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72화 (73/158)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31)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근래 이곳에서 일어난 이 사건들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계시겠지요. 이 일들을 뒤에서 획책한 자들이 있다는 것…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서 세이어는 잠깐 말을 끊고서 사람들을 한차례 둘러보았다.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한 세이어가 이어 말했다.

"그 자들이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사건에는

마족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족?!"

아룬이 외쳤다. 놀랐다는, 그러나 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그가 이어 말했다.

"마족이라고… 과연. 그렇다면 도플갱어의 이상발생도 설명이 되지만…."

"아마도…, 확실하리라 생각됩니다."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이 도시는 '실험장'으로 이용된 것입니다."

"…실험장?"

세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이시가 조용히 말했다.

"이 근처… 숲 속에 있는 그들의 거점에서 보고서…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뭐,

거의 다 타버린 것이긴 했지만요."

"보고서?"

아룬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고서요. 이 일이 일어나고 나서 도시가 변해가는 모습을 자세히도 써 놓았

더군요. 사실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많았지만… 거의 다 타버려서, 읽을 수 있을

만한 건 그것 하나뿐이더군요."

"…도시가 변해가는 모습…이요?"

세실이 물었다.

"도시가 변해가는 모습. 의문의 실종 사건의 발생… 그에 따른 불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어가는 그런 상황으로의 전개. 불안… 의심의 팽배. …뭐, 그런 것들

이 적혀 있었죠."

네이시가 대답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라."

아룬이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데에만 급급해서… 다른 사람 따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 것….

"이제부터…, 전 그들을 찾을 생각입니다."

세이어가 그렇게 말했다. 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이어 님!?"

"…왜 그러십니까?"

"마족이 개입되어 있다면서요…! 위험할 텐데…. 무, 물론 세이어 님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마족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야만 합니다. 물론, 마족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 하지만…."

"그들에게선 아직 대가를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세이어가 답했다. 린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대가… 라면?"

"죽음. 제 목숨을 노린 자들… 또한, 린 씨의 목숨을 위협한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에게서 받아낼 합당한 대가라면, 죽음입니다."

세이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

린은 입을 다물었다. 한차례 사람들을 둘러본 후, 세이어가 다시 말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 세이어 씨를 따라갈 거예요."

네이시가 그렇게 말했고, 시린도 동의의 뜻을 표했다. 생긋 웃으며 네이시가 덧붙

였다.

"우린 동료니까요."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사이아스 시로 가겠습니다."

아룬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야 할 테니까요. …저도 세이어 씨를 따르고 싶지만,

제 실력으로는 방해만 될 것 같군요."

아룬은 그렇게 말했고, 세이어는 아룬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잘 생각했다는 뜻

…일까? 아룬이 씁쓸히 웃었다.

"저도 아룬 오빠를 따라갈게요."

세실이 말했다.

"어차피 여기 있어 보야 할 일 같은 게 있을 리 없고…. 음…, 일단은, 이 도시의

생존자로서."

"아…. 전…,"

린이 입을 열었고, 그 때 세이어가 말했다.

"린 씨는 아룬 씨와 같이 가 주십시오."

"예?"

린이 놀란 듯 외쳤다. 아룬과 같이 가라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뜻인가?

"어… 어째서요…?"

"제가 이제부터 하려는 일은, 린 씨는 함께 하실 수 없는 일입니다."

세이어가 그렇게 답했다.

"……."

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함께 할 수 없는 일…. 하긴, 처음부터 그랬다. 세이어에게 있어 린의 존재는 도

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방해나 되는 존재일 뿐. 굳이 처음 만났을 때 세이어가 했

던 말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세이어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간단하지 않은가? 어떤

일을 할 때 세이어는 항상 린에게서 떨어진다.

…물론, 린은 세이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왠지 서글픈 감정이 드는 것

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겠지. 세이어는 린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까.

'세이어 님께서… 나를 바라보아 주셨으면.'

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 언제나 무감정한 어투. …자신을 바라봐 주었으면. 아니,

최소한… 언제라도 떠나갈 것 같은 이 느낌만이라도 없었으면.

'…무리…일까…?'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알겠어요, 세이어 님."

린은 고개를 들어 세이어의 눈을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예의 그 무표정한 눈동자

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린의 눈가에 쓸쓸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아룬 오빠와… 함께 갈게요."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룬 씨, 부탁드립니다."

"아, 예."

왠지 슬퍼하는 듯한 린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룬이 약간 움찔하며 대답했다. 네이

시가 말했다.

"세이어 씨, 이제 할 말은 다 끝난 거죠?"

"예."

"좋아요."

뭐가 좋다는 것인지, 네이시가 고개를 한차례 크게 끄덕였다. 생긋 웃고 나서, 네

이시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다들 힘내시고요. 저흰 이만 갈게요."

"예? 지금 가신다고요…?"

눈을 크게 뜨며 린이 물었다. 세이어가 말했다.

"너무 늦어 버리면 그들을 쫓기 힘들어집니다. 그 마족분의 파장이 아직 남아 있

을 때에 쫓는 것이 좋습니다."

"그, 그래도…."

"그럼…. 그들을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아룬 씨, 그 동안 린 씨를 부탁드립니다."

"아아…, 예."

아룬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세이어와 네이시, 시린이 광장 바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바

라보며 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린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언제나… 언제나."

"……언니?…"

세실이 가만히 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세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 안타까운 얼굴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린의 입가에 허무한 듯한 미소가 어렸다.

- Chapter 2 Fin... and to be countin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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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연재 재개입니다!

Neissy였습니다.

번 호 : 8017 / 21137 등록일 : 2000년 07월 05일 23:49

등록자 : NEISSY 조 회 : 237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글쎄…."

네이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이시는 가볍게 볼을 긁적이다가 피식 웃으며 말

했다.

"목표란 거…. 글쎄, 지금의 나에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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