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58화 (59/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8)

    7월 21일. 레이아다 시. 중앙광장.

    이날은 아침부터 상당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요 며칠 사이 있었던 실종 사건의 '

    용의자'가 잡혔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식적으로는 '회의'라고 하고는

    있었지만… 실상 이것은 '재판'이었다.

    전체 회의.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의논해보고자는 취지의 회의. 그러나 지금 이 회의의 양상은 회의의 원래

    취지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그러던

    차에 세이어라는 '용의자'가 잡혔으니,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그에게서 풀고자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단상에 선 영주가 말했다.

    "모두 주목하시오."

    단상은 말 그대로 약 2예즈 높이의 단으로, 단 양옆의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

    게 되어 있었다. 영주는 그 단상 위에 서서,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주목하시오."

    단상에 설치된 관을 통해 광장 곳곳으로 음성이 전달되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점차 잦아들었다. 영주는 한차례 시민들을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다들 잘 아리라 믿소."

    "……."

    영주는 다시 한 번 군중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긴장감에 굳어 있는 얼굴. 그러나

    그 얼굴에서는 희미하게나마 이 사건이 곧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영

    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간 일어난 이 실종 사건 때문에 우리 시의 앞날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

    라 믿소. 그동안 실종된 사람들의 수는 7월 21일 현재, 216명. 이 많은 수의 사

    람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소."

    "…저기, 세실?…"

    고요한 가운데, 린이 조용히 입을 열어 옆의 세실을 불렀다. 왜 그러냐는 듯 세실

    이 린을 돌아보았다.

    "쉿. 지금 영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중이잖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듣고 싶은 게 있는데….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회의 같은 것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잖아."

    "어제 말했잖아? 언니가 봐야 할 사람이 있다고."

    "그러니까 대체 그 사람이 누군데…."

    "조용. 이제 시작한다."

    세실이 린의 입을 막았다. 린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왠지 의미심장한 세실의

    미소를 보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영주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구금하고 있소. 한 시민의

    제보 덕분에 우리는 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게 된 것이오."

    "…그럼?"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드디어 끝나는 겁니까?"

    "대체 이런 일을 한 작자가 누굽니까!?"

    "맞습니다! 대체 그 사람이 누구죠!"

    "실종된 사람은? 그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어 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제각각 한 마디씩 했고, 장내가 시끄러워지자 영

    주는 오른손을 들며 외쳤다.

    "아, 조용! 조용히! 여러분은 이제 곧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오. 헤인햐이!"

    "…예!"

    광장 뒤쪽에서 서 있던 병사가 입을 열어 외쳤다. 영주가 말했다.

    "그들은? 준비는 되었나?"

    "예, 준비 끝냈습니다!"

    헤인샤이가 대답했다. 영주는 두툼한 입술에 슬쩍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자, 이제 그들을 끌어오게."

    "예!…"

    헤인샤이는 광장을 벗어나 골목으로 걸어갔다. 무엇을 하려는가 하고 사람들은 그

    를 주시했고, 헤인샤이는 골목길로 들어가 그곳에 서 있던 병사에게서 세 사람을

    인계받았다. 세 사람― 세이어, 네이시, 시린이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세이

    어. 그는 묵묵히 헤인샤이를 따랐다. 이어 네이시와 시린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

    는데, 시린은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이어, 석궁을

    든 병사 셋이 이들의 뒤를 따랐다. 만약을 위한 조치였다.

    차륵.

    세이어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들의 발목에 걸린 족쇄가 쇳소리를 냈다. 광

    장으로 들어서며 헤인샤이가 외쳤다.

    "자, 길을 비켜 주십시오!"

    …….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길을 비켜 주었다. 곧 영주가 있는 단상

    까지 가는 길이 뚫렸다.

    "자… 잠깐…."

    애써 발돋움해서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는 '용의자들'을 바라보며 린이 말했다.

    "저… 저 사람은 혹시…."

    "맞아. 세이어 그 사람이야."

    세실이 말했다. 린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세이어 님이 용의자로!?"

    "내가 신고했으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세실. 린은 당황해서 외쳤다.

    "마… 말도 안 돼! 세이어 님은… 세이어 님은!…"

    철컹.

    용의자들은 광장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여전히 고요한 광장. 숙연한 분위기

    … 그때, 돌연 세이어를 향해 돌멩이가 날아왔다.

    툭.

    돌은 세이어의 몸에 맞고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 한 청년의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

    "엘레나를 돌려놔, 이 악마 자식아!!…"

    ―웅성웅성.

    마치 그 말이 기폭제가 되기라도 한 듯이, 광장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고함,

    욕설, 기타 온갖 소리들이 이들을 향했다.

    "우리 아버지를 돌려줘!"

    "내 딸! 내 딸을 어떻게 했지!?"

    "우리 동생은 어떻게 할 거야!!"

    "범죄자 주제에 잘도 뻔뻔하게!"

    "죽어! 이 개 같은 자식들아!"

    사람들의 고함이 점차 거칠어졌고, 영주는 단상에 선 채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 광

    경을 지켜보았다. 그 미소는 나름대로 멋지게 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인 듯했다. 돌멩이들, 기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세이어들을 향해 날았다. 상당

    히 험악한 광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단상에 도착했다. 시끌시끌한 속에서, 영주가 말했다.

    "자, 이들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이오."

    영주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한차례 사람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험악한 모습. 그

    들의 분노가 이 세이어라는 자와 그 일행에게 집중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영주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자,… 이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실종된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말하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요! 사라진 사람들을!"

    "모두 실토하게 해야 합니다!"

    "사형을!"

    "사람들을 되돌리라고!"

    사람들이 제각각 외쳐댔다. 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소. 우선 실종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하게 하는 것부터가 순

    서이겠지. 그럼, 우선 이들에게 말하라고 하는 것이 좋겠소."

    그렇게 말한 그는 헤인샤이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헤인샤이가 거칠게 세이어를

    걷어차며 말했다.

    "야, 이 자식아! 영주님께서 말을 하라신다!"

    "……."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로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무언가를

    찾는 듯하던 그의 눈동자가 광장 어느 한 구석에서 멈췄다.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

    다.

    "린 씨… 아직은 무사한 모양이군요."

    "?…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그렇게 말하며 헤인샤이가 다시 한 번 세이어를 걷어찼다. 그러나 세이어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헤인샤이를 돌아보았다.

    "……."

    헤인샤이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세이어의 얼굴을 후려쳤다.

    "꼴아보면 어쩌겠다는 거야, 자식아!"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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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것은 없군요…. 피식.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480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10일 22:08

    등록자 : NEISSY 조 회 : 24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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