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54화 (55/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4)

    "아빠… 왜 안 오시는 걸까?"

    세실이 중얼거렸다. 린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게…. 벌써 이틀이 다 되어 가는데…."

    "여관에 가신다던 것 같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글쎄…. 모르겠어, 역시…."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걸까?"

    세이어를 찾겠다며 나간 게이즌.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이틀이 다 되도록 집에 돌

    아오지 않고 있었다. 불안해하던 네히라가 여관촌에도 가 보았으나,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다는 대답만 들려올 뿐이었다.

    세실은 다리를 모으고 양손을 깍지껴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그렇지 않아, 언니?"

    "응? …아, 으응…."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왜 그렇게 대답이 무성의해?"

    세실은 입술을 삐죽였고, 린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냐, 그냥…."

    "그냥 뭐?"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린이 몸을 일으켰다. 세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 어딜 가려고?"

    "그냥, 답답해서…."

    "산책하려고?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세실은 린의 치맛자락을 붙들며 말했다. 린은 잠시 세실을 내려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린과 세실은 거리로 나왔다. 의문의 실종 사건들 때문일까. 거리는 한산했다. 거

    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생기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왠지 썰렁하다…."

    세실이 중얼거렸다. 린은 한차례 주위를 둘러보더니,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

    다.

    솨아아아….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는 여전히 흰빛의 물줄기를 쏘아 올리고 있었다. 린은

    분수 근처에 마련된 벤치에 앉았다.

    "언니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네."

    린의 옆에 앉으며 세실이 말했다. 린은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말에 응수

    했다.

    "당연하잖아…. …세실 너도 마찬가지네."

    "…헤헤. 역시 그렇지…?"

    세실이 힘없이 웃었다.

    "정말이지,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여기?"

    "모르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하늘. 정오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구름에 가려 전혀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 린은 그대로 한참이나 고개를 든 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 해?"

    한참이나 계속된 침묵이 지루했는지 세실이 입을 열었다.

    "으응…."

    문득 린이 얼굴을 붉혔다. 세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언니?"

    "아냐… 별로……."

    그렇게 얼버무리며 린은 입을 다물었고, 한숨과 함께 세실도 입을 닫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침묵이 계속되었다.

    "……."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 구름도 하늘 저 편으로 흘러갔을 즈음, 이윽고 린이 입을

    열었다.

    "그분…."

    "…응?"

    "그분이 오시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분이라니, 누구 말야?"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며 세실이 물었다. 린은 시선을 하늘로 고정한 채 대답했다.

    "…세이어 님… 말야."

    "…에에?"

    "이제 금방이야…. 그래…."

    "……."

    세실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세실이 말했다.

    "…대체 뭐야, 그 사람이 대체 뭔데?"

    "……."

    "…에이. 짜증나네."

    세실은 한차례 고개를 휘젓고 나서 말했다.

    "언니 행동 하며… 말 하며… 짜증나. 무슨 헤어진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

    니고…. 보기 한심해 죽겠어.

    …게다가, 언닌 벌써 잊은 거야? 바로 그 세이어란 사람이 이번 일들의 원흉일지

    도 모른단 말야."

    "그런… 그분은 그런 분이 아냐!…"

    갑자기 린이 큰 소리를 내었고, 세실은 놀란 눈으로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약간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난… 그분을 한달이 넘도록 봐 왔어. 비록 그분이 차갑긴 해도… 이유 없이 사람

    들을 해코지하거나 그럴 분은 아니야."

    "…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 언니가 어떻게 알아?"

    "……."

    "게다가, 잊지 마. 우리 아빠는 그 세이어를 찾으러 갔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

    세실은 린을 쏘아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둬."

    "쓸데없는 생각이 아냐."

    린은 약간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세실… 너야말로, 세이어 님을 위험인물이라고 단정하고 있잖아."

    "단정?… 글쎄, 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수상한 건 사실이잖아?"

    "수상…하다고?"

    "척 보면 알 수 있잖아."

    세실은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보기론, 그 사람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어. 한 달 이상이나 같이 다녔다면

    서 설마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겠지?"

    "그야… 그렇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 사람 사정 따위 내가 알 바 아냐. 단지 한 가지, 그 사람이 어딘가 수상하다

    는 게 중요한 거라고."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의심스럽다고만 했지, 이 사건의 주동자라고 한 적은 없어."

    무언가 말하려는 린의 말을 끊으며 세실이 말했다.

    "단지 언니에게 확실히 말해두고 싶은 건…, 그 사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

    야."

    "의심이라니…."

    왠지 풀이 죽은 듯한 표정으로 린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모양을 보며 세실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답답하네. 같은 동네에 살던 사람도 의심하는 마당에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믿겠다는 거야? 언니가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왠지 필요 이상으로 린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 세실이었지만, 그녀

    는 곧 이 답답한 언니에게는 좀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굳혔다.

    "청승 떨지 좀 마란 말야, 알아듣겠어?"

    "……."

    린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이지."

    세실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답답한 언니라니까."

    "……."

    "좀 걷자. 여기서 계속 청승떨지 말고."

    세실은 몸을 일으켰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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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6월 6일, 현충일입니다…만 전 내일도 학교에 가야만 합니다. …아아!

    이것이 고3의 인생인 것이다! 럭키! 나이스! 멋지다 멋져!! (…빌어먹을)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394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06일 23:49

    등록자 : NEISSY 조 회 : 25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4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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