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44화 (45/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4)

    "그러고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

    린의 아버지, 게이즌 씨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서… 그냥 다시 돌아왔다는 거냐, 린?"

    "예."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즌은 아쉽다는 듯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 보석들은 돌려줘야 하나?"

    "그건 아니죠."

    린의 어머니, 네히라 씨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연보랏빛의 머리칼을 위로 틀어올

    리고 있었는데, 약간은 거칠어 보였지만 기본적으로는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식을 치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린은 시도아 영주님의 아내였잖아요? 그냥 받

    아 두어도 될 거예요. 게다가 돌려준다고 해도… 돌려줄 사람도 없잖아요? 다 죽

    었다는데."

    "으음…, 그렇군."

    게이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세이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자네는… 그러니까 근 한 달 동안 우리 린과 함께 다녔다는 건가?"

    "……."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히라가 추궁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까?"

    문득 세이어가 차갑게 미소짓더니,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네히라가 입을 다물었다.

    "… 에이."

    세실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식사 시간에는 좀 즐겁게 있자구요. 괜히 분위기가 가라앉았잖아요. 모처럼 언니

    가 저녁을 했는데."

    "…아하하. 그래그래. 일단 식사를 끝내자꾸나."

    게이즌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식사가 끝난 후, 게이즌과 네히라, 세실, 그리고 세이어와 린은 거실에 모여 앉았

    다. 거실 안에 무거운 공기가 흘렀고, 잠깐의 침묵 후 이윽고 게이즌이 입을 열었

    다.

    "음…. 우선 자네에게 감사하네. 린을 무사히 데려온 것에 대해서 말이지."

    "별 것 아닙니다."

    세이어가 고개를 저었고, 게이즌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이어 말했다.

    "음… 그런데 말이지. 하고 싶은 말은…. 으음… 그러니까…, …정말 자네와 린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나?"

    "아버지!…"

    린이 작게 소리쳤으나, 네히라가 그런 그녀를 조용히 시켰다.

    "넌 조용히 있거라."

    "……후훗."

    문득 세이어가 조소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음…. 그래도 말이지. 일단 남자와 여자가 한 달 이상이나 단둘이 있었다는데 아

    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믿지 못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세이어는 비웃음의 기색을 띠며 그렇게 말했고, 게이즌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말하자면 그렇지."

    "그렇다면 대체 게이즌 씨께서 원하시는 대답은 무엇입니까? 어떤 말을 듣고 싶으

    신 것입니까."

    <글쎄….>

    이니아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어쨌든 지금 상황으로 보건대 널 추궁하는 분위기 같은데… 잘 해보라구.>

    "…글쎄…."

    게이즌은 천천히 운을 떼었다.

    "어쨌든 자네에게는 말이지…, 음, 그러니까 그런 것이 있지 않는가?… 그러니까

    …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이란 게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니만큼 말이지."

    "그렇습니까?…"

    세이어가 냉소했고, 게이즌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말일세. 린의 태도로 보건대 아무래도 자네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솔직

    히 말해서 자네 말이야……, 떠돌이 아닌가? 음, 떠돌이. 그런 자네가…"

    게이즌은 달갑잖다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고, 차갑게 웃으며 세이어가 게이즌

    의 말을 끊었다.

    "…영주에게 '넘기는' 것은 상관 없고,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여행자에게 '넘

    기는' 것은 아깝다… 그런 것이 아닙니까?"

    "… 자네?"

    게이즌이 눈을 크게 떴다. 세이어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게이즌 씨. 무언가 착각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착각…이라니…?"

    "지금 제가 딸을 주십사 하고 찾아온 신랑 후보라도 되는 줄 아시는 모양입니다만

    …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계시군요."

    세이어는 낮게 웃었다.

    "그리고… 만약 린 씨와 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어쩌실 생각이셨던 것입

    니까?"

    세이어는 몸을 일으켰다. 게이즌을 응시하며,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거슬립니다…."

    세이어는 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 있고 싶으시다면 있으십시오, 린 씨."

    그렇게 말한 세이어는 주저없이 몸을 돌리더니,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어안이 벙

    벙해서 멍하니 앉아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린이 몸을 일으키더니, 당황해서 세이어

    를 쫓았다.

    "세, 세이어 님?"

