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51화 (52/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11)

    "그억."

    축제가 끝나고, 즐거운 기분으로 엑스튼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 한참이

    나 마셔댔던 술 때문일까, 머리가 띵했다. 엑스튼은 기분 좋게 트림을 하며 골목길

    로 접어들었다. 방금까지 계속되었던 축제 턱택에 거리는 난장판이었다. 널려 있는

    쓰레기들, 여기저기 쓰러진 채 헛소리를 하고 있는 주정뱅이들. 엑스튼은 멍한 눈

    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흐엄…, 마누라쟁이는 자고 있겠지."

    미명. 어느새 아침 노을이 곱게 져 있었다. 엑스튼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졸

    려도 집에 가서 자야지, 그냥 이런 곳에서 쓰러져 잤다가는 아내에게 호되게 잔소

    리를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다리를 놀려서 집에 도착한 그는,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집

    뒤 편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엑스튼은 인상을 찌푸리며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베라먹을… 뭐야?"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무엇인가 젤리 같은 것이 스멀

    거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거?…"

    왠지 기분 나쁜 느낌에 그는 그것을 밟아버리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순간

    엑스튼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쏘아보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 탐색당하는 느낌이랄까. 그 이상한 점액질 생물 앞에 자신의 온 몸이 노출당하는

    듯한 느낌에 엑스튼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온몸의 신경 세포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엑스튼은 불안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스슥….

    그것의 형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넓게 퍼져 있던 점액질의 그것이 한데 뭉치더니,

    이윽고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상이 완성되자, 엑스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온 몸을 엄습하는 공포감에 그는 두 눈을 흡떴다.

    "뭐… 뭐야… ……!"

    탕탕탕!

    누군가가 강하게 문을 두들겼다. 게이즌은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누구지?… 오전부터 시끄럽군. …세실, 나가 봐라."

    "지금 책 읽는 거 안 보여요?"

    방바닥에 엎드려 책을 보고 있던 세실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 게이즌은

    한차례 머리를 긁적이고는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길. 딸자식 헛키웠군. 어떻게 된 게 딸이라고 있는 게 둘 다 부모 말을 죽어

    라고 안 들으니…"

    "헹."

    세실이 코웃음쳤다.

    "빨리 나가 보기나 해요."

    "에이…."

    게이즌은 가볍게 입맛을 다시며 문으로 다가갔다.

    ―탕탕탕!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게이즌은 짜증스러운 기색을

    얼굴에 그대로 나타내며 문을 열었다.

    덜컹.

    "누구요?"

    "…카악!"

    문이 열리자마자 한 여성이 게이즌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게이즌은 순간 당황했으

    나, 곧 그 여성의 얼굴이 자신이 익히 보아 왔던 얼굴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게이즌

    은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케시 씨?"

    "우리 남편, 당신 집에 있지요?!"

    케시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게이즌은 슬쩍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오. 엑스튼 씨, 아직 집에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여기도 안 왔다구요?"

    케시는 맥이 풀린 듯 게이즌의 멱살을 놓았다. 그녀는 신경질이 나는 듯 뿌득거리

    며 이를 갈았다.

    "그럼 이 인간 어디 처박혀 있는 거야? 이봐요, 게이즌 씨! 정말 우리 남편 어디

    있는지 몰라요? …아니, 관두죠. 분명히 이 인간 어디 쓰러져서 자고 있겠지. 아

    욱, 짜증나! 내 늦어도 집에는 반드시 들어오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내 말을

    개똥같이 들었단 말이지? 들어오기만 해봐라, 그냥! 내 콱 두번 다신 이딴 짓거

    리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

    "……저…"

    슬슬 그녀의 속사포 같은 투덜거림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게이즌이 입을 열 무렵

    , 케시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게이즌을 노려보았다.

    "행여라도 남편이 이리로 오면, 당장 우리 집으로 보내요. 알았죠?!"

    "아…, 예…."

    "한번만 더 이랬단 봐라, 그냥! 그땐 그냥 콱…"

    한참을 씩씩대던 케시는 몸을 돌려 자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제서야 게이

    즌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았다.

    "그것 참… 엑스튼 씨도 꽤나 힘들겠군…."

    "무슨 일이예요, 아빠?"

    방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던 세실이 물어왔다. 게이즌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해 주었다.

    "…글쎄, 엑스튼 씨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다는구나. 어제 축제 때 너무 많이 마

    신 모양이지."

    "햐, 그 아저씨 깡도 좋네요. 케시 아줌마가 어떤 사람인데. 모르긴 몰라도 그냥

    은 안 넘어갈 걸요?"

    "그러게 말이다."

    게이즌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닫으며, 그가 말했다.

    "아, 아빤 좀 잘테니 깨우지 마라."

    "그러세요."

    고개를 까닥이며 세실이 대답했다.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슬쩍

    휘파람을 불었다.

    "흐음…. 슬슬 책 보는 것도 질리는데, 언니한테나 가 볼까?"

    린은 아마 자고 있을 게다. 여태까지의 여행이 꽤나 힘들었던지, 그녀는 어제 축

    제도 제대로 즐기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와 잠들어버렸다. 세실은 몸을 일으키며

    히죽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놀래켜줘야지. 헤헷."

    그러나 그 순간,

    탕탕탕!

    이라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진동했고, 세실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 누구야? 방해잖아."

    세실은 현관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세실이냐? 나다."

    그렇게 말한 것은 중년 여인의 음성이었다. 세실은 곧 그 음성의 주인을 알아차리

    고는 문을 열었다. 약간 뚱뚱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세실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예요, 에이플 아줌마?"

    "혹시 바인 이 사람 못 보았니?"

    "바인 아저씨요?"

    "그래. 이 사람이 아직도 집에 안 들어오고 있지 뭐니. 여태껏 외박하는 일이 없

    던 사람인데…."

    "흐음…."

    세실은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어제 밤. 바인과 프레인, 그리고 자신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에 세이어란 사람이 와서 바인을 불러냈고… 그리고 그 후엔….

    '…그 후로는 아저씨 본 적 없지, 아마?…'

    …에?

    세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머리를 스친 이상한 예감에, 세실은 자신을 비웃었

    다.

    '…아무래도 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봐.'

    세실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중에 헤어졌는데요,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그래…?"

    에이플이 불안한 듯이 말했다. 세실은 안심하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걱정 마세요, 아줌마. 뭐, 별다른 일이 있겠어요?

    어디 쓰러져 주무시고 계시기라도 한 모양이죠."

    "그럴까?…"

    내심 불안하다는 듯이 에이플은 고개를 흔들었고, 세실은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럴 거예요."

    "그래… …그런가 보지."

    에이플은 슬쩍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그래. 그럼, 잘 있어라, 세실."

    "네. 안녕히 가세요."

    에이플이 모습이 골목 저 편을 돌아 사라지고 나서 세실은 문을 닫았다.

    …….

    세실은 슬쩍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득 떠오르는 이상한 생각들을 떨쳐 버렸다. 그

    러나, 그래도 왠지 불안해지는 것만은 세실도 어쩔 수가 없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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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축! 50회입니다! (자축, 자축. 하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312 / 21064 등록일 : 2000년 06월 03일 22:27

    등록자 : NEISSY 조 회 : 257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5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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