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55화 (56/158)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5)

"사람들… 이상해졌어."

세실이 중얼거렸다.

"그거야… 그렇지. 세실 네 말마따나…"

한산한 거리를 걸으며 린이 말했다.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원인이 무언지는 짐작할 수조차 없으니…. 서로

들 의심하는 거지."

"…흐음."

세실은 고개를 까닥였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케스다 만월 대축제, 그로부터 나흘이 지났다. 지금 레이아다 시의 분위기는 세이

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전혀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그 때의 활기찬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거리에는 정적만이 감돌 뿐이었다.

실종 사건. 차라리 살인 사건이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러나,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질 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사

람들은 더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란 원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마련이니까.

상점 같은 것들도 문을 닫았다. 하긴 이런 시기에 물건을 팔 기분 같은 것이 날

리야 없겠지만. 사람들은 집 안에 틀어박힌 채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도시는 어두

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곤란한데."

그러한 도시에서, 한 남자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은발을 턱까지 길게 기른 남자

였는데, 특이하게도 두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흰색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복장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는 가볍게 오른손을 움직여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은빛의

작은 사슬로 이루어진 줄 끝에 납작한 타원형의 펜던트가 달려 있었는데, 돌려서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된 펜던트였다. 그는 그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거리를 걸었다. ―문득, 그는 뒤쪽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개의 기척을 느끼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

다.

"아룬 오빠! 오래간만이네요!"

세실이었다. 아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세실이구나. 그리고 그 옆에는… 린?"

"오래간만이네요, 오빠."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약간 감탄한 듯한 어조로 그녀가 말했다.

"여전하네요… 반응이 빨라요."

"뭐, 정령은 멋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시도아에서 일이 있었

다면서? 소식은 들었어."

"예…."

"흐음…. 별로 슬퍼하는 것 같진 않은데…?"

아룬은 그렇게 물었고, 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예리하시네요."

"으응. 뭐… 나에게 있어선 간단한 일이니까."

아룬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잘 돌아왔다… 라고 하고는 싶지만, 불행히도 별로 시기가 안 좋은 것 같다."

"아, 맞아요. 오빠는 혹시 이 일에 대해 뭐 아는 거 없어요?"

세실이 끼어들었다. 아룬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별로 아는 건 없어."

"으음… '별로'라고요? 그럼 아는 것 만이라도 알려 줘 봐요."

"이런이런… 세실다운 말인데. …글쎄, 일단 어디 앉아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말하고 아룬은 몸을 돌려 노변의 나무 아래 놓인 벤치로 걸어갔다. 그를

따라 벤치로 걸어가며, 린은 힐끗 세실을 쳐다보았다. 세실의 눈은 기대감에 빛나

고 있었다. …방금까지 축 쳐져 있었으면서, 확실히 전환이 빠르네… 라고 생각하

며 린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벤치에 기대안즈여 아룬은 천천히 서두를 꺼냈다.

"내가 그동안 여행중이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 알고 있죠."

세실이 얼른 대답했다.

"내가 여기 다시 돌아온 건 일주일쯤 되었어. 그리고, 사실 그 때부터 여긴 뭔가

이상해져 있었지."

"…일주일 전? 그땐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요?"

세실이 물었다.

"그야… 실종은 일어나지 않았지. 하지만,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해져 있었어."

"어떻게 이상해져 있었는데요?"

세실이 물었고, 아룬은 피식 웃고 나서 말했다.

"일단 들어 봐.

그러니까…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음, 내가 정령을 느낀다는 건 잘 알

고 있겠지?"

"예."

세실과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은 이치로, 난 사람들 속의 정령을 파악함으로 그 사람의 감정 상태나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 일주일 전, 오래간만에 다시 여기 돌아왔을 때 난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정령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거야. …다시 말해서, '

감정'이란 것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지. 뭐랄까… 마치 마족같은 것들처럼."

"그렇군요…."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룬은 슬쩍 미소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건… 나흘 전, 축제 때 부터야. 내가 말했던… '감

정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군."

"자, 잠깐만요, 그럼, 바인… 바인 아저씨도 그런 거였어요?"

세실이 끼어들었다. 아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여하간…. 그리고 또 며칠 사이에 알게 된 일인데. 사람들이 사라지는 데에는 일

정한 패턴이 있어."

"패턴… 이라고요?"

의아하다는 듯이 린이 물었고, 아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패턴. 사라지는 사람들은 모두 이 '감정이 없는' 사람들 뿐이야. 즉, 말하

자면 이런 공식이 성립되는 거지. 사람들의 감정이 없어지고, 그 후에 그 사람들

이 사라진다."

"확실한… 거예요?"

"요 나흘 간의 일들을 보기로는 그래."

그렇게 말한 아룬이 문득 표정을 굳혔다.

"일이 조금 심각해. 여태까지 사라진 사람들의 수가 약 백이십 명에 다다르지?…"

"예."

세실이 대답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갈 거야."

아룬은 단정짓듯이 말했다.

"지금, 우리 시 안에 이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수백명이나 돼. 게다가, 그 수가

날마다 늘어가고 있어. 만일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라면 이 사람들도 곧 실종될 거

야."

"그런… 어떻게 할 수 없나요?"

세실이 물었고, 아룬은 슬쩍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야. 아마 곧 도시 차원에서 회의가

벌어질 거야. 이 정도 사건이면 확실히 큰 문제니까. 영주님께서도 그냥 방관만

하고 있진 않을걸."

"그렇겠죠…."

왠지 힘없는 목소리로 린이 중얼거렸다. 아룬은 살짝 미소지으며 린의 어깨를 가

볍게 두드렸다.

"어쨌든, 너희들도 조심해. 그리고 한 가지 충고해 두겠는데, 지금처럼 밖을 돌아

다니는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아. 언제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그럴까요…."

린이 말했다. 걱정스레 그녀가 말했다.

"…혹시,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알고 계시나요?…"

"아니,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어. …어쨌든 이게 '사건'이라면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러니까 알아서 조심해.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경계하란 건가요?"

세실이 물었고, 아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믿지 마. 그게 좋을 거야."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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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쓰겠습니다.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416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08일 00:11

등록자 : NEISSY 조 회 : 24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5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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