    "제겐 여기 있어야 할 의무도, 필요도 없습니다."

    린에게서 등을 돌린 채 세이어가 말했다.

    덜컥.

    세이어는 문을 열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땅거미가 지고 있는 골목길로 걸어

    나갔다. 린이 급히 세이어를 쫓았다.

    "세, 세이어 님, 잠깐만요!…"

    "왜 그러십니까?"

    린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세이어가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린이 말했다.

    "저, 저기… 저희 부모님께서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저,

    걱정이 되어서…"

    "걱정? 무엇을 말입니까?…"

    세이어는 차갑게 말했다.

    "그 분들께서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까?

    딸의 말도 신용하지 않는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여행자의 말을 믿으리라 생각

    하십니까?"

    "세…, 세이어 님, 그래도… 그렇게 화를 내실 것은…"

    "린 씨."

    세이어는 입가에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영원의 사슬에 묶여 있는 것 뿐입니다."

    "…예?"

    어리둥절해진 린이 말했고, 세이어는 피식 웃었다.

    "후후훗…, 대단하시더군요… 그 두 분들."

    "그게… 무슨 뜻이예요…?"

    린이 물었으나,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

    "그보다…,"

    세이어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린 씨?"

    "예?… 무엇을요?…"

    난데없는 세이어의 질문에 린이 반문했고, 세이어는 보충해서 다시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저와 함께 하시

    겠습니까. 결정하십시오."

    "지… 지금 당장요?"

    린이 머뭇거렸다.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린을 바라보았고, 그 때 린의

    집 안에서 게이즌이 나왔다. 그는 린을 보더니 역정을 내며 말했다.

    "린! 지금 뭐하는 거냐!"

    "아, 아버지…?"

    린이 곤란한 얼굴을 했다. 게이즌은 거칠게 발걸음을 옮기더니, 세이어와 린 가까

    이로 다가왔다. 그는 세이어를 노려보며 외쳤다.

    "이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 내 딸에게 치근대지 말고 당장 꺼져!!"

    "아, 아버지."

    "린, 넌 조용히 있어!"

    그렇게 외친 게이즌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세이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세이어는

    그런 게이즌을 무시한 채 린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린 씨."

    "네놈… 계속 내 딸에게 치근댈 테냐!"

    버럭 소리지르며 게이즌이 세이어의 멱살을 잡았다. 세이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놓으십시오."

    "놓지 않으면 네깟놈이 어쩔 테냐!"

    "……이렇게 하겠습니다."

    뚜둑.

    세이어는 손을 올려 자신을 붙든 게이즌의 양 팔목을 잡아 그대로 비틀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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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나가는 인생! 세이어!!…

    요즘 슈팅게임에 미쳐 있습니다. 현재는 NeoRAGEX로 에어로 파이터즈를 하고 있

    는데, 레벨 8의 성취감이 또 멋집니다. 캬아∼ 쏟아지는 총탄을 피한 뒤의 그 쾌

    감이라니∼!! (뭐, 엔딩 보려면 한 스무 번 정도 이어야 하지만 말이죠) 크하하

    핫, 어째서 이 재미를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현재 하고 있는 게임이, 이

    횡스크롤 슈팅게임과, 창세기전 3, 그리고 비트 매니아… 입니다. 예, 아주 즐겁

    게 하고 있지요. …그건 그렇다치고, …아아, 비축분이 떨어져 갑니다. 한동안

    노느라고 소설을 안 썼더니만…;; (이제 두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류럇, 매

    일연재가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류랴류럇. 요즘 잡담란이 떠들썩하더군요. '가즈왕' (…무슨 뜻일까?…) 님이라

    는 분께서 혜성같이 등장, 판츠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눈물겨운 발언들을 하시

    고 계십니다.

    …그나저나 순수 판타지라. 그분 말대로라면 내 소설은 '순수 판타지'인 건가?

    류류…. 드래곤이나 엘프나 드워프, 그런 것들이 나와야만 판타지라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류랴류랴류랴.

    음, 오늘따라 잡담이 꽤나 길군요. 류류류… 즐거운 시간 되세요. 싱긋.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131 / 21076 등록일 : 2000년 05월 23일 00:06

    등록자 : NEISSY 조 회 : 26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44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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