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2)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저녁 무렵, 밖에서 돌아온 게이즌은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으고는 그렇게 말했다.
게이즌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집에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처음엔 그저 너무 마시다가 어
디 쓰러져 자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네히라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게이즌은 슬쩍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알 수 없지. 어쨌거나, 모습 자체가 보이지 않으니까. 단지 내 생각은…."
게이즌은 얼굴을 굳혔다.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일들이라면…."
세실이 말했고, 게이즌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그 사람들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이건 추측에 불과하고…,
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게이즌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너희들에게 하는 것은 듣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
"그저께 밤에, 축제 때, 무언가 이상한 것을 혹시 보지 못했느냐? 어떤 것이든 상
관없다. 아무래도 이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무언가 미심쩍은 것이 있었
다면 말해 주었으면 한다."
"……."
미심쩍은 일… 이라. 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저께 별다른 일은 없었다. 적
어도 린의 기억으로는―.
"전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말한 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세실은 입을 꾹 다문 채,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세실?…"
"…세이어란 그 사람…."
세실은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야, 언니…?"
"아? 으, 으응…."
린은 약간 머뭇거렸다. …믿을 만한 사람이냐고? 린은 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
답할 수가 없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린도 세이어라는 사람을 '신용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믿는다… 라고 말하고 있고, 또 일단 그렇게 행동하고는 있지만. 세이어란 사람은
전적으로 신용하기는 힘든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가치관부터가 다른 듯 했
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린에게 있어서는, 일단 한 번의 상처를 준 사람이었으니.
머뭇거리고 있는 린을 보고 세실은 무언가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저께 밤에, 세이어란 사람을 봤었어요."
세실이 그렇게 말했다. 게이즌이 물었다.
"…어디서?"
"광장 근처 골목길에서. 바인 아저씨와 함께 있을 때였어요. 그러니까…,"
세실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세이어가 바인을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를 들은 게이즌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이어라…."
"자, 잠깐만요."
당황한 기색으로 린이 끼어들었다.
"설마 그 분을 의심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의심?…"
게이즌은 답답하다는 듯한 눈길을 린에게 보냈다.
"굳이 의심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린?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사람이 별로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도 그래."
네히라가 동감의 뜻을 표했고, 세실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그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잖느냐."
게이즌이 한마디 덧붙였고, 린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게이즌은 슬쩍
한숨을 내쉬더니, 이어 말했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느냐…?"
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오시겠다고 했었어요…. 아버지께서도 들으시지 않
으셨나요?"
"들었지."
딱딱하게 게이즌이 대답했다. 그 때 팔을 꺾였었으니… 잊힐래야 잊힐 리가 없다.
그 일만 생각하면 분이 치솟는 게이즌이었다. 린은 그런 아버지의 기색을 눈치챈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 주일 안으로는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너무 늦다."
게이즌은 한차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게다가, 그가 다시 온다고 해서 우리 모두를 보리라는 장담은 없다. 린 너만 살
짝 보고 갈 수도 있으니까."
"……."
"어쨌든, 일단 그를 찾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군."
그렇게 말한 게이즌은 고개를 세실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그 외에, 또 다른 이상한 것은 보지 못했느냐, 세실?"
"아뇨, 못 봤어요."
세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냐…."
게이즌은 몸을 일으켰다. 네히라도 따라서 몸을 일으키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
다.
"어딜 가시게요…?"
"밖에."
게이즌은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갔다.
"의외로, 뻔뻔스럽게도 혹시 또 여관에 묵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런 그의 말에 린은 퍼뜩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왠지 불안감이 들었다.
게이즌,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세이어가 사람들을 어떻게 했다고 단정하고 있는 모
양이었다.
게이즌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다리지 마오.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괜찮으시겠어요…?"
네히라가 물었고, 게이즌은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 같소?"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잖소."
게이즌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천
천히 어둠에 묻히듯 사라져가는 그의 모습을 네히라가 불안한 듯이 바라보았다.
레이아다 시 안의 한 여관, '모닝 스크림' 301호실.
그다지 크다고는 할 수 없는 방 안에 세 존재가 앉아 있었다. 인간 하나, 엘프 하
나, 그리고 마왕의 복제 하나.
네이시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죠?"
"글쎄요…."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도, 누가 그것들을 보내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제
가 발견한 것들만도 열 세 개체입니다."
"자연발생은 아니라는 거군요."
네이시가 그렇게 말했고, 세이어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발생일 수는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겁니까?"
너무도 단호한 세이어의 말투에 거부감을 느꼈는지, 시린이 그렇게 말했다. 세이
어는 피식 조소하며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기껏해야 한 두 개체만이 마을에 숨어들어올 뿐입니다. 그리
고 숨어들어오고 나서도, 단지 그 인간의 행세만을 할 뿐이지요. 하지만 지금 이
곳에 존재하는 것들은 단순히 그런 행동만을 하진 않았습니다."
"… 무슨 뜻입니까?"
"어느 한 가지 목적 하에 서로 협력하고 있었습니다."
세이어는 단정짓들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이들은 변종입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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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정비를 좀 하느라 연재가 늦었습니다.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338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04일 23:13
등록자 : NEISSY 조 회 : 258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