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46화 (47/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6)

    "당신은…."

    세이어가 말했고, 네이시는 생긋 웃어 보였다.

    "당신을 적대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

    "어때요. 저녁이라도 같이 하는 게?"

    "…그러지요."

    세이어는 네이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이시와 시린, 그리고 세이어는 광장 한 구석의 점포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들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두어 번 정도 마족과 싸워 본 적이 있어요."

    네이시가 그렇게 서두를 꺼냈다.

    "그래서 마족들의 마나 파장을 조금 알고 있죠. 아무래도 정신체이다보니, 육체를

    가진 존재들과는 틀리더군요."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별다른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네이시가 빙긋 웃었

    다.

    "그런데… …세이어라고 했던가요?"

    네이시의 물음에 세이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시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

    했다.

    "세이어 씨의 마나 파장… 인간의 것은 아니더군요. 차라리 마족에 가까웠어요."

    "……."

    네이시의 옆에 앉은 시린이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지금의 자신들의 이

    야기를 들은 사람은 없나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만큼 주위는

    상당히 소란했고, 조용조용한 그들의 말소리 같은 것은 주위의 소음에 간단히 묻혀

    버렸다. 이들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 따위는 없는 듯 했다.

    태평한 얼굴로 네이시가 말했다.

    "뭐, 별로 세이어 씨에 대해 살피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제가 원래 그런

    데에는 약간 민감하거든요."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이 무엇입니까."

    세이어는 가볍게 미간을 찡그렸고, 네이시는 여유있게 미소지었다.

    "성미가 급하시네요."

    "……."

    "천천히 이야기하죠. 아, 마침 음식이 나왔네요."

    점원이 주문했던 튀김 요리를 내왔고, 네이시는 샐쭉 미소지으며 접시를 받아들었

    다. 시린이 입을 열었다.

    "정확히 나눠. 3분의 1씩."

    "남자가 쫀쫀하게스리. 조금이라도 손해볼까봐 그러는 거야?"

    네이시가 그렇게 물었고, 시린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하지. 아,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난 내 몫의 음식값만 지불할 거다.

    저 사람 것은 네가 지불하라고."

    "… 후우."

    네이시는 양손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넌 돈 때문에 친구도 버릴 녀석이야."

    "당연하지. 돈앞에선 우정이고 뭐고 없어."

    단호하게 시린이 말했고, 네이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는 남자라니까… 너란 사람은.

    …뭐, 하긴 그게 달∼링∼의 매력이니까∼."

    "…카악!!"

    시린은 주먹을 휘둘렀고, 네이시는 짐짓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꺄아. 폭력을 휘두르다니. 저질이야."

    "…집어쳐!"

    "……."

    그런 둘의 대화를 한 귀로 흘려 버리며, 세이어는 조용히 음식을 집어들어 입으로

    집어넣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겉으로 보아서

    는 알 수 없었다. 그런 세이어에게 네이시가 말을 걸었다.

    "아,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해야겠죠, 세이어 씨?"

    "……."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네이시를 바라보았고, 네이시는 입가에 미미한 미소

    를 띄우며 말했다.

    "음… 어제 잠깐 본 것이지만, 세이어 씨는 그 여자분과 특별한 관계인 듯 싶었는

    데. 그래서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마치 지금 생각났다는 듯이 네이시는 이어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 여자분은 어디 가셨나요? 어째 안 보이네요?"

    "…대답해드려야 할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만."

    "에이,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마시고요."

    네이시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지만, 세이어는 귀찮다는 듯이 한차례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윽고 네이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이지 대화하기 힘든 타입이네. 뭐, 좋아요. 어쨌든 계속 말하죠."

    네이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여간 어제 봤을 때, 아, 보통 볼 수 있는 마족 같은 존재는 아니구나, 하는 생

    각이 들었죠. 마족이 인간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적은 없거든요?"

    세이어는 가만히 네이시를 바라보았다. 네이시는 세이어를 마주보며 히죽 웃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전, 당신에게 흥미가 생겼어요."

    "……?"

    "뭐랄까… 당신의 존재에서 묘한 괴리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사실 마력 패턴

    은 마족에 가깝긴 한데… 그렇다고 마족은 아닌 것 같고. 궁금하지 않겠어요?"

    세이어는 납득했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세이어는 '마왕'

    의 복제. 마왕이란 존재에 가깝다. 그리고, 그 마왕이란 존재는 마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신에 가깝다. 보통의 마족과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이어가 말했다.

    "그래서… 제게서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흐음. 글쎄요.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네이시가 생긋 웃었다.

    "당신의 성격으로 보아 고분고분히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밝힐 것 같지는 않

    고 말이죠. 그러니까…… 음….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절 '동료'로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료'?"

    난데없는 네이시의 말에 세이어가 눈쌀을 찌푸렸다. 네이시가 미소지었다.

    "세이어 씨가 하는 일을 돕겠다는 거죠. 뭐, 하긴 제가 세이어 씨께서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리고 뭐…, 세이어 씨도 꽤 강한 것 같으니 제 도움 따위는 필요없으리라 생각

    은 되네요. 하지만 적어도 방해는 되지 않을 걸요?"

    "…무슨 의미입니까?"

    세이어가 물었다.

    "음… 간단한 거예요. 당신과 함께 다니겠다고요."

    네이시가 답했다. 세이어는 가만히 네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당신과 함께 다니다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될 것 같아서요."

    "…제가 거부한다면?"

    "그럼 그 때는 그냥 쫓아다니죠."

    "…막무가내시로군요."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네이시는 씨익 웃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물론이죠."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입을 다물었다. 가볍게 정신을 집중해서, 그는 이니아에게 말을 걸었다.

    '…듣고 계셨습니까?'

    <물론이지. 그보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먼저 말을 다 거는 거야?>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말을 계속했다.

    '저 엘프분에게서 마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흐음. 그래서?>

    '조금 알아봐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

    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봐. 난 네 심부름꾼이 아니야.>

    투덜거리는 듯한 이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이어는 이어 말했다.

    '…하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세이어는 한 마디 덧붙였다.

    '능력 이상의 일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은근슬쩍 강요하고 있잖아, 지금.>

    이니아가 투덜댔고, 세이어는 슬쩍 미소지었다.

    '그렇습니까?…'

    <…알았어. 해 줄게. 하지만, 좀 걸릴 거야. 내가 무슨 만능 아이템이라고 생각하

    진 말란 말야.>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말이 그렇다는 거야. 정말이지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이네.>

    이니아가 쫑알거렸다. 세이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이시가 기대감에 찬 얼

    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시린은 묵묵히 자기 몫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저로서도 당신에 대해 궁금하던 차였으니까요."

    "헤에? 저에 대해서요?"

    네이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세이어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시는 무언

    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흐음. 어쨌든 긍정적인 대답인 거죠? 잘 됐네요.

    …아, '동료'도 되었고 하니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죠. 네이시 레이어드라고 해

    요."

    네이시는 미소와 함께 오른손을 내밀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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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연재, 매일연재…. 으음……;; 으으… 힘듭니다 그려…….

    일러스트 또 올립니다. 싱긋.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167 / 21076 등록일 : 2000년 05월 24일 23:30

    등록자 : NEISSY 조 회 : 27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4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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