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26)
"…그렇게 나오신다면."
그렇게 말한 세이어는, 양팔을 가슴에 모았다가 단번에 바깥으로 펼쳤다.
즈즈즈즉….
순간, 세이어의 안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나왔고, 그 검은 기운은 단
번에 세다라의 회색 기운을 잠식해 들어갔다. 세다라의 얼굴색이 변했다.
"…이 파장은!?"
무너진 오두막 안.
"…없잖아."
엉망으로 쓰러져 있는 나무조각들을 뒤집어보던 네이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한숨 놓았다는 표정으로 네이시가 말했다.
"괜히 걱정했네."
"그러게 말야… …응?"
맞장구를 치던 시린이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가 외쳤
다.
"누군가 온다!"
"알고 있어… 한 사람이다."
언제라도 마법을 사용할 태세를 갖추며 네이시가 말했다. 시린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제길…. 난 지금 검이 없는데."
"일단 넌 뒤로 물러서 있어."
진지한 얼굴로 네이시가 말했다. 시린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 두어 발짝 뒤로 물
러섰다. 네이시가 중얼거렸다.
"반가운 느낌이네… 정령산가?"
파앗.
수풀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175센티예즈 가량의 약간 큰 키. 적당히 단
련된 체격. 여기까지 본다면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으나….
"…장님이구나."
네이시가 중얼거렸다. 수풀 사이에서 뛰어나온 사람은 바로 아룬이었다. 두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아룬이 말했다.
"…당신들이 방금 폭발을 일으킨 분들입니까?"
"그런데요?"
네이시가 되물었고, 아룬은 가볍게 미간을 오므리며 말했다.
"이번 사건과 당신들은 무슨 관계가… 아."
아룬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들은 낮에… 그 도망쳤던?"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요?"
여차하면 공격할 태세를 취하며 네이시가 물었다. 아룬이 가볍게 웃더니 슬쩍 고
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을 대적할 필요는 없겠군요."
"에?"
"당신들도 나름대로 도플갱어를 상대하시는 분일 겁니다…. 제가 당신들을 적대할
이유는 없겠지요."
그렇게 말한 아룬이 이어 물어왔다.
"그런데, 방금의 폭발은 무엇 때문에?…"
"아… 이 일의 주모자들을 좀 상대하느라고요."
"그렇습니까…."
아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룬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네이시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
고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룬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왜 그래요?"
이상하게 생각한 네이시가 물었다. 아룬이 이를 악물었다.
"…당신은…!"
파앗.
한 발짝 크게 뛰어 뒤로 물러서며 아룬이 말했다.
"당신… 당신에게서 정령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아……."
상황을 눈치챈 네이시가 씁쓸히 웃으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아룬은 으득 이
를 갈고 나서 외쳤다.
"…도플갱어냐!"
"이봐요, 전…."
"샐러맨더! 이 자를 공격해!"
"으헉?!"
콰쾅!!
아룬이 소환한 샐러맨더가 네이시를 공격했고, 네이시는 뒤로 뛰어 그 공격을 피
해냈다. 네이시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람 말 좀 들어요!"
"사람이 아닌 존재의 말을 들을 생각은 없어!"
아룬이 그렇게 외쳤고, 네이시가 슬쩍 볼을 긁적였다.
"그야, 난 엘프니까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정령이 느껴지지 않는 엘프가 어디 있나! 공격해, 샐러맨더!"
아룬이 외쳤고, 샐러맨더가 불을 뿜었다. 네이시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며 옆으
로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네이시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
"어… 어째서?!"
세다라는 경악의 빛을 감추지 못하며 외쳤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면서 그가 외
쳤다.
"이 파장은 분명히… 분명히!"
"……."
세이어는 무감정한 눈동자로 세다라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침묵 후, 세이어가 입
을 열었다.
"…역시, 어리석군요…, 세다라 씨."
"……!?"
"불필요한 감정…. 무의미할 뿐입니다."
세이어가 뛰었다.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세이어를 바라보며 세다라는 사색이 된 얼
굴로 외쳤다.
"아냐…! 그럴 리가! 세라린 님이…,"
"…죽어 주십시오."
콰쾅!!…
홍염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으으윽∼! 정말 꽉 막힌 남자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네이시가 외쳤다. 계속되는 아룬의 공격―정확히 말하자면
, 아룬이 소환한 샐러맨더의 공격―을 피해내며 네이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사람, 아니 엘프 말 좀 들으란 말예욧!"
"엘프라면서 어떻게 정령이 함께하지 않을 수가 있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완연한 얼굴로 아룬이 외쳤
다. …엘프. 반 정령족으로, 정령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도 하다. 보통 엘프라면
기본적으로 정령사의 소질을 타고난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라면 적어도 보통 사람
보다는 정령을 훨씬 잘 느끼며, 또 언제나 정령과 함께하기 마련이다.
한데, 네이시에게는 정령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마치 도플갱어들처럼. 아
룬이 네이시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람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판인데
엘프라니.
그러나… 이렇게 다짜고짜라면. 네이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 으악!! 그 샐러맨더 좀 집어넣지 못해요?!"
화륵.
샐러맨더가 화염을 뿜었고, 네이시는 그 불길을 피해 나무 뒤로 숨었다. 나무 뒤
에 숨어서 네이시가 외쳤다.
"젠장, 멀쩡한 엘프를 몬스터로 만들지 말란 말예요!!"
"…글쎄, 네이시는 멀쩡한 엘프라 불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시린이 중얼거렸고, 네이시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이 멍청한 시린아! 지금 장난치는 게 아니잖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불난
데다 기름을 들이붓냐!?…"
"평소 날 괴롭힌 대가를 받는 거다. 뭐, 그 정도 공격에 네가 죽을 리는 없을 텐
데. 괜찮잖아?"
"으극…!"
네이시와 시린이 옥신각신했고, 아룬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공격을 멈추었다. 아룬
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쪽, 시린… 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저건 도플갱어인데… 어째서 경계하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건…"
"푸핫. 어이, 네이시. 너보고 '저거'라는데?"
아룬의 말에 시린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네이시가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갈 데까지 가는구나."
"……?"
아룬이 미간을 오므렸고, 그런 아룬을 향해 네이시가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외
쳤다.
"이봐요! 이렇게 평화적인 도플갱어 봤어요?! 난 당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고
요! 도플갱어라면 이렇게 행동할 것 같아요!?"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잖아요! 멋대로 단정짓지 말란 말예요! 젠장, 정말 짜증나네. 확인
하려면 똑바로 확인하란 말예요. 정령이 있나 없나 정도만 가지고 단정을 지어버
리니까 멀쩡한 엘프를 도플갱어라고 하게 되는 거잖아요!"
"글쎄, 멀쩡한 엘프는 아닌 것 같은데."
"넌 입 다물고 있어!"
시린이 이죽거렸고, 네이시가 시린을 쏘아보며 외쳤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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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불어, 수능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
든 일인지. 후우. 전개는 잘 안되고….
……그러니까, 격려메일 정도는 보내주실 수 없으신가요?
…이상, 팬메일을 구걸해보는 Neissy였습니다. (메일 받고 싶어∼! ∏_∏)
번 호 : 7798 / 21096 등록일 : 2000년 06월 24일 23:21
등록자 : NEISSY 조 회 : 23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6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