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63화 (64/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23)

    "큭, 크윽. 커헉."

    복면을 쓴 한 남자가 거칠게 신음을 토해냈다. 그의 옆에서 복면을 쓴 금발의 여

    성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 대장, 괜찮으십니까!"

    "윽…. 당해버린 것 같군."

    대장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역시… 저 남자를 제거했어야 했습니다."

    역시 복면을 쓰고 있는,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말했다. 대장은 자신의 가슴을 관

    통하고 있는 나무조각을 던져 내버리며 그에게 말했다.

    "큭!!… 아니, 어쨌든 지금은… 무리다, 위드. …크헉!"

    푸슛.

    대장의 가슴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금발의 여자가 당황해서 외쳤다.

    "대, 대장!…"

    "걱정할 것… 없다, 캐스. …큭, 어쨌건, 난 여기서… 죽는다."

    대장은 품 속에서 한 장의 두루말이를 꺼냈다.

    "저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군…."

    불타고 있는 오두막. 지금 이 안에는 네 명의 사람이 있었다. 회색 머리칼의, '대

    장'이라 불리는 남자. 금발의 여성, 캐스. 왜소한 체구의 남자, 위드. 그리고 마지

    막으로 노란색 눈동자의 남자. 노란색 눈동자의 남자―테드가 입을 열었다.

    "파이어 볼… 한 방에 이 정도의 타격을 입다니. 이 오두막도 그리 튼튼한 것 같

    지는 않군요."

    "아니…, 저들이… 강한 거다."

    대장이 힘겹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서 빠져나가라…. 보고서를… 그분에게 전해 드려야… 하니까."

    "대장은…?"

    캐스가 물었다. 대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두루말이를 눈짓했고,

    테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가…가 되실 생각이십니까."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장. 저흰 가겠습니다."

    위드가 말했다.

    "…그것이 대장의 뜻이겠지요."

    캐스는 젖은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테드가 말했다.

    "보고서는…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그래…, 큭…, 어서 가도록…, 너희들은…."

    대장은 피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말했다.

    "…이 한 방에 전멸일 리는 없을 텐데."

    네이시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방금 그는 오두막에 6레벨의 파이어 볼을 날린

    참이었다. 불타고 있는 오두막을 바라보며 세이어가 말했다.

    "무언가 꾸미고 있군요."

    "꾸민다고요?"

    네이시가 물었고,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기운은 넷. 그 중의 하나는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아직 나머지 셋은 건재합니다. 설마 계속 불타고 있는 오두막 안에 있을 리는 없

    을 테니,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뭘?"

    "무언가 저희들에게 대항할 방법이 있는 모양이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세이어는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물론, 기다려 줄 생각은 없습니다만."

    덜컹.

    오두막의 문은 간단히 열렸다. 세이어는 차가운 눈으로 안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 셋이 부족하다. 세이어는 가볍게 눈

    살을 찌푸리며 오두막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오두막이다. 사람이 숨을

    곳 같은 곳은 없어 보였다.

    "……."

    타닥. 오두막이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문득 세이어는 바닥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바닥에 떨어져 불타고 있는 나무판을 치우니, 그곳에서 지하의 비밀 통로

    로 통하는 문이 나타났다. 세이어는 피식 웃었다.

    "도망치셨습니까…."

    세이어는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는 숨이 끊어져 있었다.

    "……?"

    순간 세이어는 그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마의 기운이랄까? 그러

    나 세이어는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세이어

    는 비밀통로로 뛰어내렸다.

    쿠쿵.

    그리고 잠시 후, 오두막이 무너져내렸다.

    "에헥?"

    네이시가 이상한 비명을 질렀다. 가볍게 머리를 긁적이며 시린이 말했다.

    "…세이어 씨, 괜찮으려나?"

    "젠장, 무너진 오두막 안에서 무사할 리가 없잖아!"

    네이시가 황급히 외치고는 오두막으로 뛰어갔다.

    부스럭.

    오두막에서 약 60예즈 가량 뒤편의 숲. 그곳 바닥의 수풀이 들썩거렸다.

    덜컹.

    들썩거리던 수풀이 갑자기 확 뒤집어지더니, 그곳에서 복면을 쓴 사람들 셋이 나

    왔다. 아까까지 오두막 안에 있던 그들이었다. 캐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위험했어."

    "아니, 아직 위험해."

    테드가 말했다.

    "지금부터가 정말 조심해야 할 때야. 어서 가자!… 대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

    기 위해서라도. …왜 그래, 위드?"

    당황한 얼굴 표정으로 출구를 바라보고 있던 위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온다, 그 남자가!!…"

    "뭐?"

    파앗.

    순간, 출구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심플한 디자인의 흑색 복장. 길게 기른 흑

    발. 싸늘한 얼굴 표정. ―세이어였다.

    "……!!!"

    당황해하는 캐스, 테드, 위드를 바라보며 세이어가 차갑게 웃었다.

    "당신들이었습니까… 이번 일의 원흉은."

    "크, 크윽!!…"

    신음과도 같은 비명과 함께 테드가 대거를 꺼내들었다. 이어 캐스와 위드도 단검

    을 꺼내들었는데,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는 것이 전혀 위협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세이어는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무의미합니다."

    세이어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 발짝, 두 발짝. 세이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들도 뒤로 걸음을 옮겼고, 세이어의 얼굴에는 냉소가 떠올랐다.

    "자… 죽어 주십시오."

    그러나, 세이어가 달려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이, 잠깐. 그러기엔 아직 일러."

    갸날픈 음색의 어린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세이어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

    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세이어의 뒤, 15예즈 정도 뒤편에 12세 정도로 보이는 남

    자아이가 서 있었다. 회색의 단발머리를 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언뜻

    보면 상당히 귀여운 인상이었으나, 조금만 주의해서 본다면 그의 눈동자가 광기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간단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마족입니까…."

    "…세다라 씨! 오셨습니까!"

    테드가 반색하며 외쳤다. 세다라라 불린 아이는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으응.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래, 그럼 이 녀석을 처리하면 되는 건가?"

    "예…! 저희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알았어. 알았어. 그럼…."

    세다라는 씨익 웃었다.

    "한번 놀아 볼까? …어이, 너흰 어서 가라고."

    테드와 위드, 캐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빠져나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세이

    어는 그 뒤를 쫓아가려 했으나, 세다라가 세이어의 앞을 막아섰다.

    "이봐, 네 상대는 나야."

    세다라가 히죽 웃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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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 세이어! 지구 평화의 그 날까지!! (……바보냐?)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616 / 21096 등록일 : 2000년 06월 16일 23:29

    등록자 : NEISSY 조 회 : 24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63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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