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47화 (48/158)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7)

"…네이시 씨를 신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며 세이어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힘주어 악수하며, 네이시가 생긋 웃

었다.

"아아. 물론이죠."

네이시는 잡은 손을 풀지 않은 채 물끄러미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그런 네이시의

시선을 눈치챈 세이어가 조용히 말했다.

"…세이어. 성은 없습니다."

"헤에."

네이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묵묵히 음식을 입에 집

어넣는 시린을 바라보며 네이시가 말했다.

"넌 소개 안 할 거야, 시린?"

"…이봐, 네이시."

시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네 멋대로 그렇게 '동료'가 되니 어쩌니 결정하지 말라고. 게다가 지금 우리에게

는 할 일이 있잖아. 난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아."

"흐음…. 그럼 아까 말하지, 왜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야?"

네이시가 물었다.

"손익 계산중이었어. 생각해 본 결과, 세이어라는 이 사람과 함께 다녀서 이익을

볼 일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시린이 대답했고, 네이시가 코웃음치며 반박했다.

"손해 볼 것도 없어."

"이봐, 지금 이 사람과 함께 다니면, 아니, 이 사람을 따라다니면 원래 우리가 하

려던 일은 못하게 되는 거잖아."

"별로 상관없잖아, 그런 일."

네이시의 말에 시린이 정색을 하며 이렇게 외쳤다.

"상관없다니! 의뢰금이 얼만데!"

"흐음…. 결국 '돈'이라는 거군."

"당연하지!"

시린이 단호하게 외쳤고, 네이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네. …시린?"

"응?"

"이거 받아."

품 속을 뒤적이더니 네이시는 시린에게 두루말이 하나를 내밀었고, 시린은 어리둥

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뭐야, 이게?"

두루말이를 펴 보려는 시린을 네이시가 만류하며 말했다.

"파이어 볼의 스크롤이야. 일단 펴면 사용해야 한다고."

"호오?…"

"자, 그거면 되겠지?"

네이시는 생긋 웃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정도라면. 좋아.

내 이름은 시린 미메이어. 잘 부탁합니다."

시린은 그렇게 말하며 세이어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이어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더

니, 곧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세이어는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렸고, 시린은 피식 웃었다.

"뭐, 방해할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

"자자. 이야기도 대충 되었겠다."

네이시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축제라도 좀 즐기자고!!…"

"하하하하! 더 이상 도전자가 없나? 날 이기는 자에게는 10실을 준다!"

"와아. 우리 저거 해 보자, 시린!"

네이시는 싱긋 웃으며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시린은 머리

를 긁적이며 네이시의 뒤를 따랐고, 그 뒤를 세이어가 따랐다.

"네이시 녀석, 또 그 수를 쓰려는 모양이군…."

시린이 중얼거렸다.

네이시가 간 곳은 팔씨름으로 실력을 겨루는 곳이었다. 우선 5실을 낸 다음, 이기

면 10실을 받는 식의 경기였는데, 5실 정도 손해봐야 큰 일은 없고, 역으로 5실을

딴다 해도 그리 큰 이익은 아니다. 그냥 심심풀이삼아 해보기에는 적당한 게임이었

다.

커다란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탁자가 있었고, 탁자 주위에 의자 두 개가 놓

여 있었다. 한쪽에는 덩치가 큰 거한이 앉아 있었고, 다른 한쪽은 도전자를 위해

남겨 두고 있었다. 그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네이시가 빠져나왔다. 네이시

는 생긋 웃으며 거한에게 말했다.

"저도 해도 되죠?"

"하하하! 물론입니다!"

거한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음… 그럼, 우선 5실이…"

네이시가 지갑을 뒤적이자, 거한이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하하! 공짜로 해드리지요! 돈을 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요? 헤에, 고마워요."

네이시가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쯤, 마침 시린과 세이어가 사람들 사

이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네이시는 생글생글 웃으며 시린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꺄아∼ 시린, 봐라∼! 난 공짜란다∼!"

"……."

시린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고 있

는 세이어를 바라보며, 시린이 조용히 소근거렸다.

"저 녀석은 자신이 여자같이 보인다는 걸 이용하는 겁니다."

"……."

"모르고 보면 애교지, 사실을 알면…."

시린은 고개를 내저었고, 그 때 네이시의 환성이 들려왔다.

"꺄아∼! 이겼다아∼!!"

"하하. 여기 10실 받으십시오. 즐거운 축제 되세요."

거한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싱글 웃으며 네이시에게 10실을 내주었고, 네이시

는 생긋 미소지으며 그 돈을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그러는 네이시를 바라보며 시린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었다.

"…가증스러운 녀석…."

"꺄하하하, 역시 사람들은 '미녀'에게 약하다니까?"

네이시가 즐겁게 웃어댔다. 시린은 그런 네이시를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왼손을 들어 미간을 짚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하는데…. 네 녀석의 외모 때문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

람들이 희생된 건지…."

"헤에, 불만이야?"

네이시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고, 시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네가 예쁘게 보일지 몰라도, 진실을

아는 나의 눈에는…."

"후훗. 어리석구나 시린."

네이시는 한차례 손가락을 까닥였다.

"자고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용해야 하는 법이라구. 여자같은 외모

를 이럴 때 써먹지 또 언제 써먹겠어?"

"…신이시여. 실수하셨습니다. 어째서 이런 작자에게 이런 외모를…."

시린이 투덜거렸고, 네이시는 득의양양하게 웃어댔다.

"캬하하하! 그럼, 다음 코스로 출발이다! 즐거운 축제를 위하여!"

네이시는 또다시 어디론가 달려갔고, 시린은 궁시렁대며 그 뒤를 따랐다.

"…즐거워 보이는군요."

혼자 남은 세이어가 문득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 저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세이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떠들썩하게…

즐거운 표정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세이어는 자조하듯 웃었다.

"후… 후후후훗…. 즐거운 모양이로군요… 다들."

<…음침한 녀석 같으니라고.>

이니아가 말했고, 세이어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니아로군요…."

<다들 세상을 너처럼 살면 참 재미있겠다. 체에…. 좀 웃어봐라, 이 음험한 녀석

아.>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니아의 말을 무시한 채 세이어는 그렇게 물었고, 이니아는 투덜대며 말했다.

<너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검의 형태로 갖혀 있는 상태에서 그런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긴 그렇군요."

세이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니아는 이어 말했다.

<아깐 그 네이시란 엘프와 시린이란 인간이랑 같이 있어서 형태를 바꿀 수가 없었

다구. …뭐 지금도 마찬가지지인 하지만. 설마 사람들 앞에서 형태를 변형하라는

건 아니겠지?>

"…그렇군요."

세이어는 다시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겠지요."

<그래. …어?>

문득 이니아가 놀란 소리를 내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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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슬럼프인가 봅니다. 글이 무지무지하게 안써집니다. 이걸 어쩌나… 우…

-_-;; 글 자체는 써지기는 하는데, 질 면에서 떨어집니다. …하아. 아무래도 매

일연재의 꿈을 슬슬 버려야 할 때가 다가오는 듯 싶습니다.

우… 독자님들께서 응원해 주시면 힘이 날 텐데……. (궁시렁궁시렁) …뭐, 어

차피 기대는 안해요, 저도…. (으…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독자 메일이나 그런 게

없었으니… 기대하는 게 무리지…)

…뭐, 읽어주신다는 것만 해도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나도… 독자의 응원 같은

거 좀 받고 싶어어…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193 / 21076 등록일 : 2000년 05월 27일 00:02

등록자 : NEISSY 조 회 : 267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47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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