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39화 (40/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8)

"늦었잖아, 세라린!"

"…아아. 약간이지만."

짐짓 화난 듯한 퓨어린의 태도에 세라린은 가볍게 웃으며 퓨어린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퓨어린은 가볍게 입술을 삐죽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듯했다. 세라린

은 피식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다구."

퓨어린이 반박하듯 말했고, 헤이라스가 맞장구쳤다.

"맞아. 맞아. 퓨어린 말이 맞다고. 하여간 세라린 네녀석이 항상 문제라니까.

'내가 처리한다'며 폼은 있는 대로 잡더니, 이렇게 오래…"

"쫑알거리지좀 마. 촐싹대기는."

"…윽."

인상을 찌푸린 퓨어린의 말에 헤이라스가 신음을 내뱉었다. 데어드레인이 입을 열

었다.

"자자. 잡담은 그만 하고.

슬슬 준비하지."

"정말로 늦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디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이델 회수… 슬슬 시작하자. 그 녀석은 확실히 처리했겠지, 세라린?"

디스트리아가 말했고, 세라린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아마도."

아세이델.

그것은 예전 '악신'들이 스스로를 정신계로 봉인했을 때 사용한 매개체였다.

원래 정신계란 '봉인'에 사용되는 세계가 아니다. 정신계라는 곳은 단지 혼 魂만

이 존재하는 세계를 말하는 것 뿐이다. 정신계에서 육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사

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질계에서 혼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혼이라면

그 두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물질계로 나오지 않기를 원한 악신들은, 이 때문에 아세이델을 사용했다.

아세이델이란 것은, 말하자면 그 악신 자신의 '힘'이다.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스

스로에서 떨어져 나온 힘.

정신계에 봉인되어있다고는 하나― 실상은 이 아세이델 안에 봉인되어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아세이델이란 것은 결국 모호한 의지에 불과해.'

세라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분들은 스스로를 나누어 버린 것이지. 아세이델이라는 '것'과… 스스로의

'의지'로. 마치 나와 세이어가 나누어진 것처럼.'

단지, 아세이델에는 스스로의 의지가 없지만.

"…귀찮게 해 주는군……."

사실 세라린도 아세이델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사라딘 등은 자신의 피조물―마왕―들에게 이렇게만 말해 주었을 뿐이었다

. 아세이델은 봉인의 매개체이자, 동시에 악신 자신이라고.

그런 아세이델을 지금에 와서 회수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주신'들의 계획에

, '악신'들의 완전 소멸도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때문이었다. 완전 소멸. 현재의

악신들을 완전 소멸시키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세이델의 파괴. 혹은 아

세이델의 주신에게로의 흡수. 그것만으로도 악신들은 소멸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아세이델은 악신 자신이기도 한 것이니까.

"빼앗길 위험이 있으니 그 전에 회수한다, 라…. 소극적이다."

세라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린."

"…응?"

퓨어린의 부름에 세라린은 고개를 돌렸다. 퓨어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아… 별 것 아냐."

세라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퓨어린은 볼을 부풀렸다.

"뭐야…. 얼버무리지 말란 말이야."

"별 것 아니야."

세라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24시, 정각.

시도아 시는 고요했다. 달이 뜨지 않고, 별은 빛을 잃어 어두운 밤. 흑암이 도시

를 덮고 있었고, 그 어둠에 걸맞게 도시는 너무도 고요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여섯 존재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들…, 혹은, 다른 생명체들은… 모두 자고 있겠지?>

확인하듯 디드라가 전음을 보내왔다. 데어드레인이 그에 답했다.

<물론이지. 디스트리아가 도시 전역에 슬립 Sleep을 걸어놓았어.>

<아… 디스트리아가?… 그렇다면 확실하겠군.>

납득했다는 듯한 디드라의 말이 들려왔고, 세라린이 모두에게 전음을 전했다.

<시작하자.>

<그럼….>

퓨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할게.>

이윽고 퓨어린이 입을 열었다.

"…테크 퓨리게 덴 플라마 디 쟈이레느!"

우우웅.

퓨어린의 몸을 푸른빛이 섞인 백색의 빛이 감쌌다. 그것을 바라보던 세라린이 뒤

이어 말했다.

"테크 사라딘 덴 플라마 디 쟈이레느."

즈즈즉.

세라린의 몸을 흑암이 덮었다. 원래의 어둠보다 더욱 어두운 흑암으로 구별되는

어둠이.

그리고 퓨어린과 세라린에 이어, 나머지 네 마왕들도 각각 주문을 외웠고, 그들의

몸을 각기 다른 색의 '빛'이 덮었다. 그 모양은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러웠다.

지금 이들은 각각 시도아 시의 외곽에 몸을 띄우고 있었다.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몸을 직선으로 서로 잇는다면 정육각형이 그려지는 모

양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거대한 정육각형의 꼭지점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세라린이 입을 열었다.

"마이르, 크로드 인 플라마 루 에인티 하레쟈 아세이델 루 쟈이레느 아 루 햐이나

르.

플라마 덴 션트 하레쟈. 크로드 인 르테 쟈이레느 아세이델 루!"

―파팡!

순간, 그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나왔다. 눈부실 정도로 환한 순백색의 빛이었다.

퍼져나온 그 빛은 서로를 연결했고, 서로 이어진 빛은 육망성의 모양을 갖추었다.

육망성이 희게 빛났다.

데어드레인이 외쳤다.

"이르게, 시도아 루!"

파앙!

시도아 시 전역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왔다. 이어 헤이라스가 외쳤다.

"크로드 인 에인티!"

―우우우웅.

시도아 시에서 뿜어져나오던 푸른 빛이 빨려나오듯 위로 솟더니, 한가지로 뭉쳐서

마왕들이 형성한 육망성 한가운데에 모였다.

디드라가 입을 열었다.

"쟈이레느 아세이델."

빛이 뭉그러들었다. 차츰차츰 한가지로 뭉치더니, 빛은 구형의 물질로 변했다. 물

론 여전히 빛은 내고 있는 상태였고, 그 빛은 무척이나 밝았다.

퓨어린이 말했다.

"뷰즈―!"

쩌쩍.

빛이 갈라지더니, 여섯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나뉘어진 여섯 조각은 일순 눈

부시게 빛나더니, 각각 하나씩 마왕들에게로 날아갔다.

마왕들은 손을 내밀어 자신에게로 날아든 빛의 조각을 잡았다. 자신의 손에 잡힌

조각을 확인한 디스트리아가 말했다.

"아세이델 나이, 퀘리유."

빛이 사라졌고, 동시에 육망성도 소멸했다. 다시 완전한 어두움 속으로 돌아간 것

이었다. …그리고 잠시 정적.

"…된 것 같지?"

퓨어린이 입을 열었다.

"응, 된 것 같은데."

헤이라스가 대답했다. 퓨어린은 가볍게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말했다.

"된 것 같아, 세라린?"

'세라린'이란 말을 특히 강조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세라린이 있는 곳을 바라보

았다. 세라린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다행이네."

퓨어린은 생긋 웃었다.

"그럼… 자, 다들! 각자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겠지?"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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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1장이 끝나갑니다. 싱긋.

Neissy였습니다.

번 호 : 7013 / 21081 등록일 : 2000년 05월 17일 23:54

등록자 : NEISSY 조 회 : 288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9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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