지 부탁드립니다만, 제발 소설 읽으시고 감상 좀 보내 주세요. 간단한 메모

    라도 좋습니다. 물론 메일은 더더욱 환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 소설을 어

    떤 생각을 하시며 보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반쯤은 포기하고 있음 -.-)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037 / 21137 등록일 : 2000년 07월 06일 23:49

    등록자 : NEISSY 조 회 : 228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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