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56화 (57/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6)

    …아룬의 말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믿기 힘들었다. 사

    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 실종자가 이미 백 명도 넘어섰는데, 그 이유조차 아직 밝

    혀지지 못했으니. 몬스터들의 습격 때문이거나 했다면 차라리 대항할 수 있었겠지

    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항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소행인지도 알 수 없고, 왜 사라지는가도 알 수 없고. 사람들 사이에 불

    안감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쌓인 불안감은 차츰차츰 불신감으로

    번져갔다.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사람들은 서

    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레이아다 시의 영주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병사들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고

    , 사흘 후인 7월 21일에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는 도시 한가운데의 광장에

    서 하기로 했고, 기본적으로 레이아다 시의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레이아다 시 근처 숲 속. 자그마한 오두막 안.

    "확실히, 이 방법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두막 안에는 테이블 하나, 의자 네 개, 그리고 나무 상자 여러 개가 놓여 있었

    다. 그리고, 테이블 주위에는 복면을 한 사람들 네 명이 각기 의자를 하나씩 잡고

    둘러앉아 있었다. 그중 노란색 눈동자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결과를 가지고 본국에 돌아가면 필시 그분도 기뻐하시리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와 마주하고 있는 회색 머리칼의 남자가 말했다.

    "확실히, 몬스터를 병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유용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 도시는 스스로 자멸하리라고 생각됩니다만."

    회색 머리칼의 남자 오른편에 앉은, 날카로운 음성의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가볍

    게 한 번 자신의 금색 단발을 넘기며 말했다.

    "…하지만 대장, 정말 이것으로 괜찮은 겁니까?"

    "―그야,"

    대장―회색 머리칼의 남자―가 대답했다.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않나? 우리는 그분께서 명하신 대로만 하면 되는 거

    다.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야."

    "…그렇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이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일단 여태까지는 순조로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부터가 문제

    다. 그건 다들 알고 있겠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노란색 눈동자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를 추적하고 있는 그 흑발의 남자…. 보통 사람은 아닌 듯 싶습니다."

    "물론, 우리를 추적한다는 것 부터가 이미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지."

    대장은 히죽 웃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우리가 처리해 버린다면 간단하겠지만, 역으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 여하간 이 일은 어디까지나 극비로 진행해야 하는 일이

    니까. 혹시라도 우리의 정체가 노출된다면 곤란해져."

    "현재 상황에서 굳이 접촉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색 머리칼의 여자가 말했다.

    "일단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행여라도 우리의 정체가 들통난다면 외교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겠지."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일단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지."

    "……세다라 씨를 부르는 것은 어떨까요."

    여태까지 가만히 침묵하고 있던,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일순 대장의

    눈에 당황이 스쳐지나갔다.

    "…세다라 씨를?"

    "그라면 그 흑발의 남자도 처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찝찝하다는 듯한 어조로 대장이 말했다.

    "그를 부르는 데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알고 있을 텐데."

    "물론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그 청년이 우리를 계속 추적해 올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는 해 두지."

    대장은 한차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결행일까지 차근차근 준비를 해 두도록 하자."

    "…이것 놔요!"

    네이시가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방 안에 들어온 일단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세

    이어가 조용히 말했다.

    "…얌전히 잡혀달라는 뜻입니까."

    "그렇다."

    제일 뒤쪽에 서 있는 병사가 고압적인 태도로 말했다.

    "한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 너희들은 용의자이니 얌전히 따라오는 것이 좋을 거다

    ."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피식 조소했다.

    "용의자… 용의자라. …네이시 씨, 시린 씨."

    "예?"

    "?"

    네이시와 시린이 세이어를 쳐다보았다. 세이어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은 이들을 따라갑시다."

    "에엣?… 잠깐만!"

    네이시가 외쳤다.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병사를 한번 쏘아보고 나서 그는 미간

    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안 보여요? 지금 이들은 벌써부터 우릴 범죄자 취급하고 있잖아요!"

    "…원래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범죄자인 법입니다."

    세이어는 조용히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차피 여기서 거부한다 해도 무의미한 일일 뿐입니다. 오히려 저희들에

    대한 의심을 더욱 확고하게 해 줄 뿐이겠지요."

    "아니, 그래도…."

    시린이 뭐라 말하려 했으나,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따라갑시다."

    "…알겠어요."

    이윽고 네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순히 병사에게 팔을 내어주며 그가 중얼거렸

    다.

    "…언젠간 다 뒤엎어주마."

    "젠∼장."

    시린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자신의 검을 병사에게 넘겼다. 시린이 툴툴거렸다.

    "잠시라곤 해도 내 애검을 이런 작자들에게 넘겨야 하다니."

    "…갑시다."

    세이어가 말했다.

    "…크악!"

    철컹!…

    시린이 고함과 함께 몸을 마구 비틀어댔다. 인상을 찌푸릴 대로 찌푸리며 시린이

    외쳤다.

    "뭐야, 이 수갑에 족쇄는! 이건 완전 흉악범 취급이잖아!"

    "조용히 해 주십시오. 그래서는 힘을 낭비할 뿐입니다."

    세이어가 조용히 말했다. 시린은 답답하다는 듯이 세이어를 쳐다보았다.

    "…아낀다고 달라질 것이나 있습니까? 이래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잖습니까!"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흔들어 보이며 시린이 외쳤다. 세이어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잖습니까! 이런 것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 좋고. …게다가 세이

    어 씨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우릴 무슨 벌레 보듯이 한단 말입니다. 이미 범인이

    라고 단정짓고 있는 겁니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세이어가 차갑게 웃었다.

    "이런 반응 정도는 예상하던 바입니다."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네이시가 말했다.

    "글쎄, 이 상황에서는 마법도 쓸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창살 밖으로 보이는, 석궁을 자신들에게 겨냥한 채 대기하고 있는 병사를 곁눈질

    하며 네이시는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네이시가 말했다.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는걸요."

    "…그렇군요."

    세이어가 피식 웃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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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어 잡히다. 히죽.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443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08일 23:56

    등록자 : NEISSY 조 회 : 243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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