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43화 (44/158)
  • 2.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 (3)

    "재미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살짝 미소지으며 린이 말했다.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린이

    그런 세이어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기분이 안 좋으신가요?…"

    "아니오…. 생각나는 것이 조금 있어서."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요?"

    "…그 엘프분…. 보통의 엘프와 다르더군요."

    "맞아요. 확실히 조금 특이하긴 했어요."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어는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닙니다."

    세이어는 입을 다물었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린 씨께서 신경쓰실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

    린은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으나, 곧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순순히 물러나는 린.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세이어의 성격으로 보아, 설령 자신이 떼를 쓴다고 하더라도 듣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뭐, 하긴 그렇게까지 궁금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단지, 세이어의 얼굴이 이상하게 어두워 보이는 것이 신경쓰였다. 린은 무엇 때문

    에 세이어가 저런 얼굴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세이어는 입을 열 기색이 보이

    지 않았다.

    "……."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세이어는 묵묵히 입을 다문 채 침묵하고 있었다. 린

    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세이어 님?…"

    "……."

    "세이어 님?…"

    린은 세이어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그제서야 린의 목소리가 들린 듯, 세이어는

    린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계속 이러고… 서 계실 건가요?"

    "…아아."

    세이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아다로… 가야겠지요."

    세이어는 한차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

    딘지 이상한 세이어의 모습에 린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의 뒤를 따랐다.

    7월 15일… 오후 5시 37분. 레이아다 시로 들어서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물

    론, 세이어와 린이다. 세이어는 왠지 지친 듯해 보이는 기색이었고, 대조적으로 린

    은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

    "이곳이 레이아다 시…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예요."

    "…아아."

    감회가 새롭다는 듯이 린이 말했고, 세이어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린

    이 세이어의 팔을 끌어당겼다.

    "그 쪽이 아니예요, 세이어 님."

    "예?…"

    "저희 집은 이 쪽이예요."

    린은 쾌활하게 말하며 세이어를 잡아끌었다. 기분 탓일까? 이상하게 밝아진 듯한

    린의 모습에 세이어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

    세이어는 린에게 끌려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한적한 길. 각양각색의 건물들. 거리를 뛰어다니며 즐겁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간혹,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뭐랄까… 활기가 넘치는 모

    습이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문득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자, 이쪽이예요, 세이어 님."

    린은 한 골목길로 세이어를 인도했다. 세이어는 무감정한 얼굴을 하며 린을 따랐

    다. 왠지,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스스로도 어딘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

    지만…, 어쩐지 착 가라앉는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불길한 예감…. 이상하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예요."

    한 집 앞에서 린이 멈춰섰다. 연녹색 지붕에 흰색의 건물. 새로 칠한 지 얼마 되

    지 않은 모양인지 깨끗하고 산뜻하게 칠해져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집을 바라

    보며 린이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는 올 수 없을 줄 알았는데…."

    "……."

    세이어는 가만히 린을 바라보았고, 린은 살며시 미소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들어가요. 세이어 님. 부모님께서 세이어 님을 보면 반가워하실 거예요."

    "……."

    세이어는 슬쩍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린은 생긋 웃어 보이더니, 문을 두어 차례

    두드렸다. 탕탕… 이라는, 약간은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가느다란 느낌의, 소녀의 목소리였다. 린은 세실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더니, 약

    간 큰 소리로 말했다.

    "언니야."

    "……."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문이 덜컹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16∼17세 가량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른, 쾌활해 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세이어게게 언뜻 느껴진 느낌은…

    린의 축소판이랄까, …린이 좀 더 어려지고, 좀 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의외라는 듯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입을 열었다.

    "… 언니?"

    "응, …돌아왔어."

    린은 살짝 미소지었고, 소녀는 린에게 달려들었다. 린은 갑작스런 그녀의 달려듦

    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려 했고, 그런 그녀를 세이어가 잡아 주었다.

    소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와아. 어떻게 된 거야, 언니? 지금쯤이면 '달콤한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때 아냐?"

    "사정이 있어서 다시 돌아왔어."

    약간 어두운 기색을 내비치며 린이 말했다.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정? 무슨 사정?…"

    "…그게…,"

    린은 잠시 머뭇거리다 세이어를 바라보았고,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

    다.

    "시도아 시의 영주가 사망했습니다."

    "……에엑? 이게 무슨 말이야, 언니?"

    소녀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표정으로 린을 바라보았고, 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야."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 그게? …그리고, 이 사람은 누구야?"

    의심스런 기색을 내비치며 소녀가 말했다. 린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응…, 이 분은 세이어 님이시라고…, 지금까지 날 보호해 주신 분이야."

    "보호? 영주님의 병사들은 어디 가고?"

    소녀는 연달아 질문을 던져댔고, 린은 도적들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의 일을 간단

    하게 말해 주었다. 소녀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혹시 언니…, 이 사람이랑 눈맞아가지고는…"

    "아니야. 세실."

    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왠지 약간 우울해 보이는 표정이었기에, 소녀는 고개

    를 갸웃했다. 린이 이어 말했다.

    "이분은 그런 분이 아니야…."

    "흐응."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세실이 흥흥거렸다. 린은 무표정하게 서 있는 세이

    어를 돌아보더니,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직 소개도 하지 않았네요…. 이쪽은 제 동생, 세스레이나 세이라… 라고 해요.

    세실은 애칭이고요."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린은 다시 세실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

    "그런데,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아까 한 4시 쯤에 축제 준비 하시러 광장으로 가셨어. 조금 있으면 저녁 드시러

    오실 텐데. …어쩔래? 광장에 찾으러 갈 거야, 아님…."

    "집에서 식사 준비라도 하면서 기다리는 게 좋겠다."

    린은 그렇게 말했고, 세실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말했다.

    "음…. 그래, 들어와. 아… 그리고, 세이어라고 했나요? 그쪽도 일단은 들어와 있

    어요. 그렇게 음울한 표정 하지 말고요."

    세실은 음울한… 이란 단어에 특히 강세를 주었고, 그런 그녀에게 린이 말했다.

    "실례야…, 세실."

    "뭐, 맞는 말이잖아."

    린의 말에 세실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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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짜잔, 세실 등장!! (경축! 하하하!) 전판의 세실과는 다른 인물입니다. …아,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립니다만, 데스트로이아 첫번째판과 다섯번째판을 올렸습니

    다. (…뭐, 하긴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보고 싶으시면 한번 보시길. 데스

    트로이아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말이 좋아 리메지, 사실 이건 거의 처음부터 다시 쓴 거지….)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102 / 21076 등록일 : 2000년 05월 21일 23:24

    등록자 : NEISSY 조 회 : 27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43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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