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62화 (63/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22)

    공포스러웠다. 자기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존재의 눈 속

    에 비치던 '인간이 아닌' 느낌.

    "엄마, 엄마아아!!"

    세실은 마침 거실에 나와 있던 네히라를 발견하고 외쳤다. 네히라가 천천히 고개

    를 돌렸다. 세실이 다급하게 외쳤다.

    "저기, 저기 내 방에…."

    히죽.

    네히라가 기묘한 미소를 지었고, 순간 세실의 얼굴이 굳었다.

    "죽어…."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느다란 느낌의 목소리. 그 소리에 세실의 등골이

    오싹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스슥…. 그것이 다가오

    고 있었다. 세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네히라'를 바라보았다.

    "히… 히익…."

    세실은 두려움에 떨었다. '네히라'는 기묘한 미소를 지은 채 세실을 바라보고 있

    었다. 턱. 순간 세실의 어깨에 '세실'의 손이 놓였다. 세실은 떨려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아악, 아아아아악!!"

    세실은 거칠게 '세실'의 손을 떼어내고 현관으로 달렸다. 철컥. 철컥철컥. 현관문

    은 잠겨 있었다. 세실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현관의 자물쇠를 풀었다. 뒤쪽에

    서 '세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실은 공포심에 이를 딱딱거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어두운 골목길이 보였다. 세실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악, 하악…."

    세실은 쉬지 않고 달렸다. 잡히면 죽는다는 두려움.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다. 골목

    이 조용한 가운데 세실의 발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아니, 세실의 발소리만이 아

    니었다. 세실의 뒤를 쫓아오는 또 하나의 발소리가 있었다. 세실은 뜀박질을 멈추

    지 않으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

    순간 세실은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그것이었다. '세실'이 그녀를 쫓아 달려오고

    있었다. 입가에는 여전히 그 기묘한 미소를 띤 채. 세실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 낮에 세이어가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인간의 모습을 훔치는 존재, 도플갱어. …인간을 죽이고, 그 모습을 훔치는 몬스

    터. 설마, 그렇다면 세이어가 한 말은 사실이었나? 그러나, 그렇다면….

    '죽고 싶지… 죽고 싶지 않아!!'

    세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숨이 가빠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무언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 가슴을 압박하는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만 같았다. 그러나 세실은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세실을 지탱하는 것은 잡히면 죽

    는다는 공포심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도시 어디에선가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순간 세실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도플갱

    어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포심이 극대화됐다.

    세실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과 세실과의 거리차는 어느새 10예즈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잡힌다! 세실은 골목길을 꺾어 들어갔다. 떨쳐내야 했다. 어

    떻게든 저것을 떨쳐내지 못하면….

    "……!!"

    접어든 골목길에서, 세실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 골목길은…

    막혀 있었다. …막다른 골목. 세실은 절망감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헤… 헤헤헤…."

    다문 잇사이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허무한 얼굴로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세

    실'이 바로 등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세실은 몸을 들썩이며 허무하다는 듯이 웃었

    다.

    "…크… 흐… 흐흐흑…."

    웃음… 아니, 울음일까. 세실은 밀려오는 절망감을 느꼈다. 이제 죽는 건가? 이렇

    게?… 그러나, 그 때였다.

    "가라, 샐러맨더!"

    콰쾅!

    폭염과 함께 '세실'이 불타올랐다. 붉은 불꽃.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이었다. '세

    실'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다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세실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했다. 원래의 점액질 모습으로 돌아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세실은 고개를 들었다.

    "다행이야, 늦지 않아서."

    안도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음성, 익숙한 모습. 세실은 눈물을 닦

    아내고는 활짝 웃으며 외쳤다.

    "…아룬 오빠!"

    "응. 무사해서 다행이야, 세실."

    아룬이 빙그레 웃었다. 세실은 천천히 일어서서 아룬에게 물었다.

    "헤… 헤헷. 어떻게 알고 구해준 거예요?"

    "네가 도망치는 모습을 봤거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룬 너머로 시선을 던진 세실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언니? 아룬 오빠와 함께 있었어?"

    "응."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실은 다행이라는 듯 한차례 한숨을 내쉬더니, 이어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걱정했잖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아… 응, 미안."

    린이 말했다. 이어, 그녀는 아까 광장에서 빠져나간 후의 일을 간단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광장을 빠져나가다가 린은 아룬과 만났다. 마침 아룬은 도플갱어와 싸우

    고 있던 중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룬은 장님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

    을 하고 있는 도플갱어에게 별다른 충격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덕분에 아룬은

    도플갱어를 간단히 처리했고, 도플갱어를 처리한 후 아룬은 린과 이야기했다. 그

    세이어라는 자의 이야기는 사실이 분명하다고.

    "잠깐, 그럼 세이어란 그 사람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란 말야?"

    린의 이야기를 끊고 세실이 끼어들었다. 아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 사실이야. 여태까지의 패턴도 그 사람의 말과 조합해 본다면 확실히

    들어맞아. 우선 사람들은 도플갱어에게 당하고, 그 도플갱어들은 세이어가 처치

    한다. 글쎄, 솔직히 내가 보기엔 세이어란 그 사람도 수상한 구석이 없지않아 있

    지만… 그렇게 경계할 것까진 없다고 생각해."

    "흐음…."

    세실이 고개를 끄덕였고, 린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룬은 이미 이 도시 사람들 상당수가 도플갱어에게 당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이런 상황에서 린이 먼저 집에 간다고 해도 그다지 안전할 것은 없다고 아룬

    은 말했고, 린은 그 말에 동의하고 일단 아룬과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잠깐, 그럼 나는 어쩌고?"

    세실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룬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응. 그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실 오늘 당장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뭐, 실은 지금 막 너희 집에 가려던 길이었어. 그러다가 도중에 널

    보고 쫓아온 거고."

    "…그래요?"

    세실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예요?"

    "어떻게 할 생각이냐니?"

    의아한 얼굴로 아룬이 물었고, 세실은 슬쩍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이미 당했다구요."

    "어머니께서?…"

    린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세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아니…, 그렇게 놀랄 것도 아니야."

    아룬이 말했다.

    "지금 정령들에게 부탁해서 대강 살펴봤는데…. 이미 이곳 시민 대다수가 도플갱

    어에게 당했어. 지금 너희가 무사한 것이 기적일 정도야."

    "…대다수…라고요?"

    세실이 물었다.

    "그래.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이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도플갱어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구."

    "…말도 안 돼!"

    세실과 린은 경악한 표정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아룬이 덧붙였다.

    "위험해. 지금의 이 곳은. 원래 도플갱어는 이렇게 집단으로 행동하는 몬스터가

    아닌데…. 분명 누군가가 꾸민 짓이 분명해."

    "누군가가?"

    "누군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확실해."

    세실의 물음에 아룬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이 도시는 이제 위험해."

    "아… 알겠어요."

    그렇게 말한 세실과 린은 몸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갔다. 아룬은 걸음을 빨리해 앞

    장서며 말했다.

    "자… 그럼, 내가 앞장 설테니까…,"

    ―콰쾅!

    그 때,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아룬은 당황해서 소리쳤다.

    "폭발음?"

    "숲 쪽이예요, 북쪽에서!"

    세실이 외쳤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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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음. 과연 누가 한 짓일까요? (추리극장 데스트로이아. ……^^;;)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582 / 21096 등록일 : 2000년 06월 14일 23:58

    등록자 : NEISSY 조 회 : 23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6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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